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안녕

어색한 단어.

by 달항아리




기다리던 기일이 다가왔다.


남편과 나는 접수를 하고 의자에 앉아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차례차례 판사에게 갔다.



그냥 병원에서 환자를 부르듯이

다음 순서가 되면 이름이 호명되고 사람 두 명이 같이 들어갔다 몇 분 정도 있다가 나왔다.




울거나 웃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공간에서는 공기마저도 숨이 막혔다.

감정이란 걸 모두 버리고 온 사람들 같았다.







사람들은 그렇게. 판사 앞에서 어떻게 할지 브리핑을 했다.

판사는 고지했다. 앞으로 행할 권리등을 알려줬고, 이혼을 수락했다.





문을 열고 나오는데 이상하리만치 개운하거나 갑자기 속상하거나 그렇진 않았다.

혹시 몰라 공황장애 약을 챙겨 왔는데 그 약을 먹을 정도로 힘든 순간도 없었다.





구청에 가서 신고하고 와야 된다고 했다.

그래서 남편과 차를 타고 가까운 구청으로 갔다.




남편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때 여기서 혼인신고 했었는데."

라고 말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갑자기 그런 말들을 꺼내는 이유를 나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나와 남편은 다른 언어로 다른 대화를 하고 있었다.

오늘도 끝나는 이 마당에. 남편이 나에게 혼잣말로 그 말을 하는 이유를 나는 아직도 찾고 있다.




서류에 이름도 적고 사인도 했다.

이것저것 적고 나니

남편차례가 되었다.


남편이 적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그와 나의 글씨가 보였다.


종이 위에 놓여있는 모습이 참 많이 닮아있었다.



같이 놓여 있는 마지막 글씨.

13년 동안 함께 했던 글씨.




이 서류를 보내면 이제 우리는 남이 된다.




각자의 길을 걸어간다.













...







다 끝나고 나서 걸어가는 중에


"남편이 점심 같이 먹을래?"


하고 물었다.





나는.


"그냥 갈게. 안녕"


하고 대답했다.







그 사람이 나에게 처음 데이트 하고 싶어 말을 건넨 게

밥 먹자고 한 거였기 때문에,



그 말이 얼마나 깊게 용기 낸 말인지 알아서였다.






거절해서 미안하지만

나는.. 내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 황급히 그 자리를 떠나야만 했다.







돌아오는 길에 왈칵 눈물이 났다.

이제 다 끝났다는 생각에 그동안의 서러움이 밀려왔다.

혼자 여기까지 정말 잘 버텼다는 생각에 엉엉 울어버렸다.




차에서 혼자 실컷 울고 나니 어느새 집에 도착했다.

눈이 퉁퉁 부었지만,

마음은 조금은 개운해졌다.








이제. 정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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