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공황이 왔어요

한 달 만에 만난 의사 선생님

by 달항아리




“선생님, 공황이 왔어요.

약을 투여하지 못했어요. 먹어야 될 시간에 먹지 못했어요. “


“그리고 그날 공황이 오기 몇 시간 전에 남편과 싸웠어요.

제가 많이 지쳤어요. 울고 화가 났었거든요.

운전 중인데 갑자기 부웅 뜨면서 날아다니는 느낌에-

소름이 돋았어요 이러다 죽겠구나-

비상 깜빡이를 켰는데- 길이 울퉁불퉁하게 저에게 다가왔어요. “



선생님은 지긋이 나를 바라보더니

“모든 걸 연관 지어 생각하는 습관이 있으시네요. ”

라고 했다.






“공황은. 그냥 찾아와요. 아무 때나요.

환자분이 연관 지어 생각하지 않아도

그냥 시도 때도 없이 공황발작은 찾아온답니다. “


그럴 땐 당황하지 말고 급할 때 먹는 약을 먹거나,

숨을 고르고 차분해지려고 노력해 보라고 하셨다.




나는 당황스러운 그 순간들을 잊지 못한다.

길이 구불구불 몸이 붕 뜨고

따귀를 때려도 돌아오지 않는 정신,

멈추지 않는 공포, 그로 인한 당혹감. 나를 바닥으로 짓누르는 압박감

운전하는 사이에 찾아와 길바닥에 앉아 한참을 울게 했다.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너무 무섭고 두려웠다.

살기 싫었는데

이렇게나 살고 싶었던 적은 처음인 것 같다.





길바닥에 한참을 앉아 울고 있는데

내 발끝으로 작은 벌레가 기어 다녔다.

아주 작고 작은 벌레는 내 발끝을 지나쳐 도로 쪽으로 기어가고 있었다.

바라보는 동안 숨이 고르게 쉬어지고, 눈물도 멈추었다.


작은 벌레가 나를 진정시켜 주었다.


울고 있는 동안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울음이 나왔다. 그렇게 미운 남편인데 무섭고 두려운 사람인데..

근데 이 사람이 나한테 오고 있다.

지금 당장 나에게 필요한 사람.


나를 보호해 줄 사람.


그렇게 나는 또 오늘 하루를 버티며

그에게 기대었다.




선생님은 공황이 온건 좋은 신호가 아니지만

남편과 무언가 발전될만한 일이 있었다는 것은

부부간에 너무나도 좋은 일이라고 하셨다.

이렇게 하루하루 버텨보기로 했다.



또 하루, 이틀 이러다 보면 나도 행복해질 날이 머지 않아 오겠지.














keyword
이전 05화05. 작은 알약의 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