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엘레니 Jul 11. 2023

아이의 비

  ‘어른의 비’와 ‘아이의 비’는 다르다.

  비가 오면 아이들은 신이 난다. 어른들에게는 불편한  투성이인 것들이 아이들을 신나게 한다.

  어른들에게 비는 커피 한 잔과 함께 카페에서 볼 때나 낭만이다. 커피를 다 마시고 카페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는 거추장스러운 우산, 피해 다녀야 하는 물웅덩이, 우산 속으로 파고들어 오는 빗방울들로 방금 전까지의 낭만을 바라보던 눈빛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진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안에서 바라보는 비는 재미도 낭만도 없다. 밖으로 나가는 순간이 되어서야 얼굴에 즐거움이 피어난다.

  아이들은 비가 오는 세상에서 처음은 아니지만 평소와는 조금 다른 경험을 하는 것 같다. 우리가 여행을 하며 느끼는 것과 비슷한 것일까.


  우산을 쓰며 캠핑장 텐트 안에라도 들어온 듯이 위를 바라보며 눈을 반짝인다. 그냥 가도 되는데 우산을 빙글빙글 돌리며 재미있는 놀잇감이라도 들고 있는  까르르 웃는다. 물웅덩이를 만나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냇가에  듯이,  안에 물고기라도 있는 듯이 물속을 들여다보고 샌들을 신은 발로 찰박거린다. 어쩌다 빗방울이 날아들어오면 눈을 깜빡거리며 그마저도 좋다고 웃어 보인다. 화단의 키 작은 나무들은 손을 위한 물웅덩이다. 손으로 나뭇잎들을 쓸어가며 물방울을 튕겨내고 손에 묻은 물은 옷에  닦아내면 그만이다.


  어른들이라면 절대   없는 행동들. 덕분에 나도 그들 옆에서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간다.

  아이처럼 행동하지는 못해도 그때 느꼈던 감정을, 그리고  감각들을 되살려본다. 알록달록한 우산 속에서  빛깔이  얼굴에 와닿을 때의 왠지 모를 설렘, 물을 찰박거릴   발로 들어오던 시원한 물과 자잘한 모래들이 발가락 사이에 들어와 간질이던 느낌,  손을 적시며 부드러운 듯 거친 듯 손을 스치던 축축한 나뭇잎들의 촉감. 아이들을 보며 빗소리와 냄새,  차가움까지도 다시 생생하게 느낀다.


  그래서 세상에는 아이들이 있나 싶은 생각이 든다.

  어느 순간 무뎌지고 성가시다고 느껴지는 것들이 사실은 즐거울  있는 일들이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려고. 아이들의 웃는 소리에 문득 그때가 생각나고 미소 지어   있는 여유를 주려고.





지렁이를 화단으로 보내준다는 첫째와 셋째


매미에게 우산을 씌워준다는 둘째


이전 19화 현실 엄마와 브런치 엄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