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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출렁임과 강 흐름이 남긴 이름

(강토에 서서 산하를 바라보다 제12화)

by 오해영

우리 동요 시냇물에서 냇물은 흘러 흘러 강으로 바다로 간다고 노래한다. 흘러가는 이유는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 이 노래처럼 시냇물은 흐르고 흘러 강으로 바다로 간다. 흐르다가 호수 더 정확하게는 저수지를 들르기도 하나 일반적으로 강으로 들어간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강물은 흐르면서 주변 시냇물의 에너지를 받으나 흘러가는 방향을 바꾸지 않고 거대한 풍랑을 일으켜 주변을 긴장시키지도 않고 단정하게 바다로 흘러간다


그런데 중국 강남의 경우 강물이 호수로 들어가 호수를 크게 일으킨 후 장강으로 흘러가고 마침내 바다로 들어간다. 이때 강물의 힘이 호수에 쏟아져 거대한 출렁임을 만들고 넘치는 에너지를 주변 지역으로 전달하여 여러 지명을 만들어 냈다.


이처럼 한국과 중국의 시냇물의 흐름은 경로도 다르며 힘을 일으키는 정도도 다르다. 이 다름이 지명에 새겨졌다.


중국 호수의 출렁임과 지명


중국어에서 물 흐름과 관련이 깊은 단어로 강남과 강호를 들 수 있다. 이 단어에 호수의 출렁임이 숨어있다. 이리저리 출렁거리고 거칠게 흔들린 물길은 힘을 만들어 주변 지명에 스며들었다.


호남성 악양시와 강서성 구강현은 온전히 호수에서 연유했다고 볼 수는 없으나 호수의 물길과 관련된 이름이다. 악양은 동정호반의 악양루에서 땄다고 알려져 있으나 동정이라는 말은 악양루가 있기 훨씬 이전인 굴원의 노래에서 나올 정도로 아주 오래된 말이다. 동정은 신선인 상군과 상부인이 사는 동부洞府에서 나왔다.


동정호는 원강 풍수 자수 상강 등 네 줄기 강물을 받아들여 거대한 호수가 된다. 이 물길이 호수를 크게 출렁거리고 에너지를 일으켜 주변 지명에 영향을 준 후 장강으로 빠져나간다.


호남성에 상 글자가 들어간 지명이 많다. 상단시 임상시 상음현 상항시는 상강湘江과 관련이 깊다. 영천 지명에 상 글자는 없으나 옛날 상강과 소수가 합쳐지는 지점을 부르는 이름이다. 유양시는 상강으로 흐르는 유양하에서 유래한다.


원강시와 풍현은 원강과 풍수에서 나왔다. 원강은 초나라 문화의 거점이며 또한 무당의 신비한 춤 문화를 성행케 했다. 굴원이 이러함을 시로 읊었다.


강서성 구강의 이름도 오래되었다. 아홉 개의 강이 팽(려)택 호수로 들어오는 모습에서 이름이 나왔다, 예전에 이 호수는 매우 넓고 푸르러 수당시기 시인들의 노래 대상이었다. 현재은 장강 흐름이 바뀌어 팽택 호수는 없어지고 새로 생긴 호수 이름도 파양호라고 한다. 그러나 호수는 흔적을 평택현 지명에 남겼다.


파양호는 강서성의 물 흐름에 큰 역할을 하는데 감강 등이 파양호에 들렀다가 장강으로 빠져나간다. 강서성의 약칭인 감과 감주는 감강에서 나왔다.


호북성은 동정호에서 그 이름을 빌렸으나 성내에 동정호는 없고 전설에서 호수를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호북의 운몽현은 운몽택이라는 호수에서 유래하며 운몽 단어는 아주 오랜 시기에 보인다. 그러나 운몽택은 사라졌고 일부가 홍호로 남아 있다. 그래서 운몽현 지명을 듣게 되면 상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황하 하류에 거대한 호수 양산박이 있었다. 황하의 흐름이 바뀌어 물길이 양산에 도착하여 거대한 호수를 만들고 양산박은 섬이 되어 수호지 108 영웅이 모여드는 장소가 되었다.


그러다가 황하의 물 흐름이 또 바뀌어 거대한 호수는 매우 작아지고 양산박은 사라졌으나 양산현과 거야현 이름에서 그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 지금의 거야현에도 거야택 호수가 있었으나 이 역시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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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현에도 유방이 백사를 죽일 때는 호수가 있었으나 소실되었으며 산동성 미산현도 지금은 사라진 미산호에서 유래되었다. 저장의 호주시도 태호에서 유래하나 남송시기 농토로 변했다.

지명 지도.png


한반도 호남의 기준은 호수일까? 강일까?


우리의 강물은 중국의 경우처럼 거대한 호수를 만들거나 강물이 출렁거려 흐르는 방향을 바꾸지도 않은 그야말로 동요 시냇물 가사처럼 좀 더 큰 곳을 향하여 큰 변화 없이 흘러 흘러갔다.


그런데 한반도 남부지방에도 호남 호서 기호 등 지명이 생겨났는데 이들 지명의 호 글자는 어느 강물이나 호수와 관련이 있을까?


구체적으로 호남의 호는 김제의 벽골제 정읍 고부의 눌제 익산의 요교제를 말한다고 한다. 호서는 제천의 의림지나 금강의 다른 이름인 호강에서 나왔다고 한다.


혹은 호남은 고려 초에 금강 이남을 강남도江南道라 부른 데에서 기인한다고도 하는데 호남이 첫 등장한 시기는 고려말 조선 초이다. 호남이라는 이름은 전라도나 호서 보다 먼저 사용되었지만 호의 출처를 정확히 제시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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