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이삭 Aug 01. 2023

하급 공무원 착취구조

'젊어서는 고생, 늙어서는 신선놀음'  공무원 사회

공무원은 크게 보면 관리자와 실무자로 나눌 수 있다. 보통 9급 공무원으로 들어와 10년 이상 실무자로 일하면 진급을 하게 되는데, 사람에 따라 10년이 걸릴 수도 15년이 될 수도 있다. 진급을 하면 팀장, 과장, 국장 등 관리자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30살에 공무원이 되어 60살에 퇴직한다고 하면 대략 10~15년은 실무자로, 15~20년은 관리자로 공무원 생활을 한다. 관리자가 되지 못하는 직원은 거의 없다. 그 시기에 문제가 있을 뿐이다. 일을 잘 못해도 된다. 두각을 나타내지 않아도 된다. 그저 버티고 근무만 하면 진급은 시켜준다.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지 못할 뿐, 중간관리자인 팀장 자리까지는 최악의 근무성과를 보여준다 해도 가능하다.


문제는 실무자로서 공무원의 삶과 관리자로서 공무원의 삶의 격차가 너무 크다는 데 있다. 주로 7~9급 말단 공무원들이 겪어내는 고생은 이루 말로 다할수 없다. 민원에 치이는 것은 기본이고 각종 보고 업무와 자료조사에 관리자들 기분까지 맞춰 주어야 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쉴 시간이라고는 없다. 점심시간조차 쉬지 못한다. 관리자의 밥시중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요령이 없는 신규 직원일 때가 가장 힘들다. 대부분의 신규 공무원들이 놀라는 것이 이렇게 일이 많고 바쁠 줄 몰랐다는 것이다. 공무원이 되기 전 본인이 상상하던 워라밸이 지켜지는 공무원의 삶은 저세상 이야기라는 현실에 좌절한다. 하지만 공부한 시간과 비용이 아깝고 부모님과 주변 친구들 시선이 있어 그냥저냥 참고 버티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최악의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불평과 불만을 애써 누르며 하루하루 버텨 나가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실무 공무원의 일과가 이렇게 힘든 이유는 업무 병목현상에 상사 심기까지 살펴야 하는 이중고를 겪기 때문이다. 과장이 지시해도 팀장이 지시해도 결국 업무는 실무직원 책임이다. 사람은 하나인데 일은 여기저기서 다 시키니 몸이 두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게다가 관리자들은 일을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방해만 한다. 업무시간 중에는 쓸데없는 잡담으로 실무직원이 일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든다. 본인은 신선놀음 중이기 때문에 할일이 없어 심심해서 잡담하는 것이지만 실무직원 입장에서는 그런 이야기 듣고 싶지도 않고 당장의 일이 급한데 짜증만 난다. 식사 시간에도 상사의 갑질은 계속된다. 점심시간에 상사를 혼자 놔두어서는 안되고 계속 모시고 다녀야 하는 관례가 있기 때문이다. 같이 밥을 먹어줘야 하고 상사가 따로 약속이 없는 한 차도 한잔 같이 마셔주고 계속 상사를 모시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심지어 퇴근 후 저녁시간도 상사의 시간이다. 갑작스레 저녁 먹자 술 한잔 하자 요청이 들어오는 경우가 너무 많다. 이런 모임에 계속 빠지다 보면 상사 눈에 나 버린다. 내가 일하는 이유가 빨리 진급하고 인정받기 위해서인데 그 권한을 가지고 있는 관리자의 눈에 나버리면 모든게 끝장이다. 허겁지겁 일을 하다말고 상사와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간다. 결국 아침부터 퇴근 때까지 쉬는 시간이란 없다. 고되고 고되다. 이렇게 10~15년을 살아야 한다.


반면에 관리자 공무원의 삶은 정반대다. 보통 우리나라 국민들은 공무원의 삶을 편안한 삶이라고 규정하는데 관리자 공무원들에게는 맞는 말이다. 아니 알고보면 국민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편하다. 사실상 세금도둑 수준이다. 말이 좋아서 관리이지 업무분장이 아예 되어있지 않다. 한마디로 하는 일이 공식적으로 없다. 그저 결재만 할 뿐인데, 대부분의 사항들이 관리자의 결재가 굳이 필요없는 일들이다. 형식적인 결재라는 이야기다. 관리자로서의 책임감이 있다면 부담이 있을 수 있겠으나 그런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관리자는 거의 없다. 그저 아무일 없이 무탈하게 지내는게 목표이기 때문에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직원들이 도움을 요청해도 무시하면 그만이다. 그래도 직원들이 자신에게 대항하지 못하는 현실을 알기에 만사태평이다.


