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하는 것은 소용없다

느린 일기 - 아직도 '잘'하는 일을 찾지 못했다

by 블랙스톤

2023년 10월 11일 수요일

살짝 구름은 있지만 하늘은 높고 바람은 잔잔한 가을 날씨


원주 현장은 결국 원활한 조율이 되지 못해 며칠 만에 철수했다. 그리고 오늘 도착한 새로운 현장은 홍천.

현장을 따라 이리저리 이동하는 거야 처음 시작할 때부터 그러려니 했던 일이다. 다만 이번 현장은 그동안 가본 현장 중 가장 소규모라 당황했다. 시골 마을 어드매에 있는 주택을 직원 숙소로 바꾸는 작업이었는데 현장에는 우리 팀, 사장 동생과 사촌동생과 나, 이렇게 셋과 이번 현장을 소개해준 다른 팀의 팀원 한 분만 있었다. 말이 마을이지 그저 몇 가구만 있는 수준이라 도로 쪽의 카페를 오가는 사람이 아니면 온통 새소리만 가득한 곳이었다. 우리가 사용하는 기계음이 멈출 때마다 들리는 새소리는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새들은 시끄러운 기계소리에 놀라 흩어졌다가 이내 적응이 됐는지 근처의 나무에 앉아 지저귀며 우리를 바라보았다. 뭔가 여러모로 생소한 느낌의 현장이다.

쉬는 시간이면 마당으로 나와서 쉬었는데 마당 한편에 묶인 개가 꼬리를 붕붕 휘두르며 달려와 쓰다듬어달라고 난리였다. 묶인 줄이 워낙 길어 마당 절반은 돌아다닐 수 있는 커다란 개가 처음 달려올 때는 깜짝 놀라 재빨리 뒤로 물러서기도 했으나 오자마자 일단 배부터 까는 모습에 홀린 듯 다가가 배를 긁어주었다. 마당에 앉아 새소리를 들으며 개를 쓰다듬고 있자니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더 쓰다듬어 달라는 듯 눈을 감고 머리를 들이밀며 헥헥 거리는 개를 연신 쓰다듬으며 마당 한 편의 바위에 앉아 천천히 흘러가는 구름을 보기도 했다. 평소 현장에서 쉬는 시간이면 한쪽에 모여 담배를 피우던 모습도 이곳에서는 볼 수 없었다. 어차피 넷 밖에 안되고 넓은 마당이 있기에 각자 편한 자리에 앉아 담배를 피우거나 햇볕을 쬐거나 개랑 놀아주었다. 마당 한편에 마련된 모닥불과 주전자로 다가가 커피를 마시기도 했다. 우리는 서로 크게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주변의 조용한 소리들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기계음이 사라진 그 조용한 하루의 소리들이 차분하게 우리에게 말을 거는 것만 같았다. 쉬는 시간마다 정말 쉬러 온 것만 같아 마음이 편안해졌다. 언젠가 바라던 미래의 편린이 내게 살짝 보인 것 같아서 괜히 기분이 이상했다.


하루의 일이 끝나고 숙소로 가는 차에서 동생은 오늘 현장 소장을 아예 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이번 현장에는 소장마저 상주하지 않았다. 늘어지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서두를 필요는 없는 현장이니 내가 일정 부분을 맡아서 작업해 보기로 했다. 기대가 되면서도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번에 잡은 숙소는 근처 읍내의 입구에 있는 사 층짜리 건물이었는데 모텔 앞에 고양이가 배를 까고 누워있었다. 잠시 그 앞에 앉아 빤히 바라보고 있자니 모텔 주인아저씨가 나와 여기서 키우는 녀석들이 아니라고 했다. 사람이 다가왔음에도 배를 깐 상태로 그저 고개만 돌려 빤히 쳐다보는 것이 도망갈 생각은 없는 듯했다. 주인아저씨는 슬쩍 웃으며 밥은 준다고 했다.

