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날 같은 말을 들고 온 남편
아무래도 그 사람도 많이 준비하고 생각했던 거겠지.
나에게 무어라 말해야 할지.
말주변이 원체 없던 사람이란 거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마지막까지 상냥하지 않았다.
법원에서 기다리는 30분 정도 되는 시간,
그 사람은 나에게 많은 날카로운 말들을 뱉어냈다.
내가 싫은 이유,
나한테 정이 떨어진 이유들.
하나하나 나열하며 또 나에게 쓱 긴 칼을 꽂았다.
나에게 한 행동에 대한 사과는 전혀 없었다.
잘 살아라라는 그런 말조차도 없었다.
그냥 넌 역시 똑같구나 하며 나에게 비꼬는 말을 연신 해댔다.
나는 이제 화조차 나지 않았다.
끝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더 화를 내고 싸워봤자, 늘 똑같은 결과.
그냥 받아들였다.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이제부터는 동일한 의견만 가지고 가자.
우리에게 묶인 건 자식뿐이니까.
나도 모르게 남편에게 반항을 했던 것 같다.
부조리함을 느끼며.
내 시스템이 이제 무언갈 깨달았고,
무방비하게 폭력에 노출된 걸 인지하는 순간
나와 남편의 관계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이 멀어져 버렸다.
늘 남편은 나에게 어리니까, 여자니까,
이것저것 다 본인 입맛에 맞추며 나를 부렸다.
나는 365일 24시간 그 사람의 비서 같은 존재.
매끼 식사, 청소와 빨래, 잔 심부름, 아이들 육아,
그리고 새벽까지 이어지는 사업장의 업무,
사업의 고충, 감정쓰레기통, 상담사 역할까지
나는 거절을 몰랐다.
당연히 사랑으로 이겨낼 수 있을 거야. 라며 나를 달랬다.
매번 아이들을 보며 참고 또 참았다.
이제- 나에게 날아온 물건들이
나를 프레임 속에서 꺼내줬다.
그날 나의 프레임은 산산조각이 났다.
평범하고 행복했기도, 힘들기도 했던 나의 인생 한 챕터가 부서졌다.
새로운 삶이 열리는 첫날이 되었다.
생각이 이래저래 많아졌다.
적지도 많지도 않은 나의 계획.
휴대폰에 있는 어플을 필요한 것들 빼고 모두 정리했다.
이제 내가 끌어안고 있던 모든 물건들을 정리할 시기가 온 것 같다.
서글프기도 했다.
분수에 맞지 않는 것들은 과감히 버려보기로 했다.
해가 뜬다. 이대로 사라져 보고 싶기도 했다.
일어날 시간이다..
내 삶도 일어날 시간이다.
사라지지 말자, 잘 버티고 잘 지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