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1장 꽃고무신 신던 소녀가 동생들의 엄마가 되기까지

by 이수영
할머니, 짝사랑 같은 건 해본 적 있어요?


짝사랑? 내가 짝사랑해 본 적 있냐고? 왜 없겄어. 아하하하.


한 열대여섯 살 먹었을 때였나. 어머니 돌아가신 뒤였지. 우리 오빠랑 같이 고등학교 댕기는 친구야. 그 사람 이름이 김일석인가 그랬어. 교복을 입고 우리 집에 와서 모임을 하는데, 교복 입은 그 스타일이 최고 멋져부러. (계속 미소를 머금고 있다) 첫눈에 반해부렀어. 그 사람이 너무나 아조 꿈에 삼삼하고 보고 싶고, 저런 사람하고 결혼해 보고 싶고….


근데 아무한테 말도 못 하고 속으로만 생각했지. 옆에서 보기만 하지, 그 당시엔 그런 표현도 못해. 그 오빠가 나보고 예쁘다는 말만 해주고, 나는 별다른 말도 못 해보고 말았지.


그 뒤로 내가 결혼하고 스물세 살 정도 먹었을 때였어. 내가 그 집안을 다 아는데, 그 사람 외가가 하필 또 우리 시댁 뒤였어. 근디 어느 날 그 사람이 결혼해갖고 자기 부인을 데리고 온 거야. 전에 나를 이뻐라 해 놓은께 한 번 보고 싶고 글더라고. 그래서 내가 갓 태어난 느그 아빠를 안고 그 집에 찾아갔어. 내가 가니까 자기 부인을 데리고 와서 밥상을 차려줬다.


내가 거그를 앉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뭣 허라고 거길 갔을까. 아하하하핳. 그 사람이 자기 부인한테 “내 친구 동생인디, 이 동네 와서 결혼해갖고 산디 이 얼마나 예쁘냐”고 자랑하면서 소개하더라고. 지금도 눈앞에 선하다. (같이 웃는다)


근디 그때도 남자가 고기 뼈를 발라서 자기 부인한테 주고 그러더라고. 그 모습에 좀 부러웠지. ‘나는 왜 이 시골에서 묻혀서 살면서 저런 세상을 못 살고 어른들 품 안에서 이렇게 일꾼만이로 살아야 되냐’ 이런 생각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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