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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의 통영.

by 소소러브 Mar 1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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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사랑하는 고장이 있냐고 물어본다면 단연코 통영이다. 지금이야 통영이 관광도시로 이름을 떨치지만 20년전만 해도 나만 알고픈 조용하고도 아름다운 바닷가의 작은 고장이었다. 나폴리를 가 본적도 없는 내 입에서 이런 말이 절로 흘러 나오곤 했더랬다.


"아... 여긴 한국의 나폴리야."



달아공원과 남망산 조각공원, 강구안은 특히나 사랑하던 곳이었다. 여수가 큰 바다를 시원스럽게 한 눈에 다 보여준다면 통영의 바다는 가는 곳마다 그 느낌이 조금씩 다르다. 마리나 리조트 뒤 해변 산책로도 사랑하던 나만의 핫스팟이었다. 20대 때 주머니는 가볍고 하고싶은 것은 많았던 그 시절, 언젠가 돈을 많이 벌어?! 마리나 리조트에서 나도 한번쯤은 묵어보리라 다짐했던 기억이 난다.


그 소망을 이번 설에 가족과 함께 이루었다. 일주일의 긴 연휴를 이용해 오랜만에 경남 사천에 있는 엄마를 보러 가기로 한 것이다. 엄마를 보러 가는 길에 아빠 산소가 있는 고성에도 들를 예정이었다. 통영이 숙소지와 쉬어가기에 적합해 보였다.


'아..이렇게 내가 다시 통영을 가게 되는구나. '


20대때의 낭만과 젊음은 사라지고 중년의 흰머리와 저질 체력이 함께했지만 역시나 통영은 좋았다. 하지만 20년의 세월동안 관광지로 급변해버려서 이전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느끼기는 쉽지 않았다. 어딜 가나 꿀빵을 파는 가게들과 충무 김밥 가게가 즐비했고, 사람들로 넘쳐났다. 이순신 장군의 숨결을 느끼고자 간 세병관도 이전의 고즈넉함을 느끼긴 쉽지 않았다. 대신 조선시대 군인들이 입었던 옷을 아이들이 입어보며 인증샷과 설정샷을 찍어 보는 것으로 그 아쉬움을 달래 보았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은 이미 조선시대 부터 있던 말이란다. 그러니 현대 사회 속 사이에서  20년간 세상은 얼마나 더 빨리도 많이도 변했을까. 쉽게만 변하는 세상이 아쉽지만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도리이니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한다.


20년만에 소원성취해본 마리나 리조트는 뷰도 시설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리조트 뒤편의 산책로도 여전했다. 가족들과 함께 개인 자전거를 대여해서 아침 라이딩을 한 것은 이번 통영 방문의 최고의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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