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의미

이렇게나 어려운 것이었다.

by 리리

친정가족은 가수 아이유님의 팬이다. 한때 집에서는 <너의 의미>라는 노래가 반복재생되었다.

원곡은 1984년 가수 산울림의 10집 앨범 타이틀곡이었다. 4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지만 세련된 멜로디와 공감되는 가사는 이 곡이 명곡임을 증명해 준다.


요즘 개인적으로 다소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근무할 때를 제외하고는 손가락 한마디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었다. 지금은 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여전히 동굴 안에 있다.

이러한 시기를 겪는 동안 나는 생각했다.

‘나의 의미’는 무엇인가?

나는 누굴까?


간호사? 누군가의 딸? 아님 누군가의 아내?

직업 말고 누군가의 무언가라는 호칭이 아닌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보면 굉장히 철학적인 질문이다.


나는 무엇인가?

글쎄 모르겠다….


나의 의미가 사라져 가는 것 같다.

허무하고, 텅 빈 것 같이 공허하다.

바쁘게 살아도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

무엇으로 채워야 하나?


이러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했다.

내가 행복을 느끼는 순간을.


주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때 행복감을 느꼈다.

물론 같이 있을 때 함께하는 즐거움과 행복도 좋다.

하지만 혼자 나에게 집중하고 아무 생각이나 해도 되고, 아니 생각조차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시간들.


작년 이맘때 부산에 갔다.

일출 시간에 맞춰 해운대와 동백섬을 혼자 걸을 때

마음속으로 밀려오는 파도 소리, 텅 빈 모래사장을 채우는 갈매기의 울음소리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여유로운 이 시간을 즐겼다. 부산이 아니더라도 이브닝(오후 2시 30분~ 오후 11시) 출근 전에는 일출 시간에 맞춰 매번 석촌호수나 올림픽공원을 돌았다.


지금은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없어서 행복하지 않느냐?

그건 아니다.

내가 행복감을 느끼지 못했던 것은 행복을 외부에서 찾았다. 나는 본래 행복을 내부에서 찾는 사람이다.

즉, 내면의 여유에서 행복이 비롯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단지 내면의 여유를 찾을 수 없어 외부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했던 것이다.

외부에서는 더욱 없었는데 말이다.


메리지 블루인가?

결혼을 하면 우울해한다는데

선배님들은 어떠셨나요?


내가 깨달은 것은 다음과 같다.


결혼을 한다고 해서 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결혼을 한다고 해서 나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나의 의미가 누군가의 딸, 아내 그리고 간호사라는 역할에만 단정할 수 없다고 하여 좌절할 필요가 없다.

아내로서, 딸로서, 그리고 간호사로서 나의 의미는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게 지금 나의 의미다.

나의 의미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이 쉬운 것을 깨닫는데 시간이 걸렸다.

쉬워 보이지만 가장 어려운 것


지금 현재 나의 의미를 찾지 못해 좌절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의 의미는 정답이 없기에 당연히 모를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 힘들어하는 당신에게 그리고 나에게

너의 의미처럼

간이역에 핀 코스모스 향기처럼

향긋하게 다가갈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스팔트 길가 사이에 피어난 민들레가 되고 싶다.

바삐 지나가는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작은 존재이지만 홀씨를 흩날릴 때까지 그 작은 틈새를 지키는 민들레처럼 보이지 않지만 당신을 묵묵히 응원해 주는 존재가 되고 싶다. 그러고 싶고, 그럴 것이다.


힘든 당신보다 나를 더 위로하고 응원해 주는 당신

오늘도 나아가기 위해 힘겨운 발걸음을 하는 당신을 보고

나는 이제 어두운 바닷속 동굴에서 벗어나 세상 밖을 걸어 다녀야겠다.

세상의 구성원으로( part of your world)


나의 의미 마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찬란한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