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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을 진지하게 사랑한다는 건

by 문 자 까

나는 원곡자 마이클 잭슨의 Rock With You보다, CHISA라는 보컬이 부른 Rock With You를 더 좋아한다.


보컬의 차분하고 우유같이 부드러운 음색이 거부감 없이 귀에 감기기 때문에 CHISA 버전의 Rock With You를 더 자주 듣는 편이다. (아무리 찾아도 1절밖에 안 나와 속상할 따름)


이렇듯, 곡은 어떤 음색을 가진 보컬이 부르냐에 따라 곡의 분위기도 미묘하게 달라지고, 찾는 이들의 성향도 달라진다.


여기까진 나름 이해했으나, 클래식 음악에 평소 큰 관심이 없던 터라 ‘연주자’를 중요시 생각하는 분들의 마음을 크게 이해 못 했다.


그러다 우연히 어떤 계기로 바이올린 연주자가 메인인 클래식 곡을 비교하게 됐는데, ‘세상에! 연주자에 따라 곡의 질감이 이렇게나 달라질 수 있다니!’라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누군가에게 정말 당연한 이 부분은, 반대로 당연했던 내 생각을 뒤엎는 계기가 되었다.


같은 곡이라도 지휘자와 연주자에 따라 달라지는 곡의 질감. 그리고 전달되는 감정의 달라짐에, 저항 없이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향도 마찬가지이다.


같은 주제를 갖고, 같은 향조 구성을 갖춘다 하여도, 향 작가가 갖고 있는 고유의 질감과 쌓아온 이야기에 따라 향은 다르게 표현이 된다. (이번 전시를 통해 더 와닿게 되었다.)


조향하는 이들마다 느껴지는 향의 분위기가 있다.


모노뮤즈도 갖고 있는 고유한 분위기가 있다. 유독 도드라지는 향의 질감이랄까. 이 질감이 좋은 사람들은 꾸준히 모노뮤즈의 향 작품을 찾아주신다. 향으로 닿은 인연은 어느새 삼 년 차를 맞이했다.


내가 쌓아온 이야기들이 취향이 되어 공간이나 향으로, 글과 음악으로 나타난다. 이를 누군가 마주하는 순간은, 내 내면을 누군가에게 가감 없이 소개하는 순간과 같다.


마주한 이들과 취향이 맞물려 만족감을 주고받을 때, 나보다 더 유심히 들여다보고 기억할 때, 내가 의도한 것들을 대화를 하지 않아도 알아봐 줄 때, 함께 잠식되어 즐길 때. 이 순간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황홀하다.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은 이 순간을 누구보다 공감할 것이다.)


취향에 진지함이 더해질 때, 이는 예술이 된다.

예술이 모이면 문화가 된다.

문화는 삶을 낭만으로 물들인다.


나의 진지한 한 방울이 누군가의 삶을 낭만으로 물들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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