느긋하게 출근해서 퇴근 때까지 딱히 하는 일이 없다. 그래서 주식이나 코인 투자에 열을 올리거나 인터넷 서핑, 자격증 공부, 유튜브 시청 등 갖가지 방법으로 시간을 때우다가 퇴근한다. 가끔 기관장이나 임원급 관리자들이 따로 불러 일을 시킬 때도 있는데 걱정할 일은 아니다. 실무 직원들에게 그대로 전달만 해주고 시키면 그만이다. 직원들이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면 대충 추상적인 말로 때우고 이런 방향으로 한번 해보라고 던져주면 그만이다.


그런데 노는 것도 일이라고. 이렇게 아무일 없이 하루를 보내기에 09:00부터 18:00까지의 업무시간은 길다. 자격증 공부하고 인터넷 서핑만으로는 힘들고 지겹다. 같은 계급의 동료 공무원이나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에게 연락해 차나 한 잔 하자고 한다. 물론 업무시간에 말이다. 수다 삼매경에 빠진다. 다른 직원에 대한 사담과 뒷담화도 빠질 수 없다. 본인은 아무 일도 안하면서 어느 직원은 일을 못하고 어느 직원은 싸가지가 없고 어느 직원은 정말 최고의 직원이고 사람 평가에 여념이다. 누구는 이혼했다더라 누구랑 누구가 사귄다더라 누구네 집이 잘산다더라 이야기꽃을 피운다.  


그렇게 놀고먹다 퇴근하려 하는데 집에 들어가기는 또 웬지 싫다. 관리자 본인들은 오늘 하루가 끝나간다는 사실에 마음이 왠지 허전하고 외로워서 그런거다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하루종일 아무 일도 안했기 때문에 체력이 남아도는 것이다. 운동이나 자기계발, 공직과 별개의 사적 모임에 충실했으면 좋으련만 그런 수평적 관계는 불편하고 자신없다. 내가 군림할 수 있는 수직적 관계 속에서 내 말에 꿈쩍도 못하는 부하직원들과 저녁시간을 보내고 싶은 욕망이 꿈틀댄다. 맥주나 한잔 하자. 저녁이나 같이 먹자. 부하직원들의 썩어가는 표정을 애써 모른체하며 내 남아도는 체력을 소비하기 위한 하루의 마지막 스케줄을 잡는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해도 들어줄 수 밖에 없는 가련한 실무직원들을 앞에 두고 한참을 떠들다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게 기분이 좋아진 상태로 퇴근한다. 아무런 걱정도 불편함도 없다. 공무원하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실무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약간 있지만 그리 심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나도 그 시절을 겪었기 때문이다. 공무원은 원래 그런거야. 어차피 너희도 지금은 힘들겠지만 나중에 나처럼 누릴 수 있으니까 애써 자위한다.


이토록 실무자와 관리자의 근무여건 차이가 심각하다. 심지어 책임도 실무자가 지는 경우가 많다. 만화 ‘미생’에서 업무 중에 큰 실수를 저지른 주인공 장그래가 미안한 마음에 계속 기가 죽어 있자 상사인 오과장은 장그래를 장 과장이라고 놀린다. 책임질 위치에 있지도 않은 놈이 왜 자기가 모든 책임을 다 지고 있는 모양으로 기죽어 있느냐는 뜻이다. 계속 그렇게 놀려대자 장그래도 마음이 편해진다. 오과장의 말이 맞다. 책임은 온전히 관리자의 책임이다. 하지만, 공직에서는 그렇지 않다. 책임마저 실무자가 진다. 실수하고 잘못하면 한동안 기죽어 있어야 한다. 기죽은 티를 내지 않으면 관리자에게 찍힌다.


관리자와 실무자의 업무 밸런스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맞출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군대와 같은 강력한 제도개혁이 시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전 군대는 상병만 되도 군생활이 편했고 병장이 되면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 병장들은 훈련도 작업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내무반에서 뒹굴거리고만 있었다. 훈련을 나가도 어슬렁어슬렁 쉬기만 했다. 그때는 그래도 되었다. 이등병 일병들이 다 했다.


