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bby is Free?

by 하루

Dobby is Free?


유년 시절부터 청소년기까지 내가 가장 좋아했던 해리포터 시리즈의 명대사 중, 어른이 되어 가장 와닿았던 명대사는 단연 이것일 것이다.


Dobby is Free~


옷을 선물 받아야만 종속된 가문에서 해방될 수 있는 집 요정 도비는 해리포터의 트릭으로 양말을 선물 받은 후 이렇게 외쳤다.

영화는 도비가 자유를 얻은 데서 도비의 이야기를 멈춘다.

하지만 해리포터의 덕후인 나는 롤링 작가가 만든 세계관 속에서 그 이후 도비가 향한 곳이 어디인지를 알고 있다.

자유를 얻은 도비는 얼마간 떠돌다 호그와트로 와서 자발적으로 호그와트의 집 요정이 된다.

물론 이전처럼 노예와 같은 생활은 아니지만 온갖 허드렛일을 해야 하는 건 동일하다.

그리고 도비의 마지막은 영화에서처럼 해리포터를 보호하다가 죽는 것으로 끝난다.

자유를 외치던 집 요정 도비는 왜 제 발로 일터로 돌아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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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그 단어가 주는 감정은 참 복잡 미묘하다.

기쁨, 환희, 후련함, 막막함, 두려움, 슬픔, 좌절, 분노 등 다양한 감정이 시간에 따라, 그리고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동료에게 퇴사를 내뱉은 순간 내가 가장 먼저 든 감정은 기쁨과 환희가 아닌 미안함이었다.

내가 유일한 직원이 아닌 이상, 혹은 직장이 망하거나, 단체로 퇴사하지 않는 이상, 퇴사에는 늘 남은 자들이 생긴다.

그리고 함께했던 일(work)들도 남는다.

남은 자들이 당분간 나눠 가져야 하는 짐이 얼마나 클지, 그리고 남은 자들의 마음에 남기고 갈 파도가 얼마나 크게, 오래 지속될지 모르기에 이번 퇴사에서는 미안함이 첫 감정이었다.


물론 매번의 퇴사에서 미안한 감정이 먼저 들었던 것은 아니다.

어떤 퇴사에서는 분노가 나의 첫 감정이었다.

비합리적인 시스템, 안하무인인 최고 결정자, 보복성 인사발령 앞에서 내가 내뱉은 퇴사는 분노와 원망이 얽혀있기도 했다.

또한 새로운 도전을 위해 퇴사를 결정했을 때의 나는 모험을 떠나는 첫걸음을 뗀 마냥 호기롭기도 했다.

공부를 위해 퇴사를 결정했을 때는 사뭇 비장하면서 동시에 두렵기도 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이 감정들이 또 바뀌었다.

퇴사 날은 대부분 후련함이 들었지만, 일주일 후쯤은 대부분 막막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내 선택이 맞는 선택이었을까 다시 한번 고민에 빠지게 된다.

다음 스텝까지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불안함이 찾아오기도 했다.

하드워커인 나는 그 불안함을 치워버리기 위해 계속해서 무언가 일을 만들어 냈던 것 같다.

감정도 감정이지만 돈도 문제다.

퇴사 후 받은 퇴직금을 까먹으며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몇 년 일한 퇴직금은 애석하게도 몇 달이면 생활비로 다 소진되고 만다.

경험상 사회생활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생활비가 덜 나가진 않는다.

물론 든든한 가정이라는 울타리 속에 조금씩 용돈을 받으며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야 조금 덜하겠지만 자신의 벌이만큼 넉넉하지도 맘 편하지도 않다.

'경제적 자유가 무너지는 것',
퇴사가 자유롭지만은 못한 가장 큰 이유이다.


하지만 퇴사에 부정적인 감정과 요인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퇴사와 동시에 나는 자연인인 ‘나’ 그 자체가 된다.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나의 시간을 나의 뜻대로 사용할 수 있는 자유는 얼마를 주고도 바꾸기 힘든 가치가 있다.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 가고 싶었던 곳들,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 일 때문에 챙기지 못했던 나의 욕구들을 자유롭게 또 여유롭게 실현할 수 있다.


나를 둘러싸고 있던 틀에서 벗어나 나의 다음 단계를 보다 넓은 방향으로 탐색해 볼 수 있다는 것도 퇴사의 큰 장점 중 하나인 것 같다.

틀에서 나와 세상을 보면 세상에는 가능성투성이다.

물론 가능성을 볼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이 있어야 보이는 것이겠지만.

'불안한 자유'
퇴사 상태의 감정을 표현하는 가장 좋은 표현은 이 단어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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