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먹었나요.

by 미누

밥솥에서는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나고,
하얀 밥은 고슬고슬 잘도 익었지요.


노오란 계란을 휘이 휘이 저어
한참을 달군 프라이팬에 부어요.


고소한 참기름에 김치를 둘둘 볶고,
반듯반듯 햄을 잘라 넣었지요.



긴 하루로 출출해진 배는
갓 지어진 행복이 고프지요.


촐촐 굶은 마음이 쪼그라드는―
살다 보면 그런 날 있잖아요.


어서 와서 둥그런 식탁에 둘러앉아요.
아련한 노을은 이미 지고,
아득한 어둠이 이미 내려앉았죠.


가을밤, 보슬비가 내려
세상은 촉촉하지요.



똑똑똑―
오늘 놓친 행복이 문을 두드려요.


내가 알아채지 못한 행복이 마구마구 쏟아지면,
그제야 나는 깨닫죠.


내가 힘들어한 그 시간도
실은 아주 근사한 거였다고요.


두런두런 모여
도란도란 나누는
저녁밥시간에는,


그렇게 지나간 행복마저
다시 돌아오네요.




월,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