비쩍 마른 상태로 어린 새끼랑 꾀죄죄하게 돌아다니기에 몇 번 밥을 담아 놨더니 아예 근처에서 놀다가 밥때가 되면 돌아온다고 했다. 그럼 키우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주인아저씨는 밥을 주고 만질 수도 있지만 꼭 사람 안 보이는 어디론가로 가서 자고 돌아오니 키우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렇게 말하며 아저씨는 건물 뒤편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고양이들은 가만히 누워 꼬리를 살랑이다가 이내 주인아저씨의 뒤를 따라 걸었다. 아무리 봐도 애완동물인데 집에 들어와 자지 않고 굳이 길에서 자고 밥만 먹고 간다니, 아저씨 말대로 모텔 앞에 사는 길고양이라는 말이 어색하면서도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순서를 기다려 몸을 씻었다. 그리고 저녁을 먹기 위해 모텔을 나서는데 먼저 씻은 동생이 어느새 편의점에서 고양이 간식을 사들고 오는 모습이 보였다. 사라졌던 고양이들은 모텔 입구로 사람이 간식을 들고 나타나자 어디선가 나타나서 슬금슬금 다가왔다. 앞쪽에 세워져 있던 차 밑과 옆 건물에 세워진 통, 저 옆의 가로수에서도 타다닥 소리와 함께 뛰어내리더니 동생을 향해 다가왔다. 그 모습을 보자니 아저씨의 표현이 정확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텔 앞에 사는 길고양이.

모텔 입구에서 고양이에게 포위당한 동생은 연신 웃으며 한 녀석씩 고양이 간식을 주고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몇 번 반복되자 성질 급한 한 고양이는 자기 머리를 동생의 손에 몇 번 문지르고 얼른 간식을 내놓으라며 성화를 부리기도 했다. 나는 동생 옆에 쭈그려 앉았다. 그리고 이후에 씻은 사촌동생이 머리를 털며 나올 때까지 한참이나 고양이들을 바라보았다. 사촌동생은 같이 작업했던 아저씨가 기다린다며 길을 재촉했다.


저녁을 먹고 있는데 원주 현장을 같이 갔던 팀의 팀장이 자리에 합류했다. 식사 자리는 금방 술자리로 변했다. 처음에는 근황 이야기와 예전 함께 일했던 이야기들이 나왔다. 그러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의 환경이 얼마나 열악했는지, 그 열악함에서 얼마나 힘들게 버텨왔는지, 빠른 적응을 통해 칭찬을 받고 결국 기술자가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현재 가장 초보자인 내 이야기 나왔다. 내가 아직 일에 적응을 못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고. 잘 안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다 하게 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내게 해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하다 말했다. 최대한 노력해서 배우는 시간을 줄이고 잘한다 소리를 들을 때까지 해보겠다 답했다. 내 대답에 나를 뺀 네 명의 기술자들은 술잔을 기울이며 웃었다.

술병이 늘어나고 사람들의 혀가 꼬부라지기 시작할 즈음 어떤 이유에서인지 금방 일을 그만두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다 다시 내 이야기가 나왔다. 잘 버티고 있으며 노력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고. 하지만 열심히 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잘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죽어라 하다 보면 잘하게 되는데 이상하게 내 태도에서 여유가 보인다고 했다. 평소의 모습이나 걸을 때, 무언가를 집어들 때, 팔을 뻗을 때마저 배어있는 느긋함이 있다고 했다. 분명 빠릿빠릿하게 움직이고 있기는 한데 이유를 알 수 없이 내 행동에서 여유로움이나 느긋함이 느껴진다고. 기술자들은 웃었고 나는 뒷머리를 긁었다. 더 빨리 움직여 볼게요. 팀장은 술을 한잔 마시고는 진지한 목소리로 새겨들어야 하는 이야기라며 말했다. 열심히 하려는 사람은 많은데 잘하는 사람이 적은 이유는 죽어라 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다들 기술을 배울 때는 자신을 버리고 죽어라 했기에 그 기술들이 하나하나 몸에 배게 된 거라고. 이내 웃으며 술잔을 들었고 짠 소리와 함께 다른 주제가 시작되었지만 팀장의 말이 술과 함께 속으로 넘어가 내 안 어딘가에 단단하게 뭉쳐 자리 잡았다.


결국 술자리는 이차까지 이어졌고 팀장의 만취와 늦어진 시간으로 자리를 파했다. 숙소로 돌아와 순서를 기다려 양치를 하고 나오니 이미 먼저 자리를 잡은 사장 동생과 사촌동생은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잠시 담배를 한 대 태우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모텔 입구에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다. 길고양이라고 했으니 자신들의 보금자리로 돌아갔겠지.

