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즈음 나의 남자친구, 친구, 가족들은 내가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나는 어째서인지 그 말들을 흘려듣고 문제의 원인을 나에게서 찾고 있었다.
잠을 못 잤다.
점점 수위가 높아지는 센터장의 언어폭력은 나의 심장을 문제라도 생긴 듯 이상하게 뛰게 하였으며, 하루에 3시간도 못 자는 불면증을 불러일으켰다.
3일간 잠을 한숨도 못 자고 수면제 처방을 위해 방문한 정신과에서 나는 정신이 번뜩 드는 말을 듣게 되었다.
의사 : 정말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나 : 네?
의사 : 아니 본인이 거기 입사한 지 1년도 안 됐다고 했잖아요. 근데 센터장과 선임은 재단 일을 하는 게 당연하고, 당신과 신입이 센터를 알아서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게 그게 맞는다고 생각해요? 정말 당신이 빠르기만 하고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다면 왜 당신에게 센터 일을 모두 맡기죠?
나 : ….
의사 : 왜 당신이 신입과 선임의 업무까지 관리하고 책임져야 하나요? 그곳을 책임지는 사람이 당신인가요? 논리적으로 하나도 맞지 않는 말이고 이걸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잖아요.
수면제를 먹고 깊은 잠에 빠졌다.
자고 일어나니 오랜만에 머리가 개운했다.
휴가를 내고 정신과를 한 번 더 찾아가 이런저런 검사를 했다.
의사 선생님과 상담도 했다.
이상하리만큼 검사 결과가 좋았다.
잠깐 의심했던 공황장애도 아니었다.
스트레스 지수가 매우 높게 나온 것 외에 스크래치 난 자존감도 평균 이상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상당히 건강한 편이라며, 지금 상황을 벗어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 일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상황을 다시 보라고 말해주었다.
자고 일어나니 의사 선생님의 말씀대로 너무나도 명확하게 현재 상황이 보였다.
정신 차린 나는 다시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억까를 그냥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를 본 센터장도 더욱더 열을 내기 시작했다.
내 인내심이 바닥에 닿은 날, 설 전 마지막 출근일이었던 그날은 전날 2일을 밤을 꼴딱 새워 다 같이 전년도 제출서류를 완성한 날이었다.
설 연휴 전날이니 5시에 퇴근하라던 센터장은 4시 50분쯤 연간 사업계획서에 들어간 자료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말도 안 되는(존재하지 않는) 통계자료를 찾아 수정하고 가라고 소리쳤다.
연간사업계획서의 해당 부분은 선임이 작성한 내용이었고, 나는 당연히 나 개인에게 한 말로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 직원과 같이 고개 숙인 채 조용히 들으며 눈치를 보고 있었다.
사업계획서를 작성했던 선임이 '네, 알겠습니다' 답하자
센터장은 대뜸 내 쪽으로 서류를 던지며 '야! 000!!!' 하고 소리를 쳤다.
'???'
대뜸 던져진 화살에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고 마치 꿈 속인 것처럼 감각이 아득해졌다.
센터장이 왜 나에게 화를 내고 있는지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미 눈이 뒤집힌 센터장을 진정시킬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게 보자보자 하니깐!!! 죽고싶어?!! 저 싸가지없는게 어디서!!!…(대충 내용없는 쌍욕)'
한참 동안 폭언을 부어낸 후, 명절이 끝난 첫 출근일 10시까지 자료를 작성해 넘기란 말에 그제야 나는 정신을 차리고 '네?'라고 반문했다.
단마디로 내뱉어진 의문문에 센터장은 갑자기 선임 빼고 모두 나가라고 소리쳤다.
고래고래 소리치며 나가라 하니 나 포함 모든 직원은 서둘러 자리를 정리하고 나와버렸다.
명절 후 첫 출근,
선임은 나와 다른 직원을 향해 자신이 너무 물러 직원들의 성장이 없다며 앞으로 단호하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선임은 내 쪽으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았고, 업무적인 대화조차도 피하며 노골적으로 나와의 소통을 거부했다.
납득이 가지 않는 전개였다.
그건 분명 선임의 업무였는데…?
나는 드디어 이 상황에서 탈출할 것을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