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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숙 Mar 28. 2024

기막힌 참담이 벌어져도 바르셀로나로 간다

1. 꽃다운푸른과 함께 그린 스페인여행/Hola!

마, 나랑 스페인 여행 가지 않을래?


모처럼 옆지기와  저녁을 먹고 함께 뉴스를 보던 중이었다. 아이 셋을 가진 여자가 뺑소니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앵커의 말을 듣자마자  "왜 내가 아니고 저 여자가 죽었을까"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내가 한 말인데 그래서 그 말에 내가 흠칫 놀랐는데 옆지긴 아무런 반응이 없다. 텔레비전에 꽂혀 있는 시선만 분주할 말이 들리지 않았는지, 말도 되지 않는 소리라 동조차 않는 건지, 대거리할 기분이 아니었든지,  앵커의 소리만 왕왕 울리는 밤이 지속되고 있었다.


오십 중반을 넘어서니 소통보다는 불통으로 나이 듦을 투정하는 중이다. 두 딸아이가 결혼해 분가하니 적막강산 고요 속에 들어앉아 우울을 키우던 위태로운 엄마를 발견한 딸이 던진 말이다.


나이스 타이밍!


서른이 딸과 딸의 친구가 엄마동반 스페인여행을 기획한 시점이 아주 적절했다. 까칠해지기로 마음먹은 오십 중반의 여자에겐 생소한 참견이 필요했고, 아이를 기다리는 서른을 넘긴 딸아이에겐 경이로운 접속을 슬기롭게 기다릴 시간이 필요했다. 


바르셀로나에서 시작하여 몬세라트, 그라나다, 말라가, 프리힐리아나, 론다, 세비야를 돌아 마드리드에서 직항으로 돌아오는 코스의 여정을 위해 딸의 친구인 현정인 15일간 숙소를 예약하고, 푸른인 식당을 예약했고  엄마들은 집을 떠나는 즐거움, 이가락의 흥분을 만끽했다.


파란만장 비행여정


하루 먼저 출발한 현정이 모녀를 따라 바르셀로나로 합류하기 위해 인천공항에 들어설 때까진 모든 게 일사천리였다. 이런 날을 위하여 그동안 혼자라는 절대고독을 버텨낸 것이 아니겠냐며 호기롭게 까칠을 버릴 셈이었는데 바르셀로나행 비행기가 만석이란다. 만석일 경우 대기로 밀려나 여행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위험요인을 감안하고도 경비절감을 위해 직원항공티켓을 끊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바르셀로나로 입성하려던 계획이 차질이 생겼으니 여기저기 항공편을 알아보느라 정신없이 바쁜 딸 대신 불안은 엄마가 대신 떠안는다. 생소하면서 아찔하게 참견해야 또 여행의 맛이 나지 않겠느냐 너스레까지 떨면서 말이다. 


아직 공항이냔, 옆지기는 건강검진 결과가 나왔는데 귀가 안 들려 보청기를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를 전한다. 아! 오십 년 넘도록 써먹었으니 고장이 날 만도 했지. 그래서 내 말을 알아듣지 못했단 해프닝이었다니 무겁던 마음의 돌도 내려놓고 이제 떠날 일만 남았다.


그러나 영국 런던으로 비행일정이 바뀌면서 기막힌 참담이 발생했다.  런던공항에 웬 항공사가 그리 많던지 개트윅으로 가야 하는데 히드로 공항으로 잘못 날아온 것이었다. 비행기표를 다시 끊으면서 일등석으로 업그레이드했는데 이마저 놓칠 수는 없으니 허겁지겁 우버를 불렀는데 출발했다는 우버는 당최 나타나질 않는다. 히드로 공항에서 오지 않는 우버택시를 기다리다 개트윅 공항에 늦게 도착했고, 결국 바르셀로나행 마지막 비행기를 놓쳤다.


인천공항에서 바르셀로나  직항이 무산되고, 영국 런던 공항에 잘못 불시착하여 결국 바르셀로나행 비행기를 또다시 놓치게 된 불운과 맞닥뜨리게 됐으며, 개트윅 공항에서 늦은 밤 노숙하게 생겼으니 이만하면 파란만장 퍼펙트한 이벤트 아니겠냐고!  


그런데 우리뿐이 아니었다. 우리와 같은 비행기를 놓친 스페인 여자 셋과  바르셀로나행 비행기표를 같이 끊으면서 얼굴을 쳐다보고 웃다가 춥고 싸늘한 밤을 어떻게 보낼 생각이냐 물으니 공항에서 자면 되지 않겠냐, 깔깔 웃는다. 조급한 마음에 불 지르듯 화만 내던 내 얼굴도 딸의 얼굴도 어느새 웃을 밖에. 밋밋하던 삶의 여정에 잠깐 겪는 파란만장쯤이야, 어느새 전염된 유쾌로 불운 아웃! 황당해서 더 춥고 무서운 개트윅 공항에서 도저히 노숙할 수 없어 캡슐호텔에 짐을 풀고 늦은 밤 반겨준 바에서 요란한 여행의 시작을 축하한다.


드디어 열두 시간 만에 런던 개트윅  공항에서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떠난다.

좀 꼬이면 어때, 풀면 되지! 좀 늦으면 어때, 떠나온 길인데 즐기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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