담배에 불을 붙이며 가만히 일했던 날들을 세어보았다. 3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벌써 반년 이상 현장을 따라다녔다. 어느 정도는 일의 순서를 알고 조금씩 일이 손에 익어야 할 정도인 것은 맞았다. 실제로 나는 너무 일을 못하고 있는 것도 맞았고. 하지만 나에게 여유가 있었던가. 일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 작업에 관련된 유튜브를 챙겨보고 일의 순서를 외우던 시기도 있었다. 친구들과의 만남도 제한하고 일에 적응이 먼저라는 핑계로 생활보다는 일에 먼저 적응하려 했다. 이상할 정도로 일이 손에 익지 않아 한 발 더 움직이고 현장에는 누구보다 일찍 도착했다. 기술자들이 자잘한 것에 손을 대지 않아도 되도록 최대한 그들의 편의에 맞춰 현장을 정리하려 노력했다. 일을 못하면 태도라도 좋아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여유로운 느낌의 신입이라니,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보였다니.


'열심히'는 소용없으니 '잘'해야 한다.


아마 이 말을 처음 들었던 것은 고등학교 때였을 것이다. 고3 수험생이 된 우리에게 현실을 알리기 위해 냉정한 조언을 많이 하던 선생님들은 가끔 이런 이야기를 우리에게 해주시곤 했다. 단 한 번의 시험에 운 좋게 잘하는 경우도 있지만 평소 잘하는 놈이 잘 되기 마련이라며, 열심히만 하는 것은 미련한 짓이라고 했다. 옳은 방향으로 열심히 해야지 되지도 않는 방향으로 열심히 해봐야 아무런 의미 없는 거라고. 그러니 성적이 높은 과목은 유지하면서 싹수가 보이는 과목들을 선별해 죽어라 파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잘할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하고 꾸준하게 공부해야 한다. 처음엔 힘들어도 기본을 만들고 어느 기점을 넘어가면 쉽게 잘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하셨다.

수험생 기간 동안 내 인생을 지배하던 저 말은 고3이 끝나면서 내 인생을 관통해 다른 고3에게로 날아가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군대에서, 대학교 말년에, 그리고 취업을 준비하며, 심지어 회사원이 되어도 열심히 하는 것은 소용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미 나를 통과해서 지나갔다고 생각한 저 말은 아직도 내 인생을 관통하고 있는 이야기였다. 과정을 중시하든 결과를 중시하든 열심히만 하는 것은 잘하는 것만 못하다. 몇 번의 한숨을 내쉬고 다시 새로운 담배에 불을 붙였다.


나는 최대한 버티는 것을 잘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을 잘한다.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주어진 것에 무엇보다도 열심히 하려고 하고 남들에게 성실하게 보이고 싶어 한다. 일을 못하면 성실한 태도라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나는 사람들에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려 한다. 쉬는 시간을 조금 줄이고 일거리를 찾아 미리 움직이고.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부분들은 태도에 관련된 부분이기에 일을 '잘' 하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가 보다. 뭔가 가슴 한구석이 허탈해졌다.

그동안 내가 하던 노력은 내 시간을 쪼개고 하기 싫은 것들을 부지런히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조금이라도 남은 시간으로 일을 지켜보고 배울 수 있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적어도 내 생각은 그랬으나 남들이 보기에 나는 뭔가 여유로워 보인다고 했다. 죽어라 해야 한다는 조언이 있었으니 죽어라 하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겠지. 담배 연기와 함께 헛웃음이 허공에 퍼진다.


내가 생각하는 것과 남들에게 보이는 모습이 다를 수도 있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그 간극을 줄여야 할지는 모르겠다. 앞으로는 현장에서 더 빠르게 걸어 다니고 팔을 뻗을 때도 조금 더 급하게 뻗어야 하는 건가? 빠릿빠릿한데 느긋하게 보인다는 나로서는 어떻게 해야 여유롭지 않게 죽어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새삼스럽게 고등학교 선생님이 '잘'해야 한다고 했을 때 가슴에 품었던 의문이 생각났다. 도대체 '잘'하는 게 뭐지. 어떻게 해야 '잘'하는 거지. 센스 있게 미리 캐치하고 예습해서 쉽게 쉽게 하는 것처럼 보이면 되는 걸까. 고3 생활 내내 결국 나는 이 답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결국 이 이야기가 시간이 지나 다시 나에게 돌아왔다. 그럼에도 나는 답을 잘 모르겠다. 여전히.


도대체 내가 잘하는 일은 뭐지?

내 나이 마흔,

아직도 잘하는 일을 찾지 못했다.





