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
대화
2월에 핀 개나리가
“아이 추워, 어떡하지?” 하면 ―혼잣말
그 곁의 느티나무가
“오늘만 참아, 개나리야
내일부턴 따스해진대!” 하면 ―대화.
밭을 파헤치던 멧돼지가
“먹을 게 하나도 없네.” 하면 ―혼잣말
감자를 주면서 농부가
“미안하다, 사람들이
산을 다 파헤쳐서!” 하면 ―대화.
길가에 주저앉은 할머니가
“사탕, 사탕!” 하면 ―혼잣말
지나던 아이가 초콜릿을 내밀며
“우리 할머니도 당 떨어지면
사탕 찾으세요!” 하면 ―대화.
거울을 보던 아이가 웃으며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하면 ―혼잣말
거울 속 아이가 따라 웃으며
“경선아, 경선아!
세상에서 니가 제일 예뻐!” 하면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