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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달 Sep 13. 2024

점쟁이를 믿으시나요?

신묘한 점의 세계

"왜 너는 나를 만나서 왜 나를 아프게만 해~"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노래, 드라마 '아내의 유혹' OST 용서못해 의 첫 부분이다.

현모양처 구은재(장서희)가 바람핀 남편에게 복수하기 위해 눈 밑에 점을 찍고 민소희(장서희)로 나타나 전남편 정교빈(변우민)을 유혹하여 복수에 성공한다는!

2008년~2009년을 강타한 드라마이다.


전남편과 이혼하고 코 옆에 점이 하나 생겼다.

민소희처럼 점 찍고 나타나, 복수를 할 건 아니지만.

죽은 전부인이 눈 밑에 점을 찍고 나타난다고 못 알아볼까 싶지만.

점 하나가 사람의 인상을 좌우하는 건 확실한 듯하니.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 찍어 '남'이 되는 것처럼,

내 얼굴에 점 하나 찍혔으니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인생을 사는 터닝포인트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 본다.


나는 냉담한 지 오래 된 천주교 신자이며, 무속 신앙을 신봉하지도 않고, 귀신은 믿지 않지만, 영혼은 있다고 믿는 편이다.

사람의 기질은 타고나는 것이지만, 환경에 따라 성격이 변한다고 생각다.

사람의 팔자는 큰 틀로 정해져 있는데,

그 큰 틀 안에서 크고 작은 사건들의 영향과 노력 여하에 따라 좋은 쪽으로 변화하기도 하고, 나쁜 쪽으로 변화하기도 한다 생각한다.

운명을 믿지는 않지만, 필연은 있다고 생각한다.


써놓고 보니, 내 사상은 짬뽕 사상이다.


사주팔자든 신년운세든 하물며 타로카드라도 '점'이라는 것을 본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민소희가 눈 밑에 찍은 '점(點)'과는 다른 '점(占)'이지만!

내 코 옆에 새로이 생긴 '점(點)'과는 다른 '점(占)'이지만!

오늘은 그 점(占)!

그 점에 대해 내가 겪은 신묘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전남편의 첫번째 외도 후,

상처를 회복중이었던 그 때.(2018년)


어느 밤 전남편은 우리집 거실에서 애기 영혼을 봤다고 이야기를 했다.

새벽에 눈이 떠졌는데, 거실 한 켠 아이 미끄럼틀 밑에 애기가 쭈구려 앉아 있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동글이인 줄 알고,

"동글아, 거기서 뭐 해?" 했는데,

옆을 보니 동글이는 내 옆에서 자고 있더랬다.

소름이 돋아 눈을 감고 잠을 청해도 잠이 오지 않아 몇번이고 곤히 자는 동글이를 봤다고 했다.

그날 아침, 시어머니께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전남편의 꿈 얘기를 했더니, 깜짝 놀라시며 말씀하셨다.


얼마전에 시어머니께서 스님께 점을 봤는데 애기 영혼 둘이 전남편을 괴롭히고 있다고 단다.

시어머니도 그간 잊고 지냈는데, 시어머니께는 전남편 낳기 전에 지운 아이가 둘 있다고 했다.

시어머니께서는 애기 영혼 둘과 전남편을 위해 스님께 기도를 부탁드렸고,

전남편이 애기 영혼을 본 어젯밤,

시어머니 꿈 속에 애기 둘이 나와 배를 타고 손을 흔들며 멀리 멀리 가더라는 이야기를 해 주셨다.


첫번째 외도 기간 동안 눈이 뱀처럼 희번뜩하며 돌아있던 전남편은 그 이후 다시 예전의 눈빛으로 돌아왔다.

잠깐지만.


이 일로 나는 '사람이 죽어 영혼이라도 그리운 이들 곁에서 남은 이들을 지켜주면 좋겠다.' 생각만 했던 것을 믿게 되었다.


