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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꼼지파파 Jun 18. 2023

달리기

하나우  강변에서



산책을 할 때면

달리기 하는 사람들이

자주 스쳐 지나간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걷기만 하고

뛸 생각을 안해봤을까.


평탄하고 드넓은 이 숲길을

한 번 뛰어 보고 싶었다.


10킬로 미터에 도전 하기로 했다.

그래도 20여년간 생활 체육 축구를

해 왔으니 별거 있겠나 싶었다.


마을 인근 숲길을 지나 강을 지나고

커다란 다리를 건너고

뾰족하고 예쁜 교회도 지났다.


5km 지점까지 가서 되 돌아 오는 코스였다.

평일 오전인데 뛰는 사람들이 간간이 있다.

서로 마주치면 “굿텐몰겐” 하고 지나간다.

낯선 독일 사람들과 인사하는게

아직도 익숙치 않다.

인사를 건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힐끗 보고 지나가는 사람도 있다.

뭐가 맞는 건지 잘 모르겠어서

난 그냥 앞만 보고 뛰었다.


돌아오는 길엔 힘들어서 걷다가 뛰다가 했다.

아무튼 완주에는 성공했다.


문제는 다음날 이었다.

침실은 3층 부엌은 1층인 상황

아침을 먹으러 내려가며 첫 번째 계단을 밟는 순간

내 다리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난간을 붙잡고 온 갖 비명과 신음을 토하며

겨우 1층에 도달 할 수 있었다.


이 정도로 다리에 알이 베기다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분명 한 달여 동안 먹은

빵과 버터, 소시지, 맥주에

몸이 쩔어서 생긴 일이라 여겼다.


아니면 이제 나도 마음만 청춘인 시대에

접어든 것인가

아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애써 나를 다독여 본다.


그런데 그런 내 모습에

오히려 더 서글퍼진다.


그리고 다짐한다.


받이들이자

받아들이자

그냥 받아들이자

 

그리고 내일 또 뛰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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