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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as Jun 20. 2023

존엄한 삶을 어떻게 유지할까?#14

'자기'를 인식하기

자기를 인식하기


무엇이 잘못되었다고 느낄 때, 기록하라. 머리로 생각하면 엉키고 더디다. 결혼 이후에는 이 전에 정리하지 않은 일생의 파편들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는 것을 느꼈다.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냥 재앙이었다. 내게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기존의 체계들이 와르르 무너지고 있었다. 그 자체로 폐허였다. 좌절과 우울, 절망과 암흑 무기력증이 찾아왔을 것이다. 그렇게 미웠던 가족들이 없었더라면, 어려서 학대받은 분노로 원한의 복수를 꿈꿔왔다. 난 공부로 반드시 성공하여 보란 듯이 독립할 것이다. 그 독립에 결혼이라는 장을 선택했다. ebs강사 이지영은 도망간 곳에 천국을 없다는 말을 했다. 나는 인생의 과제를 잠시 덮어두고 도망갔던 것이다. 부모님 집에서 살았던 서른셋의 삶이 감옥이었다면 이곳은 지옥불이 됐다. 하지만 아이는 내가 안고 가야 할 새로운 희망이자 극복의 대상이었다. 나는 어른이 되어야 했다. 결심, 자기를 찾아야 함이 간절했다. 나는 죽어서 구천을 떠돈다는 말을 본능적으로 했다. 이대로 살다가는 살 수가 없었다. 산 송장, 좀비가 되기 싫다 온전한 인간으로 살아가고 싶다. 지금의 내가 아닌 다른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 까? 가장 빠른 길은 거인의 어깨 위에 오르는 것. 그때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학부 때는 오로지 장학금을 탈 목적으로 공부를 했다. 그리고 남는 것은 없었다. 내가 다시 공부한다면 그런 암기위주의 공부는 하기 싫다고 결심했다. 그런데 수업시간에 암기를 하지 않고는 발표를 원활하게 할 수가 없었다. 이상했다. 수료 후에도 몇 안 되는 경험으로 확신할 수 없었다. 내가 도달하지 못한 고지. 박문호 박사의 유튜브채널을 이끌림에 의해서 보게 됐다. 뇌과학자는 뇌의 시냅스를 활성화시키면 누구나 전문가 못지않게 공부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토대를 잘 쌓는 방법을 알려주시고 책은 보이는 대로 사놓으라고 하셨다. 지금 읽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읽게 된다고 했다. 그 말씀은 우리 지도 교수님도 하셨던 말씀이다. 나는 교수님과의 근 4년간의 대화로 사람을 존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경험이 짧아서일까? 그렇게 진중하게 경청해서 들어주시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나만의 경험이 아닐 것이다. 때론 다른 학과 사람 들도 가끔 수강신청을 하게 되는 데 어떤 대학원생은 수업 첫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보통 자신의 생각을 잘 묻지 않으시는데, 교수님은 자신의 생각을 물으시고 잘 들어주셔서 너무 감동적이라고 했다. 아마 그 학생도 내가 인생을 방황하는 순간 작은 나침반을 주셨던 것처럼 교수님에게 그런 힘이 있으신 것 같다. 교수님을 처음 뵈었을 때 내 인생의 모든 어려움을 한 순간에 토로할 때 해주신 말, 네게는 씨앗이 있어. 그릇이 커져야돼라고 하셨다. 난 그 말을 잊지 않는다. 그리고 그때는 몰랐던 그릇이 무엇인지 알아가고 있다.


존엄한 삶이란


대학원생들과 함께하면 천상에 와 있는 것 같았다. 남편의 거친 말들을 날마다 쉴 새 없이 듣다 보면 쓰레기 오물, 구토, 혐오와 같은 말로 대체할 정신들이 펼쳐진다. 하지만 대학에 가면 공기부터가 다르다. 거기선 생각나지 않은 것들이 건들어지기도 한다. 참 이상했다. 그래서 너무 혼란스러웠다. 극과 극의 세계, 그럴수록 나 자신이 더 수치스러웠다. 고귀함과 추함을 동시에 간직해야 하는 이중생활을 하는 것 같았다. 동생은 내게 말했다. "누나,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했어.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그것만 생각해."


분노는 분노를 낳고

사랑은 사랑을 낳는다.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은 애증병존증, 고통을 받는 아이들이 가장 견디기 힘든 두 가지의 모순적인 감정, 그게 지옥이었지. 그래서 법륜 스님은 불교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보다는 인간의 고통을 없애주는 것이기에 병이 있으면 병원에 가서 치료하면 된다고 했다. 나는 내 삶의 영역에서 나의 상태를 누구보다도 잘 기억하고 있다. 남편은 삶에 순응해서 덮고 잊어버리기를 선택한 사람이다. 나는 되새기고 반성하는 삶을 선택했다. 그래서 우리가 각자의 결핍으로 만났겠지. 부부가 결혼할 때는 결핍으로 만났다 결혼하게 되면 온전한 지 알고 다시 이혼한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결핍됨을 확인하고 후회한다고 한다.


어떤 위험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은 패턴과 가치, 태도와 신념을 다루고 있는 책, <존엄하게 산다는 것>, 게랄트 휘터, 이 책은 품격 있는 삶이란? 에 대해 현대 과학적 측면에서 존엄의 정의를 자연과학적인 시각에서 조명하고 있다. 결국 '나는 이러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내적 표상이 외부의 힘에 휘둘리지 않은 단단한 뿌리를 내리려면 그 사람을 지탱하게 하는 내면의 힘, 정체성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즉, 신경생물학적으로 뉴런의 연결 패턴에 관한 문제로 접근한 책이다. 저자는 존엄을 아는 사람이 먼저 사회에 소리쳐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미래 세대의 종말을 막고 싶다면.


존엄한 인생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더 이상 존엄하지 않은 인생을 살 수 없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자기 존엄을 인식하는 능력은 그 사람의 재산이나 지위, 명예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존엄함이란 인간이 다른 인간을 대하는 방법, 인간이 인간을 위해 책임을 지는 태도의 문제다. 얼마나 존엄한 관계를 맺느냐의 문제인 것이다._198p.


나는 죽을 때까지 존엄한 삶을 실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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