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약을 줄이고 싶어요.

선생님. 힘들어요

by 달항아리



3주 만에 선생님을 만났다.



그러면서 그동안 있었던 일을 물어보셨다.


또 남편이랑 통화하다 분에 못 이겨 공황이 왔던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생님은 놀라셨다. 어머니가 응급으로 급할 때 먹는 약을 입에 넣어주셨고

20분 정도 진정이 안돼서 혼잣말하며 침대에 누워 잠들었다고 말했다.










"약에 의존하는 내 모습은.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루하루 야위어가요.


매일 밤 자기 전 먹는 약이 없으면 불안해 미칠 것 같고

차에 두고 오면 새벽이든 나가서 가져왔어요.


선생님 약을 줄이고 싶어요.

의존하는 제 모습

이제는 약 없이 잠도 못 들 것만 같아요."



선생님은 한숨을 푹 쉬셨다.





"지금은 평온해 보이지만, 내면 깊은 곳에 우울감은 확실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혼을 하면서 그 후로 자유를 얻어 이제 끝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내면의 우울감 늘 소리 없이 다가올 겁니다.

무서운 상대로부터 상황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고요.

환자가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것입니다.

보다 덜 우울할 수 있게 활동적인 일을 하고 즐겁게 살아가는 것도 방법입니다.

하지만 아직 안정적인 상황이 아니라 좀 더 약은 나중에 줄이도록 해요.


이혼을 하는 시점 즈음에 다시 이야기해보도록 하죠."





선생님은 마스크를 살짝 올리시며 나를 쳐다보셨다.

내가 오히려 침울해하니 선생님이 나를 바라보시더니 눈으로 웃으시며



"이제 얼마 안 남았습니다. 힘내세요."



라고 나직하게 말씀하셨다.






병원을 나오는데.

그냥. 조금. 이상했다.



평생 먹을 것만 같았는데 줄여보도록 하죠 라는 말이

너무나도 희망적으로 들렸다.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고 하는 것만 같았다.

온몸으로 나는 정상이야라고 외치는 것만 같았다.



그러고 싶다. 의존하는 게 두렵다.



나 혼자 스스로 삶을 개척하고 살아가고 싶은데

무언가에 얽매이거나 무언가 없으면 두려운 그런 삶은 싫다.




사람에게 의지하고 채울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그 한계도 필요하다..


그마저도 못하면, 나는 인간이 아니라 산에서 혼자 살아야 한다.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데 가끔은 혼자도 있고 싶다.


나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 수 있게

한 번씩 연습해야겠다.






오늘은 거절하고-






쉬고 싶어요라고.





나 뭐든 잘해요, 열심히 해요.

그건 이제 넣어두기로.




keyword
이전 06화06. 공황이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