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토에 서서 산하를 바라보다 제7화)
지명은 한 번 정해지면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태어나고 변하고 사라지고 다시 생겨나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사람들의 염원 역사 문화가 스며 듣다.
따라서 지명은 단순히 어떤 지역을 지칭하는 명칭이 아니라 오랜 역사와 문화가 켜켜이 쌓여있는 살아있는 문화유산이다.
왕조 시대의 지명 변경은 주로 정치적 이유에서 이루어졌다. 새 왕조가 들어서면 자신의 이념을 지방 곳곳에 심기 위해 지명을 바꾸었고 지식과 정보를 독점한 지배층은 지명 개명을 통해 피지배층을 교화하려 했다.
오늘날은 우리는 자본주의와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경제적 이익을 어느 때 보다도 중요시한다. 지명 개명의 성격도 이런 시대상황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각 지역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특산품을 더 많이 팔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강조하기 위해 지명을 개명하고 있다. 지명은 문화유산으로서 보호할 가치가 크지만 현실에서는 경제적 이유를 우선하여 개명한다.
중국의 사례
예부터 중국에서는 산악과 명승지의 지명이 중요하게 여기고 사람들의 명산 숭배와 그런 산에서의 유명한 인물들이 활동 흔적을 기억과 보존의 대상으로 삼았다. 이런 문화적 자원과 생각은 지명 개명에 영향을 미쳐왔다.
현대에 들어서는 문화적인 측면보다는 관광과 시장경제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여러 지역에서 이런 사업 발전을 위해 지명 개명을 하고 있다.
지난 30여 년간 많은 지역에서 산악 명칭과 명승지 이름을 행정구역 명칭으로 삼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동남지역이 대표적이다.
복건성 무이산:944년부터 숭안현, 1989년 개명
안휘성 황산:오랫동안 휘주, 1986~88년 변경
강서성 여산:구강현·성자현 일부 지역 분리
다음은 명승지 이름이 행정 지명 된 경우
감숙성 천수시 맥적구-맥적산 석굴,
후난성 장사시 악울구-악울산 악울서원
호북성 황석시 서새산구-시의 내용,
안휘성 합비시 촉산구-대촉산
안휘성 저주시 낭야구-구양수 낭야산 정자 활동
강소성 무석시 혜산구-혜산의 해산사
광주시 백운구-백운산,
강소성 서주시 천산구-천산공원
이들은 불교 예술, 유교 문화, 신선을 우러러 봄, 유명한 인물의 시와 노래를 지명으로 연결한 바 이는 전통문화의 현대 시장경제로 유입이다.
한국의 사례
우리나라도 최근 들어 지명 개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일제 잔재 청산, 지역 정체성 확립, 행정구역 통폐합, 관광객 유치가 주요한 명분이다. 또한 잊혀가는 고유 지명이나 역사적 의미를 가진 명칭을 복원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역 홍보와 방문객 유치라는 경제적 목적이 근저에 깔려 있다. 다만 산이나 명승지 이름이 곧바로 행정지명으로 바뀌는 일은 아직은 없다.
유명한 산 이름을 행정지명으로 개명시도
요즘 들어서 지역 홍보를 위해 소백산· 대청봉 같은 유명한 산 이름을 독점하려는 몇몇 지자체들이 지명 바꾸기를 시도 있다. 예를 들면 소백산은 전국에 알려진 산의 고유명사로 주변 지자체와 주민 등이 함께 사용해 왔다.
영주시가 소백산 명칭을 행정구역 명칭으로 사용하려 하자 인근 지자체와 주민의 반대와 법원의 판결로 계획이 중단되는 사례가 있었다. 이는 관광·경제 활성화를 위해 명산 이미지를 내세운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지명은 단순한 이름이 아니라 자연지리와 인문적 특징을 반영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담는 그릇이다. 또한 지명에는 신화 전설 종교적 믿음이 담겨 있어 그 시대 사람들의 가치관과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다.
따라서 지명은 곧 문화유산으로 오랜 세월 형성된 가치와 미학 전통의 기록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지명 문화에 대한 인식과 보호 의식이 부족해 지명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바뀌려 하고 있다.
지명은 땅과 사람 땅과 사건 땅과 물질을 잇는 다리이다. 시대 변화에 따라 지명이 바뀔 수는 있지만 그 방향과 방법이 바람직한 가는 깊게 고민할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