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지나가므로

by 미누

미안해요

내가 이렇게 못나서


미안해요

내가 이렇게 무너져서


미안해요

또 한참 모자라서


미안해요

또 연락을 해서


미안해요

좋은 일도 아닌데



...


전화걸어 하소연 할 사람이 있다는 것 하나로

그 사람이 하는 말에 내 가뿐 숨이 잦아드는 것 하나로

하늘을 꽉 채운 낮은 뭉게 구름이 서서히 움직이고

가리웠던 파람의 색체가 승기를 꽃을 때


작은 빛에도 몸을 움추려 감추던 풀벌레들

가을물에 담군 단풍, 은행잎.

또다시 거대하게 지나가는 계절에

나는 서서히 아물어가고

흐드러지듯 물들어가지


그저 살아낸 것으로 하루를 벅차게 보낼 수 있는

나는 과연 겨울이 될까.


또 계절을 살아낸

영웅이 될까.

월,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