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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물줄기에서 이름이 피어났다

(강토에 서서 산하를 바라보다 제10화)

by 오해영

옛 문명의 태어남과 문화의 발전은 강 덕분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중국 문명은 황하에서 나왔으며 한반도의 문화 탄생과 발전 역시 한강이 좌우했다고 표현한다.


그런데 이 두 강은 무척 길고 넓으며 물 흐름이 험하여 강에 기대어 일상생활을 영위함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고 오히려 홍수가 수시로 엄습하여 삶과 터전에 큰 재앙을 가져오곤 했다. 이런 큰 강이 문명 발아와 문화발전을 가져왔다고 말할 수 있는가?


황하의 경우


이백은 시를 통해 황하를 정신이 충만한 거대한 용이며 강물은 하늘에서 나와 바다로 치달리고 돌아오지 않는다고 노래하였다. 이러한 거대하고 거친 힘은 어디에서 왔을까? 황화 자신이 가진 능력일까?


이는 황하가 발원지에서 나와 흘러가면서 주변에 작은 여러 물줄기를 받아들임 덕분이다. 황하 상류의 경우 백하 흑하 황수 대통하 대하하 도화 등 여러 지류의 물이 황하로 들어온다. 이 지류의 물이 황하 상류 강물의 70% 차지한다.


중류에서도 위하 분하 낙하 이윤하 변하의 물이 보태져 비로소 황하는 이백이 표현한 것처럼 신의 풍채와 능력을 갖춘다. 지류 하나하나가 황하 유역의 모퉁이와 구석구석에 흘러 고대 문명 탄생의 요람 역할을 하였다.


따라서 황하의 문명 잉태는 황하 자신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지류에 의존한 결과이다. 이런 작은 물줄기가 중국 문명의 진정한 고향이며 이 지류들의 이름이 중국 강토에 깊게 새겨졌다.


중국 문명의 중심지인 중원에 세 강이 흐르는데 삼천三川은 황하 낙하洛河 이하伊河를 일컫는다. 중원의 중심인 낙양은 낙하 북쪽에 위치함에 그렇게 부른다.


낙하와 이하 발원지는 화산남측 숲으로 두 강이 합쳐진 후 황하에 들어선다. 이 강 유역은 예부터 물길이 평온 온화하며 주변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고 농경생활하기에 매우 적합했다.


이 지역의 언사는 상나라 수도였으며 한위漢魏 시기 낙하 부근에 성을 쌓고 이 강을 보호막으로 활용하였다. 이하에 있는 낙양시 낙용구는 용문석굴에서 유래하는데 산 사이 계곡에 이하가 흐르고 이 물길이 용문의 대문 역할을 한다. 이천현도 이하에서 나왔다.


감숙성 정서시 위원현은 위하渭河에서 따 왔는데 발원지인 조서산은 과보가 해를 쫒다가 목이 말라 물을 마셨다는 신화가 있다. 또 우임금이 산을 파내어 위수를 동쪽으로 흐르게 했다는 전설에 따라 우하라고도 한다.


위하의 큰 힘에 서안의 번영이 가능하였으며 함양은 위하 북쪽 기슭에 있어 그렇게 부른다, 또한 함양의 위성구 위남구도 위하에서 유래한다,


경수는 영하의 육반산 동쪽 숲에서 발원하는데 위하의 지류이다. 많은 황토가 경수에 유입되어 누런색깔로 흐르다가 푸른색의 위수와 만나는데 이런 현상에서 경위라는 말이 나왔다. 경원현은 경수에서 나왔다.


위하가 동관에서 황하에 유입된 후 황하의 또 다른 지류인 분하와 만난다. 분하는 산서성의 어머니 강으로 분하는 시인에게 서정을 넘치게 하였고 두터운 역사를 만들었다.


기러기 무리가 분하 하늘을 날다가 화살을 맞고 떨어질 때 머리가 먼저 땅에 닿았는바 어떤 시인이 이 기러기를 분하 주변에 묻고 안구雁丘라 이름 지었다. 임분은 분하 기슭에서 유래한다, 이 지역은 진晉나라의 중심지였으며 수隋나라 때 임분군을 설치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홍동현洪洞县은 한족 조상의 근원지로 여겨 저 전 세계에 뻗어 있는 자손들이 자신의 뿌리로 여기고 있는 지역으로 분하 동쪽 기슭에 있다, 분양시 분서현도 분하에서 나왔다.


지명 지도.png

한반도의 경우


삼국시대 이전인 삼한시대는 우리 겨레의 초기 국가의 형성과 발전 모습을 짐작할 수 있는 시기이다. 이 무렵 78개 나라가 한반도 중부와 남부 지역에 있었는데 특히 충청도 전라도 지역에 54개 국가가 번성하였다. 이들을 통칭하여 마한이라고 하며 중심국가는 목지국이었다.


이 목지국이 마한 지역 국가들의 대표 역할을 하며 중국과 무역과 외교를 담당하였다. 이 목지국의 발전은 금강 지류인 미호강 덕분이다.


낙동강 하류의 가야 연맹에도 여러 소국들이 존재하였는데 이 또한 낙동강 본류보다는 그 지류인 황강 가야천 등 작은 물줄기에 힘입어 발전하였다.


따라서 한반도의 발전도 한강 금강 낙동강 등 큰 강보다는 이 지류들의 도움 덕분에 수많은 나라가 만들어지고 번영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지류는 큰 강에 비해 범람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어 안정적인 생활을 가능케 하였으며 이들 지류가 만들어준 기름진 농토와 강물을 이용한 교통로로 발전하고 외적에 대한 방어막 역학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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