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을 할 때면
달리기 하는 사람들이
자주 스쳐 지나간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걷기만 하고
뛸 생각을 안해봤을까.
평탄하고 드넓은 이 숲길을
한 번 뛰어 보고 싶었다.
10킬로 미터에 도전 하기로 했다.
그래도 20여년간 생활 체육 축구를
해 왔으니 별거 있겠나 싶었다.
마을 인근 숲길을 지나 강을 지나고
커다란 다리를 건너고
뾰족하고 예쁜 교회도 지났다.
5km 지점까지 가서 되 돌아 오는 코스였다.
평일 오전인데 뛰는 사람들이 간간이 있다.
서로 마주치면 “굿텐몰겐” 하고 지나간다.
낯선 독일 사람들과 인사하는게
아직도 익숙치 않다.
인사를 건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힐끗 보고 지나가는 사람도 있다.
뭐가 맞는 건지 잘 모르겠어서
난 그냥 앞만 보고 뛰었다.
돌아오는 길엔 힘들어서 걷다가 뛰다가 했다.
아무튼 완주에는 성공했다.
문제는 다음날 이었다.
침실은 3층 부엌은 1층인 상황
아침을 먹으러 내려가며 첫 번째 계단을 밟는 순간
내 다리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난간을 붙잡고 온 갖 비명과 신음을 토하며
겨우 1층에 도달 할 수 있었다.
이 정도로 다리에 알이 베기다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분명 한 달여 동안 먹은
빵과 버터, 소시지, 맥주에
몸이 쩔어서 생긴 일이라 여겼다.
아니면 이제 나도 마음만 청춘인 시대에
접어든 것인가
아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애써 나를 다독여 본다.
그런데 그런 내 모습에
오히려 더 서글퍼진다.
그리고 다짐한다.
받이들이자
받아들이자
그냥 받아들이자
그리고 내일 또 뛰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