하지만 지금 군대는 그렇지 않다. 정도의 차이는 조금 있을 수 있어도 병장들도 훈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작업도 많이 한다. 과거에는 병영부조리가 사회적 이슈로 자주 터졌다. 하루가 멀게 들려오는 군인 자살사고와 과도한 얼차려 등의 문제들이었다. 이러한 사고들이 터질 때마다 국방부에서는 그 관리자에게 엄한 책임을 물었다. 아무리 군인으로서 능력이 뛰어나도 자신이 관리하는 부대에서 병영 부조리나 자살사고가 일어나면 관리책임을 크게 물어 옷을 벗겻다. 결국 사단장 연대장 대대장 등 군대간부들은 병장과 상병 등 군대고참들과 일병 이등병의 업무밸런스를 실질적으로 맞춰 가는데 주력했다. 평생을 명예롭게 나라를 지킨다는 신념으로 근무하던 고위간부들 입장에서는 병영 부조리를 제거하는 게 급선무가 되었다. 병사들 간 수평적 조직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게 어떻게든 노력했다. 군대 간부들이 훌륭해서 그렇게 한게 아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의 목이 날아갈 처지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병사들이 스마트폰까지 군대 내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병영부조리는 거의 뿌리가 뽑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되었다. 이제 군대 내 사고는 간부들 사이의 문제만 있을 뿐, 병사들 간의 병영 부조리 사고는 많이 줄어들었다.


공직사회는 아직 멀었다. 공무원 자살 사고가 계속 일어나고 있는데 변화는 없다. 실질적인 대책을 세우지 못한다. 신선놀음하는 관리자들이 그 대책을 세우고 결정하는 최종결정권자들이기 때문이다.  신선놀음에 빠지면 다시는 그 쾌락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마치 마약과도 같다. 이들도 실무자 기간 같은 고생을 겪었기 때문에 억울한 마음도 있겠다. ‘실무자때 고생하고 관리자때도 고생하란 말이냐 그건 안된다.’ 라는 편협한 마음이 들 수도 있다. 내 주변에서도 실무자 때 건강에 문제가 생길 정도로 고생하면서 매일 사표 쓰고 싶다며 울먹이다가도 막상 진급하고 관리자가 되면 매우 행복하게 직장을 계속 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갑작스레 시작되는 신선놀음에 공짜로 얻다시피 하는 월급까지. 게다가 매년 월급은 더 많아진다. 일은 안하고 놀기만 하는데 월급이 더 많아지는 마술과도 같다.


젊어서 고생하고 나이 들어 편한게 좋은거 아닌가? 라고 생각하는 독자분들도 있을 수 있다. 이런 분들에게는 공무원이 매력적인 직업일 수 있다. 그래도 막상 실무자로 10년 이상 버텨 보면 이런 문화가 불합리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MZ세대 공무원들의 조기퇴사율이 높은건 다 이유가 있다.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똑똑한 세대가 MZ세대다. 그 어떤 선진국보다도 좋은 환경에서 최고수준의 교육을 받고 자랐다. 이렇게 똑똑한 젊은이들이 생각이 없겠는가? 1년만 근무해 봐도 각이 나온다. 한 번뿐인 인생, 내 찬란한 청춘을 이렇게 보내고 싶지 않다라는 판단. 


필자는 개인적으로 박수를 보낸다. 필자는 세상을 보는 시야가 좁았고 똑똑하지 못해 10년을 근무할 때까지 이 조직의 실상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저 참고 사는게 미덕인 줄 알았다. 최근에 들어서야 경험이 쌓이고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시야가 트였다. 공직사회가 어떤 사회인지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10년 넘어서야 알게 된 것을 1년만 근무하고 깨닫고 퇴사하는 MZ 공무원들이 대단하고 부럽다. 그들의 찬란한 청춘과 미래를 응원한다.


실무직원에게 집중되는 업무 병목현상도 문제다. 상사는 여러명인데 업무는 결국 한 명이 하는 구조다. 국장의 지시, 과장의 지시, 팀장의 지시 모두 한명에게 쏠린다. 담당자는 그 지시를 모두 조절하고 수행해 내야 한다. 심지어 지시내용이 다를 때 중재도 해야 한다.


악성민원인 응대는 덤이다.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쏟아지는 지시사항과 업무처리요구에 시달린다. 가장 힘든 건 쉬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점심시간이나 18:00 퇴근 시간 이후에 쉬어야 하는데, 이 시간에는 이미 언급했듯 상사 밥시중 술시중 들면서 감정노동을 해야 하므로 쉴 수 없다.

한마디로 9급 공무원, 실무직원에게 워라밸은 보장되지 않는다. 그것은 사치다.