물론, 전남편 눈에 보인 애기 영혼처럼 질투를 해서 괴롭히면 안되겠지만.

그러니 , 죄 짓고 살면 안 된다.


전남편의 두번째 외도 당시.(2021년)


이혼 선배인 M은(M도 그때 당시에는 이혼 전이었고, 전남편의 외도로 인한 상처로 힘들어하고 있었다.) 내게 이제 막 신내림받은 용한 무당쌤이 있다고 소개해 주었다.


무당쌤의 점괘에 의하면,

1번 상간녀와 전남편은 다시 만난지는 꽤 되었고, 지금은 불타오르는 느낌보다는 '두번째 와이프'같은 '정'의 느낌으로 만나고 있다고 했다.

내가 이혼하자고 해도 전남편은 절대 이혼 할 마음이 없다고도 했다.

(실제로 나는 두번째 외도를 알고 이혼을 원했고, 전남편은 말도 안되는 거짓말로 나를 속이며 이혼을 원하지 않았다.)

전남편은 다 알고도 참고 사는 내게 미안해하고 고마워하고 있지만,

1번 상간녀가 나와는 다른 종류의 여자라서, 이 생활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한다고도 했다.

그런데 1번 상간녀가 처음과 다르게 요즘 자꾸 질투를 하고, 징징거리고, 요구하는 것이 많아져서,

전남편이 슬슬 지쳐가고 있다고도 했다.

그리고 1번 상간녀에게 1년 반 정도 지나면(2022년 여름~가을쯤?) 좋은 남자가 생겨 전남편을 떠날 것이니 걱정말라고도 했다.

앞으로도 전남편에게 끊임없이 짧게 짧게 여자가 생기긴 하겠지만,

1번 상간녀만큼 크게 다가오는 여자도 없을 것이고,

'가정'이라는 안정적인 울타리를 갖고 싶어하는 사람이며,

나와 동글이를 생각하는 마음은 점점 더 커질 것이라서 앞으로 반성하고 더 잘 할 것이라 했다.


그러니, 1년 반만 있으면, 고생 끝!

이라고 했다.


아주 믿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믿음이 갔던 게,

전남편이 1번 상간녀에게 했던 선물들도 얼추 맞추었고,

전남편이 내게 하는 행동에서 읽혔던 마음이나,

정황 증거를 통해 본 그들의 외도 상황이 무당쌤의 점괘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무엇보다,

나는 전남편의 하찮은 외도에 신경쓰기에는,

나와 동글이의 행복이 너무나 소중하여, 나대로의 삶을 살고 있었다.


그리고 정말 1년 반 정도 지나,

1번 상간녀에게 새 남친이 생겼고,(현재 1번 상간녀는 새 남친과 결혼을 준비중이며, 내년 5월의 신부가 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전남편은 우리 가정으로 돌아와 최선을 다 했다.

신기했다.



그런데,

또,

이혼을 하잔다. (2023년)


다시 무당쌤을 찾았다.

(무속 신앙을 신봉하지 않는다 했는데,

이 정도면 엄청 신봉하는 것...같다. ㅎㅎ^^;;;)


무당쌤은 지금 전남편이 미쳐 돌아버릴 지경이라며, 전남편과 친정아빠가 떨어져 있지 않으면, 둘 중 하나는 건강에 큰 이상이 생길 것이라 했다.

이혼하자는 것은 발광에 가까운 것이니, 신경쓰지 말고, 5월 넘어 좀 진정이 되면 괜찮아질 것이라 했다.

이혼, 절대 안 할 것이니, 걱정말라고 했다.

무당쌤은 여자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5월이 되었고,

전남편의 세번째 외도를 알았고,

다시 무당쌤에게 전화를 했다.

