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테스&요가 센터의 한쪽 모퉁이에서 인바디라는 녀석과 만났다. 물론 우리 집에도 흔히 말하는 인바디 체중계가 있다. 하지만 평소 이게 얼마나 정확할지에 대한 궁금증과 일말의 의구심이 있었더랬다. 보건소에 가면 팔을 벌려 손잡이를 잡고 몸의 성분을 체크하는데 그래도 몇분은 걸리던데, 인바디 체중계는 올라가면 거의 바로 측정이 되었다. 그래서 언젠간 제대로 된 인바디 검사를 하고 싶었더랬다.
그런데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도 계속 인바디 재는 걸 깜빡했다. 운동 전에 재는 게 가장 정확하다고 하는데 막상 운동을 하러 가면 미리 화장실 다녀오랴, 옷 갈아입으랴 정신이 없었다. 자꾸 까먹게 되길래 안되겠다 싶어 그냥 운동 후에 측정해 보기로 했다.
걱정대로 집에서 재는 인바디 체중계와는 차이가 있었다. 브랜드마다 차이가 조금은 있겠지만 손으로 잡고 재는 인바디가 더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평소 표준 체중으로 나오던 결과치에서 난데 없이 '비만'이라는 두 글자를 보았을때 놀라지 않을수가 없었다. 다행히 BMI는 정상이었지만 복부 체지방률이 문제였다. 통상 BMI 는 23이하를 표준으로 잡고 복부지방률은 30프로 이하를 정상으로 잡는다. <느리게 나이드는 습관> 책에는 그렇게 나와있다. 이또한 전문가에 따라 제품에 따라 기준치가 다르다. 나는 제품 각각의 기준보다는 노년내과 전문의인 의사선생님의 말씀에 더 신빙성을 두기로 했기에 그 기준으로 치자면 나는 '마른 비만'이었다.
살면서 딱히 말라본적도 없는 것 같은데 내가 마른 비만이라니. 어쨌든 마흔 즈음에 다시 시작한 운동이 나를 마른 비만에서 탈출시켜줄 것임을 믿으며, 한달에 한번씩 인바디 측정을 해보기로 했다. 사실은 일주일에 한번씩 재고 싶어서 그렇게도 해 보았는데 마음만 다급할 뿐 가시적인 변화가 그다지 없었다. 운동을 사랑하는 남편에게 물으니 한달에 한번씩 재면 충분할 거라고 했다. 그리고 그렇게 해도 의외로 획기적인 변화가 없을수도 있으니 신경쓰지 말고 꾸준히 운동을 하라고 말이다.
오늘 드디어 운동 한달만에 인바디 측정을 했다. 설레고도 떨렸다. 다행히 근육량은 600그램이 늘고 체지방은 1킬로가 줄어들었다. 게다가 지난번에 소수점까지 키를 적는 법을 몰라서 날려먹었던 잃어버린 0.5센치까지 제대로 입력했더니 비만에서 경도비만으로 한단계 내려왔다.
늘상 카운터를 지키며 회원들의 근황과 상태를 살피는 실장님은 한달만에 근육이 600그램이 느는 건 대단한 일이라며 추켜세워주셨다. 필라테스 선생님께서도 내가 근육이 제법 잘 잘생기는 몸이고 생각보다 운동신경도 좋고 잘 따라오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하셨다. 1대 1로 하던 필라테스 수업도 이번주부터는 다대일 수업으로 넘어갔다. 1대1 수업은 맞춤형 수업이라 여러가지 기구를 익히는 데 시간이 많이 할애되었고 나에게 최적화해서 하는 바람에 운동량이 많지는 않았다. 반면 다대일 수업은 필라테스를 수년간 하던 회원과도 함께 진행되기 때문에 운동량이 훨씬 많았다. 여러사람이 함께 하기에 힘들어도 버티는 동력이 되기도 했다. 마치 글쓰기 동기들이 나에게 주는 에너지 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