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8할이 우연이었단 걸 그 때 알았더라면,
그때 그 날 눈이 내리지 않았다면
그때 너의 문자가 오지 않았다면
그때 내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그 식당에 자리가 있었다면
그때 비행기 티켓이 있었다면
그날 우리가 그 카페를 발견하지 않았다면
그날 우리가 다투지 않았다면
그날 우리가 대성당을 보지 않았다면
미세한 우연이
내 운명의 방향을 틀어놓고도
시치미를 때고 있었다.
내가 내렸다고 믿었던 모든 결정들마저
실은 인생이 내게 보여준 하나의 단면 덕분이었던 걸
나의 힘을 넘어선 웅장한 우연의
미세한 떨림이 놓은 아름다운 수
바람과 비와 눈이 여기까지 나를 데려다 놓았으니.
사뭇 진지했던 지난 날도 가고
이제는 마음 한켠의 여유를 찾아,
삶의 멋진 우연들을 맞이할 걸 그랬지.
인생의 8할이 우연인 걸
그 때 알았더라면.
콧노래, 가벼운 발걸음
들썩이는 어깨로
내 삶에 우연이라는 손님이 찾아올때
버선발로 마중나갈 걸 그랬지.
우연이 8할인 삶이라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저녁 퇴근길, 길가에 핀 꽃들
어젯밤 읽다만 소설의 구절을 떠올리며
내 삶을 꽃과 풀 향으로
가득채울 걸 그랬지.
인생의 8할이 우연인 걸 그 때 알았더라면.
"힘만 기르는 것이 아니라, 기르는 힘을 다룰 줄 아는 유연함을 길러야해. 그게 정말 실력이거든."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 내가 이 일을 하는 것, 내가 만나는 사람들.
사실 알고보면 정말 나의 뜻보다는 내가 만나는 사람, 나의 환경에서 기인한 것들이 많다.
어떠한 것 하나도 내가 결정한 것이 없었다는 걸 알았을 때, 인생에 약간의 배신감 같은 것을 느꼈다.
그러나 이상하게 동시에 작은 해방감도 느낄 수 있었다.
인생은 나의 결정과 더불어 미세한 우연의 조율로 방향이 조금씩 달라지고 결정되고 있었다.
그래서 어쩌면 나는 힘을 빼도 괜찮지 않을까.
힘을 빼고 가볍게 인생 전체를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내가 그리 원했던 긍정의 힘이 아닐까.
내가 할 일이 없으니 무력해지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더 애써야만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조금 더 여유롭고 유연해지라는 것이다.
종국에 인생을 더 즐기는 승자는 유연한 사람이라는 것을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나의 목표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했을 것이다.
선택은 진중하게, 그러나 결과는 대담하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나의 인생을 더 사랑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부터 나도 더, 유연하고 자유롭게 내 인생의 우연을 타고 나만의 비행을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