작은 성공을 슬퍼하거나
그것을 빌미 삼아 스스로를 나무라거나
힘들게 하지 말자는 말이다
나는 오늘도 많은 일들과 만났고
견딜 수 없는 일들까지 견뎠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셈이다
그렇다면 나 자신을 오히려 칭찬해주고
보듬어 껴안아줄 일이다
오늘을 믿고 기대한 것처럼
내일을 또 믿고 기대해라
오늘의 일은 오늘의 일로 충분하다
너, 너무도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나태주,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열림원, 2022,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중에서





억울할 일은 아니다.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 그래도 속이 쓰린 것은 어쩔 수 없다. 약간의 허탈감도 있고. 잘하지 못하니 열심히 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열심히 하는 것에서 여유를 보았다니 변명의 여지도 없다. 이건 일종의 기질인데 내가 좋아하는 것이나 꿈꾸는 미래가 다 정적이고 여유로운 것들이며 평소에도 집에서 혼자 조용히 느긋하게 있는 것을 좋아하니 몸짓에 그런 것들이 배어 나올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짐작되는 것이 있기에 억울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럴 수도 있겠지. 다만 이것이 고칠 수 있는 부분인지 의문이라는 것이 어려운 지점이다.

어쩌면 팀장님도 이것이 내 기질이라는 것을 느꼈기에 죽어라 하기 위해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전에 내가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은 보이지 않았던 것일까. 결국 생각은 돌고 돌아 다시 내가 일을 잘했다면 이런 이야기는 들을 일이 없었다는 결론으로 돌아왔다.

그래. 결국 일을 못해서 모두가 답답해지니 이런 말들이 나오는 거다. 술기운에 팀장님이 그냥 하는 말일 수도 있는데 나 혼자 무겁게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술김이라도 평소에 아예 생각하지도 않은 말이 튀어나오지는 않더라. 어쩌다 툭, 튀어나온 마음의 조각일 것이다. 굳이 할 필요가 없어서 하지 않았던 말이겠지만 이미 나온 이상 말은 효력을 발휘하기 마련이다.


담배를 세대나 태우고 나니 저 길 너머에 고양이의 눈빛이 보였다.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자 가만히 바라보던 불빛이 사라진다. 모텔 앞에 사는 길고양이. 어찌 됐든 길고양이. 길로 돌아갈 고양이. 어쩌면 나는 저 길고양이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팀원들과 거의 대화를 하지 않았다. 쉬는 시간에도 혼자 한마디 말없이 앉아 담배를 뻐끔뻐끔 비우고 담배를 다 태우면 먼저 가서 정리를 시작하거나 자재를 나른다. 입 밖으로 말을 내뱉을 힘도 없었다. 일하는 중에는 다음 순서를 떠올려 놓지 않으면 일을 따라가기가 힘들었으니까. 가끔은 머리에 떠올려 놓아도 기술자들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도 했다. 머리가 꽉 차서 가끔씩 오작동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여유가 없었다. 조금이라도 풀어지면 또 어떤 실수를 할지 모르니. 어쩌면 그런 모습들이 어울리기 싫어하는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르지. 나는 그저 일을 배우는 것 하나도 벅차서 허덕이고 가라앉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중이었는데 그것이 다르게 보일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했던 모든 행동들이 어떻게 보였을지 모든 것이 걱정거리가 된다.

읍내 어귀의 모텔 앞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작은 물소리가 들려와서 앞에 강물이 있다는 것을 알게 했다. 그리고 간간이 들리는 고양이 소리. 담배를 하나 더 빼려다가 그만두었다. 그리고 가만히 물소리를 들었다. 걱정하지 말자. 걱정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고 그저 나만 힘들다. 조금 더 치열하게 해야 한다. 방향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더 치열해야 한다. 죽어라 하는 것은 잘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죽어라 하는 것처럼 보이는지. 하지만 더 치열하게 더 열심히, 방법은 몰라도 행동에서 여유를 빼고. 왠지 자꾸 한숨이 나왔다. 담배가 더 당겼지만 피우지 않았다. 물소리와 고양이 소리를 잠시 들으며 눈을 감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스라이 들리는 그 소리들이 나를 다독이는 듯했다.


사람들의 인식을 바꿀 수 없고 이곳을 떠날 수 없다면 내가 인식을 바꿔야 하겠지.

팀원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대화에 끼지 못했던 것들이 따로 앉아있는 길고양이처럼 보였다면 저 모텔 앞에 사는 길고양이처럼 배를 까고 더 치열하게 재롱을 보여야겠다. 그래. 길고양이. 여기서 최선을 다해 애교를 부려 먹이를 얻고 해가 지면 포근한 보금자리로 돌아가 꿈꾸던 여유를 누릴 길고양이. 그러니 내일은 더 치열해야 할 길고양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하며 가만히 나를 보듬는다. 상처를 핥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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