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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라 Oct 09. 2024

창작인문 3강: 창작 활동의 의미

소설창작인문학교 5주차(2024. 10. 8)

한글날인데 온종일 글을 쓴 게 아니고 잠을 잤다. 그래도 오늘이 가기 전에 발행을 하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았다. 새 아파트 뷰가 너무 좋아 거실을 메인 작업실로 쓰고 있는데 앉기만 하면 글이 술술 써진다. 지상엔 물이 흐르고 사방에 녹지가 펼쳐진 배산임수 명당에 앞이 탁 트여 기막힌 전망을 자랑하는 실로 신의 선물 같은 집이다.


나날이 삶의 질이 높아지고 사는 것이 좋아지니 ‘생은 고(苦)’라 했던 붓다의 말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천국은 인간 안에 있고 그 내면이 삶과 현실을 낳는데 어찌 지상이 천국이 아니겠는가? 나 또한 한때는 고통의 터널 속에서 인생을 고통으로 보는 붓다나 쇼펜하우어에 동감하기도 했으나, 고통은 도구이며 이 도구를 잘 이용해 터널을 통과하면 존재의 본질이 지복임을 깨닫게 된다.


이날은 ‘의미(meaning)’를 중심으로 힘(의식)과 창작 활동의 관계를 다루었다. 인간 삶에서 힘(Power)은 의미와 결부되는데 창작이란 의미 구현 활동이자 의미 창출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의식과 에너지가 상승한다.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이고, 소설의 진정한 재미는 의미에 있으며, 의미는 생명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인생에 의미가 없어지는 것은 생명 에너지 수준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무의미, 공허감이 존재를 압도하면 죽음에 이르게 된다.


진정한 창조 활동이란 죽음의 힘(Force)을 도구로 부려쓰면서 생명의 힘(Power)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창작의 트레이닝을 통해 반대되는 힘이 변증법적으로 통합되면서 의식 수준과 현실 차원이 상승하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난주에 다뤘던 허먼 멜빌의 <피뢰침 판매인>을 다시 정리하였다. 이 소설에서 주인은 자신과 반대 입장을 가진 판매인을 일부러 집에 불러들여 티격대격하면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데, 이것이 변증법(dialectics)이고 대화(dialogue)이며 창작 과정이자 생명의 흐름이다.


뒤이어 토론 시간에 회원들의 질의가 있었다. 의식 수준을 높이는 방법은 무엇인가? 거듭 얘기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가장 강력한 의식/존재/인생 업그레이드 방법은 글쓰기, 특히 소설 쓰기다. 그래서 나는 이 일을 한다. 그리고 그것을 나눈다. “제자가 준비되면 스승이 나타난다”는 말이 있는데, 때가 되어 펼쳐진 이 과정을 무리 없이 따르고 즐기며 함께하는 분들은 나의 제자이며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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