포르투
발과 다리가 마비되는 극심한 통증이 가신 후에도 지난밤은 길었다. 조금 기지개를 켤라치면 경직이 일어나서 나는 기지개 켜기를 포기하고 심호흡을 해야 했다. 힘겨운 밤이 지났다.
이른 아침 새소리에 눈을 뜬다.
강물 위로 비가 내리고 빗속으로 새가 난다. 다시 경직이 일까 겁먹은 나는 침대 속에서 머리만 내밀고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창밖, 강 건너편으로 새벽 운무를 헤집고 버스가 천천히 다가왔다 떠난다. 그곳에 버스 정류장이 있나 보다. 강을 향해 밖으로 열리는 창을 활짝 젖혀 둔다. 빗방울이 왈칵 안으로 들이친다. 밤새 내린 비는 오늘도 그칠 기미가 없다. 굵은 빗줄기가 돌 베란다 위로 사정없이 뿌린다. 강가에 묶인 배 위로도 비가 내린다. 새들은 저 빗속을 왜 저리 날고 있을까… 어디 멀리 달아나도 좋으련만.
인천과 리스본 직항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취소되어 나는 두바이를 거쳐 리스본에 내린다. 두바이 공항에서 2시간 대기 후 이륙한 비행기가 20여 분 후 두바이 공항으로 회항, 기내 응급환자가 발생했단다. 화장실도 못 가는 답답한 시간이 2시간가량 흐른 후 비행기가 다시 활주로로 진입한다. 인천에서 두바이까지 10시간, 회항 소동으로 약 2시간, 갈아타고 리스본까지 다시 9시간 반이 걸린 비행이었다. 게다가 리스본 공항에서 포르투까지 버스 이동 4시간 10분, 플릭스 버스표 사는 곳 몰라 헤매느라 1시간. 인천을 떠나 포르투까지 28시간 반이 걸렸다. 몸살 날만 했다.
인내심이랄까 통찰력이랄까, 성숙한 인간이 갖춰야 할 덕목이 내겐 없다. 나이가 이쯤 되고 보면 통증에도 내성이 생길 법한데 나는 어떤 종류의 통증에도 길들지 못하고 있다. 이제 겨우 유럽 대륙에 발 디뎠을 뿐인데 그 난리를 치르다니! 두 달, 그리 럭셔리한 여행을 계획한 게 아니라서 체력이 버텨줄지 걱정이 커간다.
어제보다 한결 좋아진 몸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우산을 챙겨 들고 비 속으로 나선다. 새들과 우산 몇 개가 모종의 풍경을 만든다.
인판테 광장의 엔리케 왕자 동상. 엔리케는 아프리카 탐험을 위해 가볍고 빠르며 역풍에도 잘 견디는 배를 만들었는데 이 획기적인 배는 먼바다는 물론 수심 얕은 강과 호수 운항도 가능했다. 덕분에 포르투갈은 유럽 최초로 해양탐사를 시작하게 되고 해양 강국으로 도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