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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as Jun 20. 2023

언행 불일치의 이유 #07

나르, 그 선하게 생긴 사람

초기 3개월 매우 중요하다. 아기도 100일이 되면 어두운 눈을 뜬다. 신입사원의 적응기는 100일이다. 중요한 시험을 치를 때 선조들은 백일기도를 드렸다. 백일 수행 등 백이라는 수는 얼마나 고귀한가. 무언가 간절할 정도의 시간, 자신의 내면을 깊이 알아갈 정도의 짧지도 길지도 않은 아니면 둘 다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우리의 만남도 3개월에 끝났다. 그가 나를 만난 후 매일같이 집 앞까지 데이트신청을 하면서 아, 사실은 신청이라기보다는 바로 호응이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호감의 강도가 강해진 이유는 매일 공들여 백일을 왔고 예상대로 99송이의 장미를 들고 왔으며, 예상대로 한 송이는 너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 뻔한 거짓말? 처음엔 그가 거짓말을 했다고 바로 인식했다. 그런데 왜 결혼을 하고 나서는 한 번도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느끼질 않았을까? 여자라면 누구나 남자를 신뢰할 때에만 결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난 결혼한 순간 그의 오류적인 태도는 모두 잊어버리고 전적으로 믿었다. 그 믿음은 쉽사리 깨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는 어땠을까? 나를 믿었을까? 그의 핀잔을 들으면 나를 믿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핀잔이라고 판단했다.


그이는 첫 남에서 말했던 대로 자산을 늘리는 일에만 몰두해 있었다. 빨리 돈을 벌어야 한다. 급하다 급해. 빨리 승진해야 한다 급하다 급해. 그래서 가정일이라고 구분 짓는 일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아버지만 모셔오고 모셔다 드리고를 3년을 넘게 했다. 나는 남편이 둘인 것 처럼 너무도 불편했다. 그리고 4년 5년 6년째는 그는 다른 지역으로 가버렸다. 그리고 너랑 같이 살기 싫어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빨리 죽겠다 내가 집안의 대주인데 나 빨리 죽으면 어쩔거냐 저번에 어디 사업소에 내 나이의 젊은 사람이 자살을 했더라며 강한 감정이입을 하더니 그는 타지로 떠났다. 그렇게 첫 3년은 시아버지 덕에 주말 없이 지나다 그 후 삼 년은 아이 둘을 혼자 키우는 과부 같았다. 하지만 정신은 너무도 행복했다. 쉴 새 없이 닦달하는 시엄시 빙의체 언어를 듣지 않아도 됐다. 내가 원하는 대물림 방지 프로젝트 책육아를 실천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외지 발령기간을 마친 8년째부터는 다시 지옥이 시작됐다.


그가 자주 들락거리는 부동산 사장님이 이 사람의 호칭 "그 선하게 생기신 분"이 물으시더라는 말을 동생에게 들었다. 나는 몇 년 간을 남편의 언행불일치에 대해서 가족들의 위로와 혜안을 듣고 싶어 수시로 고통을 하소연했지만 도대체가 내 말을 들어주는 이가 없었다. 그리고 내 상황을 표현한다는 게 왜 이리 어려운가? 흥분 상태에서 모든 정황을 다 말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듣는 사람들은 나의 맥락을 다 잊어버리고 결과만 가지고 자신의 상황과 비교하여 그래도 너는 나보다 낫잖니로 끝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가 겉으로 잘 만든 재산만으로 계산했다. 하지만 우리 가정 안에서 일어나는 정신적, 신체적 폭행들에 대해선 관심이 없었다. 그는 거친 애정표현을 가지고 있어 내가 침대에 있으면 갑자기 개구리처럼 사지를 다 벌린 채 덮치는 행동을 자주 하면서 히히 거리면서 어쩔 때는 어깨, 등 등을 물어대며 누르고 제압하는 행동을 자주 했다. 아이들에게도 같았다. 본인은 야단 떠는 어린 아들처럼 귀여운 척 신났겠지만 그 행동과 표정이 너무 더럽고 혐오스러웠다. 그러다가 그의 내면아이는 할머니에게 무엇이든 받아주는 얄미운 개구쟁이인 채로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한 악동인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성인의 모습으로 보일 때는 윽박지르고 위협하고 해코지하는 듯한 모습으로 반복해 보이면서 그 모습이 바로 자기의 올바른 가장이 할만한 법인 것으로 주입하고 싶어 했다. 그는 아이가 태어날때부터 했던 말이 있다. 히히 살아있는 내 놀잇감이다. 아이든 나든 무조건 7년 이상을 덮쳐댔다. 시도 때도 없이, 자고 있는데 갑자기 등 등 행태는 느닷없이, 예고 없이, 불쑥 불쑥이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 어느새 방어태새를 취한다. 나도 동시에 갑자기 발로 막거나 그러면 몸의 충돌이 일어나는 것이다. 참 가관이다. 다 큰 성인이 공간을 헤집고 다니면 방법이 없다.


그의 예기치 않게 반복되는 행동들 그리고 쉽사리 바꾸는 말들이 언행불일치를 쉽게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장치이다.

그것은 무엇을 감추기 위한 것이고 상대가 눈치채지 못한 사이 자신의 성취를 만끽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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