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첫날, 소설창작인문학교 4주차 수업이자 소설 창작 두 번째 강의가 있었다. 오늘의 주제는 ‘작가의 기질 배양하기’였다. 작가의 기질이란 무엇인가? 단순히 글을 잘 쓰는 사람과 작가는 어떻게 다른가? 이에 대한 대답은 여럿이 있겠지만 그중 ‘보는 일’을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됐다.
작가는 ‘작가의 눈’으로 보는 사람이다. 작가의 눈이란 무엇인가? 존재의 연관성에 대한 통찰력 내지 상상력이다. 연관 없는(듯 보이는) 것들 간의 연관관계를 찾아내는(상상하는) 것이 발상의 기초이자 창조 활동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의식의 개안(開眼) 과정이기도 하다. 만유의 연결성과 관계된 본성을 깨닫는 것이 견성(見性)이다. 이는 글자 그대로 ‘보는(見)’ 일이다. 이렇듯 창작 활동과 깨달음은 근본에서 둘이 아니다. 이와 관련해 소설가 겸 비평가인 데이먼 나이트는 이렇게 적고 있다.
“사물이 서로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 즉 부분이 전체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순간은 학자뿐 아니라 화가, 음악가, 작가에게도 깊은 만족을 준다. 문득 우주의 질서를 발견한 듯 어떤 에너지가 자신을 강타한 것처럼 ... 이런 기분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생명력이 강하다. ... 작가가 되려면 깨달음을 얻는 일에 자유로워야 한다. 외따로 존재하는 건 없다. 라일락과 내 손과 산호의 가지는 모두 연관되어 있다.”
우리의 수업은 바로 이러한 ‘작가의 기질’을 기르는 과정이기도 하다. 프로그램 자체가 부분과 전체의 유기적 연계 속에서 새로운 것이 창출되도록 구성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홀수 주차에 진행되는 ‘창작 인문’ 공부가 짝수 주차의 ‘소설 창작’ 수업과 연계되고, 소설 창작 연습은 기성 작품과 회원 신작의 구조적 연결 속에서 진행되며, 분석되는 소설 작품과 인문 수업 내용 또한 상호작용하도록 이루어져 있다.
소설 분석 시간에는 포송령의 『요재지이』에 수록된 작품 한 편을 구조적으로 다룬 뒤, 허먼 멜빌의 소설 「피뢰침 판매인」을 분석하고 의견을 나눴다. 작품에 대한 정반대의 독해와 견해들이 토론 시간을 풍성하게 만들었는데, 날카롭고 팽팽한 의견을 주고받으며 사유의 한계를 깨고 작품 보는 안목을 높일 수 있었다.
임시공휴일이었던 이날은 회원들의 첫 회식이 있는 날이기도 했다. 수업이 끝나고 광화문역 근처 음식점으로 이동해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회원 한 분이 최근 희곡으로 수상을 했다는 기쁜 소식도 전해졌다. 광화문에서 국군의 날 행사가 열려 귀갓길 이동하는 데 곤욕을 치르기도 했지만 하늘과 땅, 위아래서 온통 축제로 풍성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