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준이 똥은 천사똥

하준이와 하머니가 함께 그리는 제주이야기/거문오름

by 동숙

한라산 윗세오름 등반에 이어 연달아 오르는 거문오름인데 우리 세븐 가운데 일곱 살 장하준은 왜 지치지 않을까요? 거문오름은 유네스코세계자연유산이라 예약이 필수!


오전 11시 타임에 서른 명의 인원이 자연유산해설사 한분과 동행해 탐방합니다. 탐방로 코스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요. 주변을 조망하며 걸어 오르는 정상코스, 분화구 내 알오름조망코스, 역사 유적지를 돌아볼 수 있는 분화구코스까지 우린 분화구내 알오름조망코스 2시간 30분 투어로 오늘도 힘찬 마음가짐이 필요한 날입니다.


최연소 하준이와 최연장 왕고모할머니에 몸이 불편한 둘째 고모할머니까지 세븐일행이 투어일행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인지라 시작부터 하준이는 둘째 고모할머니 손을 잡아 이끌고 선생님 뒤에서 1등 자리를 놓치지 않았어요.


이합지에 채색/30×20


뚜껑 없는 식물박물관으로 공기와 물을 머금어 생명을 탄생시키는 아름다운 곶자왈에 태평양전쟁 당시 일분군들이 만들어놓은 갱도진지가 왜 이렇게나 많은지 한숨 쉬며 걷는 길이 몇 번 반복되고, 그 외에는 삼나무 피톤치드와 보약 듬뿍 건강차를 마시는 산책길이에요. 기나긴 겨울 긴 잠에서 깨어나 봄빛 겸손하게 쬐는 노루귀꽃이 온갖 데 피어있고, 복수초 얼음새꽃 노랗게 별처럼 빛나고 있어요. 때죽나무와 산딸나무의 연리지, 암반 위에 똬리 튼 산딸나무의 신비로운 줄기, 그리고 흔히 보기 힘든 식나무와 붓순나무까지 눈 닿는 데마다 꽃사태입니다.


갑자기 하준이가 똥 마렵다네요. 마침 갈라지는 코스였고 급한 똥을 모면할 화장실이 있어 하준이의 응급상황은 순탄하게 마무리됐어요. 모든 일행이 똥 때문에 멈췄으나 아무도 싫은 기색이 없어요. 똥 눈 덕에 억새풀밭에서 잠시 쉬어간다고 오히려 좋아하니 하준이 똥이 천사똥이구나 또 주책이 바가지입니다.


너른 억새풀밭엔 하늘이 가득해요. 똥 싸더니 마음이 평화로운가 하준이는 말, 할미는 돌고래, 고모할머니들은 양이라며 하준이는 제주구름목장을 짓네요.


캔버스에 아크릴/20×15


하준이에게 목동이 되려면 하루에도 70만 번씩 철썩이는 파도처럼 움직여야 하고 하늘과 들판과 곤충과 동물들을 잘 알아야 한다고 할미는 뜬금훈수질이에요. 눈물과 고통과 추억의 아름다움이 빛나는 시간이었다고 말하기엔 좀 이른 나이 육십이라 그랬나 보다 싶어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