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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우 May 06. 2024

오해, 그리고 냉정과 열정 사이

“끝까지 냉정했던 너에게 난 뭐라 말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가슴속의 빈 공간을 채울 수 있을까? 난 과거를 되새기지도 말고 미래에 기대하지도 말고 지금을 살아가야만 해. 아오이. 니 고독한 눈동자 속에서 다시 한번 더 나를 찾을 수 있다면 그때. 나는. 너를.”


요즘 가장 가슴에 깊이 남게 된 이야기가 있다. 바로 <냉정과 열정 사이>이다. 우연히 OTT 플랫폼을 통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영화의 여운이 너무 강하게 남았다. 소설이 원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곧바로 책을 사서 읽었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주 배경은 이탈리아이다. 준세이와 아오이라는 사랑했던 두 남녀 주인공이 오해로 인해 헤어지게 된다. 이별 이후 1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다. 그동안 남자 주인공인 준세이는 피렌체에서, 여자 주인공인 아오이는 밀라노에서 주로 지내게 된다. 준세이는 미술품 복원사로, 아오이는 보석가게 점원으로 각각 일하며 살고 있었다. 서로가 같은 이탈리아에서 지낸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우연히 만나게 된다. 겉으론 냉정하지만 마음속으로 사랑을 간직하는 아오이, 여전히 아오이를 잊지 못하고 열정적으로 사랑을 지켜가는 준세이. 둘은 헤어지기 전, 10년 후 아오이의 생일에 피렌체에 있는 두오모 성당에서 만나자는 서로의 약속을 잊지 않고 살아간다. 10년 후 아오이의 생일에 두오모 성당 꼭대기에서 서로는 재회한다. 긴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잊지 못하는 사람. 누군가는 냉정하게 누군가는 열정적으로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지켜간다. 서로 간의 오해로 이별을 하게 되지만 결국은 재회하게 되는 이야기다. 영화가 끝난 후까지 긴 여운이 남았다.


영화는 현실과 다르게 오해가 오해였다는 걸 이해할 수 있도록 흘러간다. 하지만 현실은 영화만큼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여기서 ‘사람 관계의 오해’에 대해 한번 이야기해보려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많은 오해가 있다. 그런 오해는 왜 생기는 걸까?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오해에 관한 문제를 어떻게 슬기롭게 해결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나의 경우 ‘언젠가는 풀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꾸역꾸역 시간만 보내다 결국 더는 오해의 실타래를 풀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른 적이 있다.

사람 사이의 오해는 생각의 차이, 행동에 대한 의미의 차이, 말에 대한 해석의 차이, 타이밍의 엇갈림 등 수많은 이유로 생겨난다. 중요한 건 ‘그것을 어떻게 풀고 넘어갈 것인가’이다. 상대방이 대화를 차단, 또는 거부할 경우 오해는 더 깊어진다. 상대방의 입장을 알 수 없으니 온갖 상상만 하다가 내 입장에서 이유를 찾고 결론지은 채 나 편한 대로 생각하고 넘어간다. 나는 이런 식으로 해결을 해버리지만 상대의 입장은 알 수 없다. 오해를 오해로 마무리 지어버리는 것이 과연 맞는 걸까? 오해가 가장 안타까운 건 소중한 관계를 끊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냉정과 열정 사이>의 주인공들처럼 말이다. 그토록 사랑했던 관계가 단지 오해 때문에 깨어졌다는 사실이 얼마나 안타까운가. 영화에서는 오해가 풀리고 재회를 하게 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영영 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많은 경우의 현실이다.


수십 년 영혼까지 공유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람이 있었다. 지금은 관계가 끊어진 상태이다. 냉정하기만 한 상대방의 마음은 알 길이 없다. 그래서 난 오해를 했다. 한때는 열정적으로 오해를 풀려고 한 적도 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내 방식이 상대방에게 오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알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오해를 풀려고 애쓸 때는 오히려 해결이 나지 않는다. 때문에 오해는 오해로 남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오해로 남긴다’라는 건 내 마음의 무거운 짐이다. 그래서 나는 차라리 ‘무슨 이유가 있겠지.’ 하며 이해해 버리기로 했다.

지금까지의 오해에는 더 이상 집착하고 싶지 않다. 다만 이제는 오해에 대한 책임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잘 알게 되었으므로, 과거의 나를 되풀이하지 않고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을 고쳐나가는 쪽으로 삶의 방향을 잡으려 한다. 더는 오해는 만들며 살고 싶지 않다. 그 오해로 누군가를 아프게 하고 싶지 않다. 스스로 변화하고 더 솔직해지고 또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오해는 그때그때 풀면서. 그리고 지금까지 쌓인 오해는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됨으로써 풀어나가는 것이 맞지 않을까. 그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내가 나 스스로에게 떳떳해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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