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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문득 달
Aug 16. 2024
이혼의 모습은 모두 다르다.
삶의 모습이 모두 다르듯.
이혼을 했다.
2017년 12월.
전남편의 첫 번째 외도로 이혼이야기가 처음 오갔을 때부터
2023년 5월.
전남편의 세 번째 외도로 내가 이혼을 결심
할
때까지
5년 넘게 나를 괴롭혀 온 것은
'남편이 또 이혼하자고 하면 어떡하지?'였다.
이혼, 그까짓 거,
무엇이 그렇게 두려웠는지 모르겠다.
이렇게도, 평온한 것을.
(이혼을 종용하는 것이 아님을 말씀드립니다.
무엇보다, 저는 전남편의 외도를, 우리 부부의 이혼의 위기를 극복하려 애썼고,
부부가 아이와 함께 될 수 있는 대로 행복했으면 합니다.)
그때 나는 이혼을 하면 세계가 와르르 무너지는 줄 알았다.
2019년 가을에 했던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동백이처럼 억척스럽게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동백이의 행복은 생각하지 못한 채.)
전남편이 그리워 항상 외로운 날들을 보내는,
아빠 보고 싶다고 우는 아이를 끌어안고 계속 아파만 하는,
그런 싱글맘의 모습을 생각했다.
내가 맞닥뜨린 이혼의 민낯은 현실이면서 그러기에 모두 다르다는 것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브런치 스토리를 알게 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이런 좋은 플랫폼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니.)
이혼의 여러 모습을 브런치 스토리를 통해 엿보았고,
그들 이혼의 여러 모습들에 내 상황을 대입시켜 보았다.
모두 힘겨운 투쟁 중
또는 후였
고, 그럼에도 꿋꿋하게
살아내주셔서
나도 용기를 얻었다.
그 이혼의 여러 모습 중, 기억에 남는 어느 작가님의 이혼이 있었는데,
누가 봐도 현재 모습이 굉장히 이상적이었다.
(작가님은 여러 모로 힘드신 부분도 있으셨을 텐데,
속 모르는 소리를 했네요.
하지만 아이의 면접 교섭이 제대로 이루어질까 걱정하던 시점에서는 부러운 모습이었답니다.)
두 아이를 둔 작가님은, 전 남편분이 1-2주에 한번 정도 아이들 면접 교섭을 꾸준히 진행 중이었다.
심지어 아이들은 시댁 식구들(할머니, 할아버지 포함 친척들)과도 교류가 꾸준히 있었고,
아이들에게 그것은 '부모가 이혼했지만, 나에게는 나를 사랑하는 가족들이 이렇게 그대로 있어.'라고 생각하게끔 하는 안정적인 생활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 글을 읽던 시점이 내가 이혼을 결정하고, 서류 제출 후 숙려기간 중이었으니,
나의 이혼의 모습 또한 비슷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남편과 나는 서류 제출 후, 서류 제출 전보다 더 많이 동글이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나는 이혼을 하고, 전남편이 동글이만 자주 보러 와 주면, 그것으로 족했다.
나는 나대로 나의 여가 시간을 보내고,
전남편은 전남편대로 자유연애를 하고,
동글이는 엄마 아빠가 함께 살지는 않지만, 엄마의 사랑, 아빠의 사랑을 그대로 받는 것이니.
최선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차선의 선택이 되리라 오판했다.
게다가,
작가님의 전 시어머니께서 아이들이 왔다 가는 길에 아이들 좋아한다고 반찬을 이것저것 보내주셨다는 글에서,
'아, 우리 전 시어머니도 이러실 분이신데, 곤란하기도 하겠다..
그래도, 동글이 위한 것이니, 감사하다고 해야겠다.'하고 생각했었다.
그즈음이 편찮으신 아빠 드시라고, 평창에서 농사지으신 채소들을 한참 보내주시던 뜨거운 여름이었다.
'이혼해도 계속 이렇게 주시면, 감사하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해서 어떻게 하지...'
라는 헛된 기대 따위도 하였다.
말 그대로,
오판이었으며, 헛된 기대였다.
나의 이혼은.
절대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
잘못되었으나, 거기에 쏟을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아,
'먹고 떨어져라.' 했던 재산분할과 받지 못한 양육비에서 (
양육비를 위해 저를 팔아요.
) 나는 엉덩이 밑에 빚더미를 깔고 앉았다.
경제적으로 허덕이는 싱글맘에게,
경제적으로 풍족한 여가를 즐길 여유란 있을 수 없다.
