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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러브 Mar 25. 2024

달디달고 달디단 밤양갱

내가 원한건 그저.

고등학교에 신입생으로 들어가 ‘문학’수업이란 걸 처음 접하게 된 딸아이가 말했다.

“엄마, 밤양갱 노래 알지? 그 노래가 장기하가 작사, 작곡한 노래래. 오늘 문학 시간에 선생님이 말씀해 주시는거 있지”

“아 진짜? 어쩐지~ 가사도 멜로디도 뭔가 독특하더라.”     

“그 노래가 장기하가 이전에 만든 노래의 답가래. 여자 버전으로 만든 답가.”     


요즘 하도 둘째 아이가 ‘밤양갱’이라는 독특한 노래를 입에 달고 다녀서 신기해서 들어봤는데 뭔가 아이돌이 부르는 노래인거 같긴 한데 가사말이 독특하다 싶었더랬다. 도대체 남자버전이 뭐길래 답가로 ‘내가 원하는 건 밤양갱’이었을까를 생각하며 딸 아이가 카톡으로 보내준 남자 버전 노래의 링크를 살며시 클릭해 보았다.      

                   

나는 너를 등에다가

업고 걸어 보기도 하고

    

자동차에다가

태워서 달려 보기도 하고     


헬리콥터를 빌려

같이 날아다니기도 하고     


돛단배를 타고

끝없는 바다를 건너 보기도 했었네    

      

달나라로 가는

우주선을 예약하고 있을 때

나는 깜짝 놀랐어


이미 너는 떠나가고 없었어          

한참 동안을 멍하니 앉아서

말도 안 된다 혼잣말 하다

너의 얼굴을 그려 보려는데

이상하게도 잘 떠오르질 않네


나란히 나란히 걸어다닐 걸 그랬어          

마주보며 웃을 걸 그랬어


나란히 나란히 걸어다닐 걸 그랬어

자주 손을 잡을 걸 그랬어


가만히 가만히 생각해 볼 걸 그랬어          

정말로 네가 뭘 원하는지


나란히 나란히 걸어다닐 걸 그랬어

마지막일 줄 알았다면


어쩌면 나는 결국 네가 정말로 원하는 건

단 한 번도 제대로 해줘본 적이 없는 건지도 몰라     


진짜로 그랬는지 아닌지는 이제는 물어볼 수조차 없어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가만히 누워 외로워 하는 것뿐이네

    

나란히 나란히 걸어다닐 걸 그랬어

마주보며 웃을 걸 그랬어


나란히 나란히 걸어다닐 걸 그랬어

자주 손을 잡을 걸 그랬어         

 

가만히 가만히 생각해 볼 걸 그랬어

정말로 네가 뭘 원하는지


나란히 나란히 걸어다닐 걸 그랬어

마지막일 줄 알았다면          


<나란히 나란히 by 장기하>


그러네. 여자가 원하는 건 상다리가 부러질만한 대단한 음식이 아니라, 그저 달디 단 밤양갱 이지. 그저 밤양갱 하나면 됐는데 남자는 여자의 니즈와 눈높이를 알아채기 보다는 혼자 너무 이리 저리 생각하며 멀리 나갔네 싶었다.     

 

오늘 도서관에 다녀오다가 아파트 게시판에 붙은 공고물 중에 유독 눈에 띄는 게시물이 보였다. 그것은 바로 가족 상담 지원 센터에서 진행하는 부부 갈등 예방 프로그램이었다. 10회기로 10명의 부부를 받아서 진행하는 코스로, ’여보, 우리 연애할까?‘라는 멘트로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매주 토요일마다 오전 2시간동안 진행되는 시간 동안 부부는 아이를 키우느라, 일상에 치이느라 서로에게 소홀했던 마음과 등한시했던 의사소통들을 지혜롭게 해 나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지막 수업에는 함께 케잌 만들기 프로그램도 있어 구미를 당겼다. 나도 한번 신청해볼까 살짝 생각 하다가 괜시리 갔다가 아는 사람이나 학부모라도라도 만나서 억측이라도 나면 어쩌랴 싶어서 그냥 두었다. 교사는 돈 못버는 연예인이라는 말이 문득 생각나 헛웃음이 났다.           


떠나는 길에 니가 내게 말했지

'너는 바라는 게 너무나 많아

잠깐이라도 널 안 바라보면

머리에 불이 나버린다니까'  

   

나는 흐르려는 눈물을 참고

하려던 얘길 어렵게 누르고

'그래 미안해'라는 한 마디로

너랑 나눈 날들 마무리했었지   

  

달디달고 달디달고 달디단 밤양갱 밤양갱

내가 먹고 싶었던 건 달디단 밤양갱

밤양갱이야     

(중략)     

상다리가 부러지고

둘이서 먹다 하나가 쓰러져버려도

나라는 사람을 몰랐던 넌     

떠나가다가 돌아서서 말했지


'너는 바라는 게 너무나 많아'

아냐 내가 늘 바란 건 하나야

한 개 뿐이야 달고 단 밤양갱     


<밤양갱 by 비비>

    

발렌타인데이도 빼빼로 데이도 그냥 지나치는 무심한 아내를 만나 재미 없이 사는 남편을 위해 요즘 이 노래 덕에 희귀템이 되어버렸다는 '달고 달디 단 밤 양갱' 하나 사서 무심한 척 스윽 내밀어볼까 싶다.


덧. 댓글에서 뮤비로 음악을 감상해 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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