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맞는 참새를 만났다.
빗물에 깃이 다 젖어서 낡은 수세미 같다.
그래도 이리저리
조금씩 날았다 내려앉았다 한다.
날갯짓에 힘이 없는 게
아직 덜 자란 새끼 같다.
길가에 꽃이랑 풀들도
거센 빗줄기에 고개를 푹 숙이고
아래로 아래로 더 처져 내려간다.
젖은 참새는 그 풀숲을 들락날락 거리면서
뭔가를 찾는 건지 숨바꼭질을 하는 건지
빗물은 아랑곳 않고 분주히 움직인다.
가던 길 가면 될 것을
왜 자꾸만 저 참새가 눈에 밟히는지 모르겠다.
‘알아서 잘 살고 있는 걸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 왜?라고
말하는 것 같다.
열 발짝도 안 되는 내 발 밑에서
장대비가 쏟아지는데
참새는 참 씩씩하기도 하지
씩씩한 게 귀엽다는 걸
오늘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