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는 가정 안에서 어떤 정치를 하나 #10
'엄마! 임포스터가 정치를 해'
이 전 동네에서 6년을 살고 첫째 4학년 2학기가 되기 전 6월에 이사를 왔다. 우린 합의되지 않았지만 재테크를 해야 한다는 일방적인 통보로 남편은 부동산 아저씨와 이사 날짜를 잡았다. 물론 이사 전부터 2-3년을 싸웠다. 아파트 거래하기 전 남편은 이사할 목적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늘 그때그때 달라요다. 아무 곳도 안 가는 사람과 살 때는 동선이 좋은 동네가 좋다. 그래서 난 이사를 반대해 왔는데, 역시 자기만 생각하고 밀어붙이는 바람에 쉼터에서 쫓겨나는 기분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는 늘 긴장된 사람처럼 어떤 일을 결심하고 진행 중에는 부산을 떤다. 혼자 부산 떨면 나으련만 물귀신 작전을 하면서 난리굿을 만든다. 그렇게 으스대고 싶은지 이사하고도 태생적인 화가 풀리지 않은 사람처럼 늘 비난을 달고 살았다. 나는 2019년 이후부터 그와는 더이상 내가 기대했던 대화가 안 된다는 것을 서서히 인정하면서 거리 두기를 시작했다. 최대한 말을 섞지 않아야 한다고 의식했다. 나르에게 하는 회색돌 기법을 실천하기로 결심했다. 그랬더니 그의 타겟팅이 바뀌었다. 첫째에게로, 그는 뭐가 그리도 화가 나는지.
아이는 나름 밝다. 내 걱정과는 달리, 또 과하게 아빠에 대해 경계가 없다. 나는 고심 끝에 아이에게 아빠의 가정환경에 대해 얘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의 행동이 너무도 불안했기 때문에 예상치 않게 내게는 2-3년이 더 빠른 결정이 됐다. 시급했다.
샌드백이 되지 마, 비판적인 사고를 가져야 돼
"아빠, 학교에서 토론 수업을 했는데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 동물 실험에 대한 찬반토론인데 이쪽 얘기 들으면 맞는 것 같고, 저쪽 얘기 들으면 또 맞는 것 같아서, 나는 어떤 쪽을 들어야 할지 모르겠어."
"아 그건, 네가 하나를 일단 골라서 주장할 근거를 대면되는 거야. 토론이라는 것이..." 그러자 갑자기 남편이 껴서 말을 막는다.
"우리 대화에 감히 니 따위가 껴들어? 나한테 물어본 거잖아. 너 동물실험 안 할 거야? 안 할 거면 지금 당장 창문 밖으로 뛰어내려."
그가 그 말을 하자 딸은 "허"하고 말문이 막히고, 나는 또 분노가 일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아이가 물어보는 과제에 집중했다. 하지만 그 일로 나의 트라우마는 오래갔다. 저 미친 입은 막을 수조차 없었다. 유아기 때는 아이들을 한 번도 안아주지도 않더니 왜 스스로 공부해야 할 때는 찰떡같이 붙어서 귀 아픈 얘기를 해대는지, 나는 점점 불안이 강해지고 있었다. 더 이상 놔두면 아이의 사고들이 왜곡될 것 같았다. 유아기처럼 내가 안고 다닐 수도 없고, 어느새 남편이 아이 옆에 딱 붙어서 학습한다는 핑계로 말도 안 되는 자신의 왜곡된 사고들을 펼치느라 신나 있다. 내가 아이들 영어 교육을 다른 동네로 여전히 보내는 상황이라 아이 둘을 차에 태우고 다니면서 아빠의 언행이 거친 이유는 그 가족의 역사적인 굴곡과 병적인 이유다고 길게 매일 2시간씩 설명해 댔다. 내 동생이 보내준 여러 동영상도 아이에게 추후에 보여줬다. 그렇게 중1까지 꾸준히 나도 준비되지 않은 아이들을 이해시키느라 세뇌 아닌 세뇌를 하는 것 같았다. 첫째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아니 그럼 너무 머리 아프잖아. 아빠가 한 말을 다 어떻게 판단해 아악." 하면서 차 안에서 자곤 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남편의 모략질에 방어하다가 우리 아이들이 샌드백꼴이 되는 것이 미안하지만 견뎌야 하는 난관이라고 생각하며 나름 투쟁했다.
"엄마, 아빠는 임포스터야."
그렇게 중1이 된 딸이 어느 날 느닷없이, "엄마, 아빠는 정치를 하는 거야. 이거 봐 임포스터."
