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푸치노 가을

by 미누


단풍나무들 사이를 헤매는 것

낯선 골목 모퉁이의 카페에 문을 여는 것


카페 주인에게 다가가 서툰 인사를 건네고

메뉴판 적힌 커피의 이름들을 훑어보다

마침내 카푸치노 한잔을 시켜보는 것


삐걱대는 나무 의자에 앉아

잠들기 전에 읽었던 소설의

페이지를 찾아 펼쳐놓는 것


그러다 지루해지면

누군가의 등에 얹힌 창가의 햇살을

고요히 나누는 것


하얀 거품으로 덮인 진한 커피가 나오면

빨대가 된 기분으로 커피에 발을 담그고

부드러운 가을을 들이키는 일


호로로 호로로

가을을 들이키는 일


카푸치노 한잔을 두고

바스락 거리는 가을을

들어보는 것



월,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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