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쵝오
우리 가족에겐 여름 여행 시 꼭 필요한 조건 두 가지가 있다.
1번. 무조건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시원한 실내여야 할 것
(다른 사람들도 동일한 조건을 원하겠지만, 오랜 치료 중인 엄마에게 무더위 속 여행은 절대 금물이다. 무리했다간 큰일이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번. 1시간 이상은 걸을 수 있는 넓은 공간이어야 할 것
(엄마처럼 치료 중인 환자들에게 걷기 만큼 좋은 운동은 없다고 한다. 조깅, 등산 등은 자칫 무리가 갈 수도 있으니 말이다)
때문에 우리는 여름이면 늘 가는 피서지가 있다.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데다가, 심지어 공짜이기까지 하니 안 갈 수 없지.
평일, 날을 잡아 천안으로 향했다.
하늘도 무심하리 만치 쏟아지던 비가 그치고 폭염이 온 날. 우리의 목적지는
천안박물관
천안에 가면 늘 들리던 독립기념관을 이번엔 패스하고(너무 커서 매번 가도 새로운 곳이긴 하다, 그곳은)
천안박물관으로 향했다.
천안시에서 관리하는 박물관이다 보니 입장료는 무료.
뜨거운 햇빛을 피할 수 있는 실내는 물론, 관람객들의 쾌적한 관람을 위해 적정한 온도와 습도까지 딱 맞춤이다.
그러니 박물관만큼 좋은 피서지가 있을까.
게다가 내가 여행 간 곳의 역사를 아는 건 여행에 있어서 꽤나 중요하다 생각하는 1인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천안박물관을 통해 천안의 모든 것을 달달 외우며 암기할 수는 없겠지만 그곳의 역사 그리고 문화 정도는 알아줘야,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지.
실제로 천안박물관에는 천안에 대한 많은 것들을 알아갈 수 있도록 세심하게 준비를 해두었다.
이 문은 과거 천안삼거리로 향하는 문이다.
이 문을 지나면 마치 과거 천안삼거리에 들어와 있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 놓았다.
천안을 여행하면서 '천안삼거리'가 정확히 어디인지, 무엇을 하던 곳인지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천안삼거리~ 흥~" 노래는 알지만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듯하다.
천안삼거리는 조선시대 때부터 영남, 호남과 서울을 잇는 주요 길목이었다고 한다. 때문에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자연스레 장이 생겼다고.
그때의 모습들이 천안박물관 안에 재현되어 있다. 엿을 파는 아이, 그릇과 비단 장수, 오고 가는 사람들이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주막까지.
이렇게 과거 천안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1시간은 훌쩍 지나가 버린다. 재밌는 이야기들과 다양한 볼거리, 그리고 폭염까지 피하는 박물관 피서. 이번에도 성공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