(사실, 배우는 것을 좋아해서, 수영도, 골프도, 원데이 클래스 등등도 배워보고 싶었다.)
전남편은 이혼 도장이 채 마르기도 전에,
2번 상간녀와 아이를 가졌고, 2번 상간녀와 혼인 신고를 했다.
얼추 날짜를 따져보니, 이혼 도장을 찍고 열흘? 상간에 아이가 들어선 게 아닌가 싶다.
(전남편도 머리가 복잡했겠다.
전남편은 동글이를 낳을 때 나보다 더 많이 눈물을 흘렸던 사람이었고,
그간의 여러 일들 속에서도 이혼하지 않고 함께 했던 단 한 가지 이유는 동글이었을 테니 말이다.)
그러니,
동글이와의 면접 교섭이 고민이었을 것이다.
그냥 여자친구도 아니고, 그냥 혼인 신고를 한 것도 아니고, 아이가 생겼다.
(물론 아이가 생겼기 때문에 혼인 신고를 한 것이겠지만.)
그래서,
동글이는 약 6개월 간 아빠를 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동안 나의 작은 천사 동글이는 수많은 아픔들을 온몸으로 견디어 내고 있었다.
엄마의 사랑은 받고 있지만, 아빠의 사랑을 잃은 아이가
나의 오판 위에
(엄마랑 아빠랑 이혼해도, 지금까지처럼 주말에 아빠와 함께 밥도 먹고, 여행도 갈 것이라 얘기했었다.)
갈 길을 잡지 못해 방황하고 있었다.
전남편과 나의 이혼 소식을 접한 전 시어머니께서는
내게 조금 더 참지 그랬냐는,
도장 찍기 전에 미리 얘기를 했어야지 왜 하지 않았냐는,
그들 그렇게 만난 것이 얼마 안 되었으니, 지금이라도 떼어놓자는
,
용한 스님이 기도해 주셔서 그들 곧 헤어질 거라는,
왜 아비를 밖으로 내 보내 이 사달을 냈냐는,
넋두리를 하셨다.
그러나,
전 시어머니께서는 "이놈을 가만 두나 봐라, 내가 내 아들 혼낼 테니, 애미 네가 좀 봐줘라.." 식의 전남편을 향한 질책은 하지 않으셨다.
기대를 하지 않았으니, 실망도 없었지만.
돌이켜 보면, 순서가 그게 맞지 않나 싶다.
내게 미안해하셨고,
동글이의 건강과 상황을 걱정하셨고,
동글이를 보고 싶어 하셨고,
여전히 친정 부모님의 건강을 염려하시지만,
이혼 이후 전 시어머니께서는 동글이를 위한 반찬이나 친정 아빠를 위한 채소
등은
일절 끊으셨다.
양육비가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 알고 계시면서
"그건 나도 모르겠고~"라고 하셨으니,
역시 기대를 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동글이를 위한 것들에 일절 모른 척하시는 것은, 서운했다.
생각해 보면
그게 전 시어머니의 모습이셨다.
'내 가족'이기 때문에 그동안 챙겨주셨다.
'내 가족'이 아니면 절대 챙겨주시지 않는 분이시다.
그게 '내 가족'에 대한 전 시어머니의 사랑이다.
전 시어머니께서 어떤 삶을 사셨는지 대충은 알기에, 그 부분에 있어 머리로 이해는 할 수 있다.
그래서 무언가 많이 챙겨주셨을 때(물질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내 가족'으로 받아들여주셨구나, 하는 생각에 감사했다.
나는 더 이상 전 시어머니의 '내 가족'이 아니기에 그러실 수 있지만,
그래도 동글이는 아들의 피를 물려받은, 아들을 쏙 빼닮은 손녀인데, 그게 못내 서운했다.
이렇게 나의 이혼은 '이상'과 멀어진 채
지독한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전남편이 동글이를 아예 안 볼 생각까지 하던 그 겨울이었다.
나는 전남편에게 계속 면접 교섭 이행을 요구했고, 전남편은 망설였다.
그즈음 K언니
아시는 분의 이혼의 모습을 들었다.
그 집은 이혼을 하고, 아이는 여자분이 키우고 있다 했다.
여자분의 재혼 여부는 기억이 나지 않으나,
남자분이 재혼을 했고, 재혼한 여자
와
사이에 아이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 집은
주말이면
본처의 아이가 제 아빠와 후처가 사는 집에 가서 그 후처 아이와 함께 식사를 하기도 한다 했다.
K언니는 이 얘기를 하며, 이렇게 잘 운영(?)되고 있는 이혼의 모습도 있다 말했다.