놀라웠다, 그 후에는 엄마, 빅브라더 세계에서 생각하지 못하게 확성기를 틀어놓은데, 아빠가 거실에서 소리를 크게 틀어놓은 것과 같은데라며 <1984> 얘기를 했다. 그리고 어느 날은 아빠의 이상한 말을 들을 때는 "으익, 꿀꿀 돼지, 돼지, 돼지."라고 중얼거렸다. <동물농장>을 보고 풍자 섞인 말이었다. 아~다행이다, 내가 국어논술학원을 잘 보냈구나. 나는 대학원을 다니면서 생각이란 것을 기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더 강하게 알게 됐고, 어린 시절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내 삶을 통해 누구보다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남편은 나한테 거칠게 했던 것과는 다르게 아이에게는 나와 처음 맞선 봤던 때처럼 첫인상을 좋게 보이려고 애쓰는 사람처럼 딸에게는 그렇게 대했다. 그 잔인함이 내재된 사람에게도 부성애가 있는 건가. 하지만 왜 배우려 하지 않을까. 그는 우습다. 자기보다 신체적으로 약한 사람 앞에는 으스댄다. 딸이 발견해 준 임포스터는 다음과 같다. 그 덕에 남편의 정체를 더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의 더 정확한 패턴을 확인하니, 방향을 설정하고 기획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Imposter의 사전적인 뜻은 남의 이름을 사칭하는 자, 사기꾼, 협잡꾼이다.
임포스터라는 말의 유래는 '어몽어스'라는 게임에서 나왔다. 어몽어스는 간단히 마피아 형식의 게임이라고 한다. 여러 명이 게임을 시작해 랜덤으로 총 인원수에 맞춰 마피아가 선정되고, 그 마피아는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마피아가 아닌 사람들을 죽여나가는 게임이다. 그러고 보니 유재석이 하는 예능에서도 비슷한 게임을 본 것 같았다. 흥미로웠다. 거꾸로 마피아가 아닌 사람들이 마피아를 찾아내는 추리적 요소를 곁들인 게임이다. 아이는 유튜브채널을 통해 봤다고 했다. 임포스터가 다른 일원들을 제거하는 모습은 잔인했다. 그래서 너무 폭력적이니, 아이들에게 보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게임자체는 매우 흥미로웠다. 남편은 부동산 쇼핑을 할 때는 돈도 없으면서 몇 년을 혼자 돌아다니며, 모델하우스에 내 핸드폰 번호를 적어냈다고 했다. 회장지 곽을 받기 위해서다. 자기는 일하느라 바쁘니 그런 광고성 문자는 받을 수가 없어, 니 번호를 적었는데, 그런 것 하나 안 도와주냐며, 허락도 없이 적어낸 것에 대한 핑계를 대면서 동시에 가스라이팅하는 사람이다.
한 유투버가 마피아의 실체인 임포스터는 일원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일원들에게 정치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무엇 때문에 정치를 하는 것인가? 오로지 자기만이 살아남기 위해서 속여가며 죽이는 것이다. 남편은 내가 자신이 숨겨온 태생적인 본질을 꿰뚫어가는 것이 불안했는지 서서히 가정 안에서 편 가르기 작업을 하는 것 같았다. 아빠라는 이름으로 자행하는 일을 같이 사는 동안에는 더 이상 막을 도리가 없어서 나도 정치에는 정치를, 선언하고 있었던 것이다. 씁쓸하지만, 그것을 보고 아이가 인식하여 설명해 줬기에 아직 잘 크고 있다고 스스로를 위안 삼았다.
"oo야, 엄마도 아빠도 사고가 잘못될 수가 있어. 하지만 오랫동안 읽혀온 책들은 인생에 좋은 깨달음을 주는 거니. 꼭 읽어야 해.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비판할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해. 왜 저런 말을 하는지, 계속 생각해야 돼. 그냥 맞다고 수긍하면 안 돼 알았어?"
라는 말을 2년을 해댔다.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화를 냈지만 해가 갈수록 이해하는 것 같았다. 다행일까?
가정에서는 정치와는 다른 규범이 있다는 것을 남편은 언제 알아갈까? 교수님께 정중히 말씀드려 남편도 청강할 수 있을까를 요청드렸다. 남편은 내가 대학원을 다니면서도 수없이 방해를 했지만 그는 나를 1년을 지켜보더니, 그 정도면 나도 갈 수 있겠는데 하며 그럼 나도 레베루를 맞춰야지 하더니, 사내복지를 이용하여 신청해 석사를 취득했다. 그즈음 교수님께서 크게 마음먹으시며 대학원생에게까지 양해를 구해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도와주셨다. 그 승인을 받기 위해 거의 3달을 노력했는데 막상 모든 것이 준비됐을 때는 남편이 안 가겠다고 했다. 처음에 습관처럼 "그래? 알았어."라고 해서 진행했던 것이 어이없이 취소됐다. 니체의 그 저서는 니체가 극의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갔고, 잘못된 교회집단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이 많았기 때문에 아마도 그가 새롭게 다른 관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었는데, 그는 뒷걸음쳤다. 하지만 교수님의 넓은 아량에 무척 놀라워하는 듯했다. 그리고 한 번도 보지 않은 교수님의 존재에 대해 무서워하는 것이 보였다. 그는 참 이상하다 교수님이라는 실체가 있는데 이런 분이다라고만 했을 뿐, 어찌 보면 내가 거짓을 첨가했을지도 모르지 않나? 그렇게 사람을 의심하는 사람이 특이한 사람이다 그는 오히려 허점이 많다. 하지만 난 한 번도 거짓을 전달한 적이 없다. 아마 그것도 그의 약한 고리인가.
교수님들께서는 내가 학기 수료를 한 이후 1~2년이 지나 퇴직을 하셨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