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윌슨 지음, 김지연 옮김
운동복이 필요해서 여성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공통 답변이 일관되게 룰루레몬이 정말 좋은데 비싸다는 것이었다. 내가 운동에 그렇게까지 진심인가 숙고해 보면 애매해서 매번 저렴한 브랜드를 이용하곤 했다.
문득 다이슨 에어랩을 쇼룸에서 테스트해 보고 머리카락이 또로록 말리며 와우 했던 바로 그 순간이 떠올랐다. 당장 갖고 싶었지만 가격이 꽤 있어서 대신 창업자 자서전을 샀는데, 뜻밖에 무척 흥미진진했고 배울 점도 많았다. 물론 책까지 읽었는데.. 라며 고가의 쇼핑이 정당화되는 수순이기도 했다.
이 책도 그리하여 제품을 사기 전에 책이 먼저 손에 들어온 케이스다. 하지만 책이 너무 두꺼웠고 초반에 먼저 룰루레몬 이전의 회사를 엑싯한 이야기가 일단락 지어지는 바람에 김이 약간 샜고, 바람 빠진 풍선처럼 저항 없이 백화점으로 향했다.
쇼핑 결과는 가격만 빼면 단점이 없다는 말에 나도 공감하게 되었다는 것. 햐- 여태 입어본 레깅스가 이렇게 몸을 잘 잡고도 보드라우며 얇은 적이 없었다. 루온이라는 룰루레몬 자체 개발 원단이라고 한다. 온종일 운동을 쉬지 않던 스포츠맨이었던 저자가 첫 사업을 접고 긴 시간 운전을 하며 직접 요가를 배우러 다니며 적절한 옷이 없음을 깨닫고 적합한 소재를 개발해서 디자인을 했다고 한다. 또한 그 장거리 운전 내내 들었던 자기계발서 오디오북이 훗날 이 회사의 조직문화의 근간을 이루게 된다. 우연과 필연이 적절히 섞여 엄청난 결과물로 이어진 이 대목이 정말 흥미진진했다.
오프라인 구매 매장 구매 경험도 편안했다. 후에 책에서 읽었지만 이 회사의 창업 시에는 ‘에듀케이터’라 이름 지은 매장 영업직의 급여를 공립교사보다 높게 줘서 유능한 사람들을 고용하여 조직 내에서 성장시키고, 그런 사람들이 직접 가격에 무관하게 고기능 요가복을 원하는 뾰족한 고객군인 ‘슈퍼걸’인 고객을 응대하여 빠르게 피드백을 받아 제품도 잘 개선한다는 게 전략이었다고 한다. 이런 전략들이 잘 작동했다면 매력적인 일터였을 것 같다.
어쨌든 옷은 잘 입고 책은 미뤄둔 채 겨울을 나고 나머지 2/3은 최근에 우연히 펼쳤다가 이내 곧 빠져들어 포스트잇을 많이 붙이며 마저 읽었다.
(이어서) 저자는 상장 시점 전후 회사에서 일어난 경영 관련 이슈들을 상반되게 평가한다. 창업 시점부터 상장 시점까지는 많이 들어본 스타트업의 성공 스토리와 비슷하다. 돈이 쪼들리는 시기가 도래하긴 하더라도 창업 초반의 회사는 비전이 뚜렷하며 제품 컨셉은 뾰족하고 사기가 충만한 직원들과 애자일하게 일하고 성장하며 매우 큰 성취감을 느낀 걸로 묘사된 것 같다. 지역 내에서 요가를 배울만한 공간이 없을 때는 매장을 활용하기도 하는 등 커뮤니티와의 소통도 활발했다. 직영점을 고수하는 전략으로 영업이익률도 높았다. 20세기말이라는 창업 시점은 요가복 브랜드 경쟁자들에 비해 빠른 편이었다. 읽기만 해도 매일 신났을 것 같다.
그러다 일정 규모에 진입하니 보다 체계를 갖춰야 성장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수단 중 하나가 투명한 회계 기준에 의해 회사를 운영하고 상장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책의 후반 절반은 외형적인 지표에 치중한 (저자가 동부 출신들이라고 선 긋는) 경영인들과의 다툼 속에 입지를 상실해 가지만 제품에 대한 영혼만은 살아있는 창업자의 고군분투로 묘사한 것처럼 보였다. 책장을 넘길수록 이렇게까지 서로 불행한 사이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독자도 마음이 안 좋았다.
하지만 저자가 룰루레몬에서 영향력을 상실하게 된 TV쇼 사건에 대한 해명이나 브랜드명 작명 시의 L 발음 채택, 쇼핑백 메시지 변천사 등을 보면 마음 답답함이 가중되는 나는야 회사원 실무자..
비록 이 책의 후반부는 비통하게 묘사되었으나 그동안 이 회사는 주가가 많이 올랐다. 특히 코로나 이후 애슬레저룩의 성장세가 컸고 최근에는 중국에서 가장 선호하는 스포츠 브랜드 2위에 올랐다는 소식도 증권가를 통해 들렸다. ‘독특한’ 조직문화에 대해서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있다니 그걸 읽어봐야 삼자대면 하듯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최근 사장님의 마음이란 뭘까 궁금했던 끝이라 이 책을 보며 다시 한번 역시 남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와 같은 과정에서 본인과 다른 성향의 사람들과의 비즈니스 관계에서 갈등과 배운 점이 이 책에 낱낱이 적혀 있는데 이건 메모해 둘 만한 것 같다.
또한 저자는 거의 직관으로 목표를 정하고 저렴한 상품이나 스포츠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고객은 고려하지 않았다. 이 부분을 읽을 때 정말 충격적이었다. 오히려 데이터가 많고 세그먼트별로 쫓아가서 찍어주는 기술 단가가 낮아진 요즘 같은 시대에는 더 어려운 결정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는 누구인가] 라는 장(p.409)에서 묘사하는 바람직한 외피로서의 옷에 대한 대목을 봐도 옷의 여러 기능 중 철저히 ‘기능‘에 집중한다. 요가복 브랜드로 출발했으나 요가의 정신이나 사용자의 건강 등 의류의 기능 외의 것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한다.
성장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체득한 본인이 가장 잘하는 것에 대해 잘 알고 그걸 잘 쓴 결과이기도 하다. 세일즈포스의 마크 베니오프의 책이나 이 책과 동종 분야 브랜드인 나이키의 <슈독> 모두 성장과정에서 발견한 것을 매우 집요하게 고민하여 명료하게 가다듬어 시장에 연결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 점은 현시점에서 정말로 배우고 싶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