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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빛 그녀

by 소소러브 Mar 19. 2025

중학교 시절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수석 바이올리니스트였다. 예고를 꿈꾸던 단원들 중에서 유일하게 꿈을 접고 눈물을 머금은 채 인문고에 진학했다. 예고를 가고 싶어하던 자신의 꿈을 접게 만들었던 엄마를 때로는 참 원망도 했더랬다. 대학 시절에는 교내 방송국 PD이자 클래식 기타의 동아리 멤버였다. 초등 교사가 되고 난 이후에는 교내 배구단에서 스트라이커로 날아 다녔다.


내 이야기냐고? 아니다. 나와 절친한 친구의 이야기이다. 저질 체력인 나와 달리 그녀는 끼도 꿈도 많다. 가끔 생각한다. 그녀와 내가 친구과 된 건 우연이었을까. 필연이었을까. 발령 받은 후 연수원 동기로 처음 얼굴을 알게 되었고 같은 동네에 산다는 이유로 우리는 급격히 친해졌다. 땅덩어리가 서울보다 크다는 광역시 안에서 그 동네에 사는 연수원 동기는 우리 둘 뿐이었다. 타지에 와서 언니집에 얹혀 살던 나에게 무려 동네 친구가 생기다니. 유레카! 


문제는?! 같은 동네에 산다는 것만이 겹치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둘다 음악을 사랑했고 문화 생활을 즐겼다. 책읽기를 깊이 사랑했고 영어를 좋아했다. 토요일에는 함께 만나 토익 공부도 하고 좋은 공연이 있으면 늘 함께 가곤 했다. 우리 둘다 무대라는 공간에 진심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날이 오다니. 그녀가 무대에 올랐다. 이미 무대에 선지 꽤 오래되었다. 교사 오케스트라도 아니고 무려 일반인 오케스트라에서 음악을 전공한 이들 사이에서 당당히 2수석 바이올리니스트 자리를  꿰찬 그녀다.  방학 중에 종종 전화를 걸면 방음벽으로 둘러싼 연습실에서 전화를 받는다. 아직도 바이올린 레슨을 받는 것이었다. 그녀의 집념과 투지에 나는 늘 깊은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


학기초에 이런 공연을 올리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만 해도 이 무대가 너무 벅차다. 직접 가서 보고 꽃다발을 전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서 너무 아쉽고 한편으로는 또 미안하기도 하다. 언젠가 몰래 가서 직관하고 그녀에게 짠 하고 나타나 꽃다발을 안기고 싶은 것은 내 오래된 버킷 리스트가 되었다. 


그러니 그때까지 지금처럼 계속 음악인으로서의 부캐를 잘 살아내 주기를. 나 역시 문학인이라는 부캐를 잘 이어가고 있을테니. 


가장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지 못한 자는 어쩌면 더 행복할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그토록 사랑하던 일을 여전히 계속 사랑하며 녹슬지 않게, 멈추지 않게 단련해 주면 되니까. 나에게는 글쓰기가 그랬으면 좋겠다. 


p.s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라고 꼭 적어 달랬는데, 아마추어라고 하기엔 너무 잘하는 거 아닌지. 

https://youtu.be/zSABashOVWc?si=PoFD4KUGcpNLyPK_

https://www.youtube.com/watch?v=Z9hOIMGJy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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