상사만 있는게 아니다. 공직사회는 선후배 관계도 엄격하다. 얼렁뚱땅 내 업무를 도와달라는 말을 하면서 일을 떠넘기는 선배들이 많다. 거부하면 이 사람은 자신의 공직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내 뒷담화를 한다. 평판이 전부인 공무원 세계에서 내 뒷담화를 쉴새없이 하고 다니는 사람의 존재는 두렵다. 게다가 내 선배들이지 않은가. 싸가지 없는 애 소리 듣지 않으려면 어쩔수없이 불합리한 요구를 받아낼 수밖에 없다.


실무 공무원으로서 이렇게 고생고생하고 버텨내서 15년 가량이 지나면 드디어 팀장 자리에 올라 중간관리자로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 지점이 공직생활의 변곡점이다. 관리자 공무원의 삶은 실무 공무원의 삶과 정확히 반대다. 아무일도 하지 않고 월급을 받아간다. 관리자 공무원이 해야 할 일은 사실 엄청나다. 사람을 관리하는 일이다. 어찌 힘들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앞에서 언급했듯 90% 이상의 관리자는 직무유기를 일삼는다. 아침에 출근해서부터 하는 일이라고는 결재도장만 찍어주는게 일이다. 그 결재도 알고보면 다 형식적이다. 팀장의 경험과 경륜에서 오는 노련한 판단이라고는 필요없는 일이 대부분이다.


물론 관리자도 하는 일이 있다. 특히 행사에 참석하거나 의회 등 외부일정이 있을 때에는 그 일정에 참여해야 한다. 또 관리자도 자신의 상사들이 있기 때문에 그들을 모시는 일도 있다. 하지만 실제 업무까지 병행해야 하는 실무직원에 비할 정도는 전혀 아니다. 이 정도로 실무자일 때와 관리자일 때의 공무원의 삶이 천국과 지옥으로 나뉘어 진다. 젊었을 때 고생하고 나이들어 편한 직업. 이걸 균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다. 균형이라기보다는 착취다. 젊은 직원, 하급 직원을 무지성으로 착취하는 야만적 문화다. 그래서 MZ세대 중심으로 이제 막 공직에 임용된 직원들의 조기퇴사율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서울시 저연차 공무원(5년 이내) 의원면직(사직)률



조기퇴사뿐만이 아니다. 저연차 공무원들의 극단적인 선택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극단적인 선택까지는 아니더라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직원들이 많다. 당장 구글이나 네이버에 ‘공무원 갑질’ ‘공무원 스트레스’로 검색해 보면 알 수 있다. 수많은 실무 공무원들이 상사의 갑질과 사적영역 침해로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악성민원이나 업무과중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마찬가지다. 얼마전부터 서울의 한 공공기관에서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직원들에게 무료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취지는 좋지만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그 뿌리를 찾아 근본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그 근본원인은 바로 실무자와 관리자 간 근무여건의 현격한 차이다. 이 차이를 조정해야 한다. 실무자의 부담을 덜어주고 관리자에게 의무와 책임을 더 부담시켜야 한다. 


공직사회는 과연 변화할 수 있을까? 군대가 변화한 것처럼 관리자가 실무자의 업무부담을 나누어 질 수 있을까? 매우 부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공공기관에서 MZ세대 저연차 공무원의 퇴사를 막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대책은 전무하다. 서두에 언급한 춘천시의 신규직원 이름표를 단 나무 심기라던가 돈 몇만원 더 준다거나 이상한 대책들만 내놓으면서 국민의 조롱거리만 되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인을 찾아서 제거해야 함이 당연한데, 관리자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이 착취구조가 변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당장 관리자와 부하직원 간의 사적인 술자리, 즉 회식을 금지한다는 조치를 시행한다고 해보자. 또는 공공기관의 수많은 팀장 과장 자리를 통폐합하는 조치를 생각해 보자. 이런 혁신적인 정책들을 관리자들은 결재하지 못한다. 절대 할 수 없다. 본인들의 편안한 신선놀음 공무원 생활을 망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내가 피해를 보는 정책을 시행할 바보는 없다. 그래서 실효성 있는 대책이 아직도 나오지 않는 것이다.


워라밸을 꿈꾸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가. 당장 그만둬라. 그 워라밸이 40~50대에 누릴 수 있는 워라밸이라면 모르겠다. 하지만 공무원이 되는 순간 당신의 그 찬란한 젊음은 야만적이고 능글맞은 50대 관리자 공무원들에게 철저하게 소비되고 말 것이다. 그리고 더 무서운 것은 당신이 관리자가 되었을 때, 당신 자신마저 똑같은 행위를 반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나 자신도 내가 그렇게 변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이전 06화 무능한 공무원 관리자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