이 얘기를 들으며 생각했다.
이 모습이
잘 운영되고 있는 게 맞을까?
정답은 없지만,
이 모습이 이렇게 자리 잡기까지 아이와 아이 엄마, 아이 아빠,
후처
,
후처
의 아이.
이들 사이에 발생했을 수많은 갈등과 마음 아픔들은?
아이가 그 집에 가서 느낄 수많은 감정들은?
원래는
우리 엄마 우리 아빠와 함께 하는 식사 시간이었는데,
새엄마도 아니고, 내 친동생도 아닌 그들과 함께 밥을 먹으며 웃을 수밖에 없는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 보았
을까
?
가서는 웃을 수밖에 없지만, 돌아와서 느낄 혼란스러운 감정은 헤아려 보았을까?
아이가 아빠를 그렇게라도 만나는 것은 긍정적이라 할 수 있겠지만,
이것이 과연 잘 운영되고 있다 할 수 있는지,
나로서는 의문이었다.
K언니 주변에는 이혼한 분들이 좀 있는 편이라 했는데,
K언니의 먼 친척인
또 한 집은 아빠가 아이를 키우고, 엄마와 아이는 한 달에 한 번 만난다고 했다.
그런데 말이 아빠가 아이를 키우는 거지, 거의 조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나 다름없다 했다.
아빠는 회사 생활에, 새 여자친구를 만나 밤늦게 들어오다, 일주일에 한 번 들어오다가, 요즘은 잘 안 들어오는 상황이라 했다.
어쩌면 여자친구와 새 살림을 차린 것 같기도 하다 했다.
그래도 어찌 되었든 조부모님께서 교육에도 관심이 많고, 요즘 육아에도 관심이 많아, 아이는 밝게 잘 크고 있다 했다.
나보다 먼저 이혼을 한 아는 동생 M은 아이 아빠가 아이를 키우고, M이 2주에 한 번 정도 주말에 아이를 본다고 했다.
이 집도 아이 아빠가 아이를 키운다기보다, 그냥 양육권이 있을 뿐, 실제적으로 아이 보육과 교육은 전 시어머니께서 하신다고 했다.
이 동생의 이혼 사유 역시 전남편의 외도였는데, 전남편은 현재 여러 여자와 교제 중이라고 했다.
아이 입
을 통해
"** 이모는 ~~하고, &&이모는 ~~ 해. 나는 %%이모가 더 좋아." 이런 말을 듣는다고 했다.
현재 M은 남자친구를 잘 만나고 있지만, 아이가 너무나 보고 싶다고 했다.
오래전 우리 반 학생 하나는,
첫 상담에서부터 7살 때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지금 할머니와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고 밝혔다.
밝고 긍정적인 학생이었는데,
수업 중 엄마, 아빠 이야기가 나오면 남몰래 눈물을 훔치며, 다음부터는 그런 수업하지 말아 달라 조용히 요청하는 마음 여린 학생이었다.
그 학생은 아직도 매 해 스승의 날이 되면, 내게 연락을 하고, 학교로 찾아와 나를 만나는
예의 바르고
정 많은 학생이다.
정의감이 넘쳐, 잘못된 길로 빠지는 학생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해 주고 싶어, 교사가 꿈인 예쁜 학생이다.
부모가 이혼을 해도,
부모의 현재 상태가 행복하다면,
아이는 아이대로
다른 종류의
보살핌과 사랑을 받으며 잘 자란다.
정답은 없다.
나름의 상황에서 최선을, 차선을 선택한 것일 것이다.
그러니, 비난도, 동정도, 할 수 없다.
그들의 상황에 공감하고, 그들의 결정에 응원을 보낼 뿐이다.
결혼도, 이혼도, 결국엔 선택이다.
선택했으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또 이어나갈 뿐이다.
섣부른 오판과, 헛된 기대 따위는 버리고,
현실
이혼의 민낯을 받아들이기.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기.
더하여, 즐기기.
요즘 나는
경제적으로 조금 허
덕이고
,
혼자 동동거리며 다니는 것이 가끔 버거울
지라도
,
나의 사랑스러운 싱글맘 라이프를 즐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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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싱글맘
외도
Brunch Book
우당탕탕 이혼 보내기
12
부모의 이혼 앞에 놓인 만 8세 어린이 (1)
13
부모의 이혼 앞에 놓인 만 8세 어린이 (2)
14
이혼의 모습은 모두 다르다.
15
전 시아버님의 고백
16
육각형 인간은 없다.
우당탕탕 이혼 보내기
문득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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