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의 출사표

글을 맺으며

by 정필

인생을 다시 시작한 기분이다. 새 길은 어디로 이어질지 예측할 수 없다. 마라토너의 인생에서 모험가가 된 기분이다. 수많은 사람과 무리로 존재했고, 모범생으로 살아왔지만 이제는 나만의 길에 들어섰다. 이 삶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아직 잘 모르겠다. 글을 쓰고 싶다는 작은 씨앗이 자라면 어떤 씨앗이 될지도 모르겠다. 어쩌다 보니 이전과는 전혀 다른 것을 선택하고 말았다. 끝까지 밀고 나가볼 계획이다. 나도 이 길이 나를 어디까지 데려가 줄지 기대된다. 글쓰기를 통해 오랫동안 듣지 않았던 마음의 소리를 듣고, 내 내면의 문을 열고 깊은 곳까지 내려가 보려 한다.


삶의 목적이나 존재에 대한 고민이 요즘같이 빠르고 결과중심적인 사회에서는 한가한 고민처럼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어느 때보다 효율이 강조되는 시기인 만큼, 역설적으로 존재에 대한 고민을 꼭 해야 한다. 사람마다 질문이 찾아오는 시기도 다를 것이고,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누군가에게는 일생에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또 어떤 이에게는 삶의 끝자락에 찾아와 후회할 시간조차 남겨주지 않는 일도 있는 것 같다. 생계를 위해 일할 필요가 없게 되면, 삶의 의미를 고민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누구나가 먹고살만해지거나, 직장에서 은퇴하는 때가 되면 그동안 제쳐두었던 삶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스무 살 무렵부터 어렴풋하게 가졌던 작은 고민은 이제야 처음으로 진지하게 검토되었다. 이직도 퇴직도 별 대수롭지 않은 시대이지만, 그래도 내게는 처음으로 꽤나 중요한 것을 걸고 모험에 나섰다. 삶을 묻기 위해서는 나도 무언가를 내놓아야 했다. 아무 대가 없이 모든 깨달음을 얻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길에 초입에 서있다. 명쾌하고 한 두 단어로 끊어지는 구체적인 단어로 대답할 말은 아직 없다. 잘 살고 싶었고, 그래서 회사를 나왔고 글을 쓰고 있다. 이 정도가 나의 현 상황일 것이다. 이제부터 모든 것이 바뀔 것이다. 이전과는 달라질 것이다. 내일이 되어 오늘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유일하게 허락된 오늘이라는 재료로 내일을 끝없이 만들어 가고 싶다.


퇴사의 기록을 정리해두고 싶었다. 모범생이었던 내가 트랙에서 벗어나게 된 이유, 그리고 벗어난 삶에 대해 최소한의 책임을 지기 위해 글로 남겨두고 싶었다. 이 글은 나의 출사표이다. 삶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어렴풋한 공감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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