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토에 서서 산하를 바라보다 제8화)
강 주변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었다. 물길은 교통로를 주변의 비옥한 땅은 삶의 터전을 마련해 주었다. 그 곁에 우뚝 솟은 산은 길잡이가 되고 고을의 상징이 되며 우러러보는 신성한 존재로 여겨졌다.
그래서 강 주변의 산은 그냥 보이는 풍경이 아니라 사람들의 소망과 믿음을 담은 장소로 받아들여지고 종교와 전설로 인도하는 안내자가 되었다. 이처럼 강과 산은 자연경관을 넘어 역사와 문화의 기억이 되어 지명에 무늬를 새겼다.
장강 중류에서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강 양쪽 곳곳에 산 이름을 딴 지명들을 만날 수 있다. 그 지명에는 명산을 숭배하던 자취, 불교와 도교의 신앙, 전설 속 제왕들의 흔적이 혼자서 혹은 어울려 녹아들었다. 그래서 이 지역의 지명은 단순히 산을 가리키는 이름 같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배어 있다.
이런 성격의 지명은 공교롭게도 중국 동쪽 땅의 바닷가에서 출현했던 산악숭배, 신선추구, 불교 도교의 영향, 제왕의 업적등의 이야기가 다시 나타나는 지명 문화의 중복 성격을 띠고 있다.
장강 중상류의 지역은 중국에서 산이 가장 넓게 분포한 곳이다. 또한 시기와 명명 방식은 다르지만 앞서 말한 여러 요소와 교감하며 지명에 배어들었다.
그중에서도 강서·호북·호남은 외곽이 산맥으로 둘러져 있고 내부는 호수와 농경지가 많아 물과 곡식이 넉넉한 지역이었다.
호북성 호남성은 주변에 높은 산과 큰 하천이 적지 않고 산악은 험준하나 하천 주변은 옥답이 많아 사대부와 농부의 찬탄을 자아낸다. 그러나 직접 산악지명으로 연결되는 경우는 그다지 많다. 오히려 비슷한 자연여건인 강서성은 비교적 많다.
강서성 : 영풍현-영풍산, 횡봉현-횡봉산,
만년현-만년봉, 여산시-여산,
청원구-청원산, 정강산시 안원구-안원산,
대여현- 대류령
호북성 : 경산시-경원산, 영산현-영산
무한시 홍상구 청산구-홍산·청산,
호남성 : 남산현과 봉황현-봉황산,
석문현-천문산(옛 석문산)
장강을 더 거슬러 오르면 사천 분지에 이른다. 이곳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내부는 구릉과 평지가 많아 분포하는데 산 이름에서 딴 지명에 특히 많이 나타난다.
사천분지의 아랫부분에 중경이 있다. 중경 입구 전 험준한 산세가 펼쳐지며 무속과 용을 숭배하는 민속이 산세에 따라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 이곳의 산 지형은 손님을 영접하는 형세처럼 양쪽으로 산이 기립한 자세이며 사천분지에 이르면 한 곳이 움푹 파여있어 장강이 이곳으로 드나든다.
사찬 지역은 도교의 수련지이고 신선 사상의 발원지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장수와 신선이 되고자 하는 염원이 산을 통해 상징화되고 지명에 나타나고 있다.
파촉 입구
무산현- 무산, 무롱구-무롱산, 장수구-장수산,
동량구-소동량산
사천분지
아미산, 공협산, 악산, 노산 등 불교 도교 관련
의룡현-용성산과 대의산에서 한자씩 채용,
화형시-화형산, 공협시-공협산 미산시-미산
아미산시- 아미산 악산시-지악산
노산-노산현 팽산구-팽조산 병산현-보병산
검각현-검문산
사천 분지의 배에 해당하는 지역에는 소수민족 자취와 언어의 존재 연관
금당현 -금당산, 삼태현-삼태산
산에서 비롯된 지명은 단순히 자연의 흔적이 아니다. 그 안에는 사람들이 자연을 바라본 시선, 염원, 문화와 신앙이 담겨 있다.
그래서 지명을 따라가다 보면 단순히 땅의 생김새를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 땅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하며 어떤 마음으로 이름을 붙였는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산과 연관되는 지명은 지리형상에서 연유되었으나 인문과의 상호작용의 결과이기도 하다.
장강 중류는 흐르는 물이 많고 흐름도 빠르다. 주변에는 높은 산이 많이 분포한다. 이러한 강과 산이 구름에 둘러싸인 모습을 바라보면 마치 바닷가 선경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중국 동부연해지역에 나타나는 이야기 구조가 이 지역의 산 이름과 지명에 또 나타나는 현상으로 여겨진다.
또 다른 각도로 보면 황화유역의 문화가 강의 흐름을 타고 동쪽 바닷가로 흘러 되고 다시 중원의 남쪽방향으로도 이동하여 장강 중류에 출현한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다. 혹시 황화 문명의 확대 재생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