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진료기록
의사 선생님과의 세 번째 만남
익숙해진 듯 낯선 공간 안에서, 선생님은 다시 나를 향해 질문을 건넨다.
“남편이 아직도 두렵고 무서운 존재로 보이나요?”
나는 대답했다.
”네. 눈을 마주칠 수 없어요. “
나는 아직도 그의 눈을 마주칠 용기도 없고,
마주치면 생각나는 그때의 기억에 사로잡혀 있다.
그가 내 앞이나, 옆, 같은 공간에만 있어도 숨이 턱 막힌다.
그걸 유일하게 견디게 해 주는 건
내 앞의 의사가 처방해 준 아주 작은 알약 두 개였다.
불편한 사람들. 남편의 가족.
그들과 마주 앉아 짧은 대화조차도 힘들어 자주 화장실에 가고
이후에 집에 돌아와 엄청난 속 쓰림과 설사를 반복한다.
그들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내 신체리듬이 점점 무너지고 있었다.
머리는 괜찮아, 잠깐이면 될 거야… 하고 타이르지만
내 몸은 전혀 다르게 반응하고 있었다.
갑작스레 밀려오는 복통, 소화불량. 혈색이 사라진 내 얼굴,
몸이 기억하는 공포는 이성보다도 빠르게 반응했다.
나는 남편의 가족, 남편과 관련된 자들, 그리고 나의 아버지만 만나면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내 몸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의사 선생님은 조금 더 약 용량을 늘려 처방해 주셨다.
그 약은 나에게 조금의 평화를 가져다주었다.
불면증. 잠을 쭉 잘 수 있게 유지해 주는 약.
단지 알약 하나로 나는 짧은 숨을 고를 여유가 생겼고,
늘 긴장 속에 살지 않도록 도움을 받았다.
문득.. 약봉투를 가지고 오는 날이면 날마다
이 약을 평생 먹어야 할까?
나를 위해, 아니면 다른 이들을 위해?
의사 선생님께 질문을 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평생 먹어야 되는 사람도 있고, 안 먹어도 되는데 불안해서 계속 먹는 사람도 있다고.
그 말은 내게 현실이자 위로, 동시에 나의 삶의 저 먼 미래로부터 압박감이 밀려오는 무거운 질문이었다.
정말 나는 이 약 없이는 평화를 느낄 수 없을까?
내가 나를 조절할 수 있게 되는 날은 오지 않는 걸까?
약이 아니라 나 스스로를
나를 다스릴 수 있는 그날이 언젠간 올 수 있을까?
나의 이 작은 의문은,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고
희망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나는 여전히 불안하지만, 동시에 괜찮아지고 싶은 마음도 있다.
언젠가는 누군가와 눈을 마주치며 웃을 수 있을까
그 사람이 남편이든, 낯선 타인이든,
나의 마음이 아닌 몸까지도 편안한 그 순간이 찾아올 수 있을까.
약은 내게 잠시의 안정을 주었고, 나는 그것에 감사한다
하지만 언젠가, 약 없이도 평화를 찾을 수 있기를 나는 바란다.
그것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놓지 않은 채로,
나는 오늘도 알약을 삼키며 하루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