무당쌤은 이 여자는 남자친구가 있고,(실제로 전남편과 썸탈때까지도 남친이 있었다.) 지금 둘이 만나는 것도 여자친구 남자친구까지는 아니고,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만나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무당쌤이 괜찮아질 것이라고 했던 5월이 지나니,

이혼 서류를 접수하고 숙려 기간에 돌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남편은 나를 원했고,

내 생일을 축하해주었고,

동글이를 더 자주 만나러 왔고,

2번 상간녀의 프로필은 헤어짐을 암시했다가, 혼자 토라졌다가, 우울했다가 북치고 장구치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싫었다.

그런 전남편의 모습이, 이번에는 내가 싫었다.

두번째 외도때는 말도 안되는 거짓말로 스리슬쩍 넘어가더니,

이번에는 외도 따위는 없었던 것처럼 군다.

이혼하자더니, 나를 원한다.


무당쌤과 통화를 했다.

(무당쌤은 감사하게 첫 통화 이후 점사비용을 받지 않고 동네 동생처럼 상담해 주었다. 점사비를 받지 않는 것에 대해 미안해했더니, 사람 살리는 것이 무당쌤의 일이라며 나를 살리기 위한 것이니 괜찮다 했다.)

전남편은 2번 상간녀에게 마음이 깊지 않다,

전남편은 울고 찡찡거리는 여자 딱 질색인데, 2번 상간녀는 울고 찡찡거려 전남편을 짜증나게 한다,

1번 상간녀는 그래도 상황을 이해해줬고, 아이와 부인과 함께 하는 가정 생활을 인정해줬는데,

2번 상간녀는 아이 만나러 가는 것도 싫어해서 전남편이 크게 마음을 주고 있지 않다,

다 이해하고 받아주는 내게 돌아오려 할 것이다,

그런데 11월에 또 여자가 들어온다, (어머나, 그러고보니 그들이 혼인 신고를 한 것이 음력 11월 즈음이었다.)

그 여자랑도 그리 깊은 마음은 아니겠지만,

쭉 여자가 왔다 갔다 한다고,

선택은 내 몫이라 했다.


무당쌤의 말이 왔다 갔다 했다.

언제는 이혼은 절대 안 할 것이라 했다가, 이혼은 내 선택이라 했다.

2번 상간녀는 여자친구가 아니라고 했다가, 여자친구이긴 한데 가벼운 마음으로 만나고 있다고 했다.

M과 이런 얘길 하며 M은 요즘 무당쌤 신빨이 떨어진 것 같다고, M의 남자친구에 대해 처음에는 별로라고 했는데, 지금은 그런 남자 없으니 잘 잡아야된다고 했다고 했다.


중요한건,

선택은 내 몫이라는 것이다.


나는 점괘와 상관없이, 이혼을 선택했다.

이에 대해 무당쌤은 뭐라 그랬냐고, 이혼하길 잘 하지 않았냐고, 좋아보여 다행이라고 했다.

음.

분명.

이혼 안 한다 하지 않으셨나요?

그래도 점괘와 상관없이, 나는 무당쌤께 감사한다.

이리 저리 흔들리는 내 마음을, 그래도, 다잡을 수 있게, 나를 살려주었으니까 말이다.



엄마는 사주풀이나 점괘에 대해 크게 믿지는 않고,

동네 이모들이랑 답답한 마음을 하소연하러 용하다는 점집을 찾거나 하는,

흔한 K아줌마(엄마, 아직 나한테 엄마는 K할머니 아니고 K아줌마야.)이다.


올해 들어 아빠가 작년보다 많이 힘들어하셨고,

방사선 치료로 조금 줄어들었던 암이 더 커지고, 재발하고를 반복하며,

엄마는 힘들고 지치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하여, 사촌언니를 통해 용한 무당을 소개받고, 생년월일시를 넣어 사주를 봤다고 했다.


무당이 박수무당인듯 했는데,

아빠 얘기를 하며, 무당이 많이 울었다고 했다.

많이 아프다고, 아파서 너무 힘들어한다고, 그래도 올 여름 잘 넘기면 괜찮을 거라고 했단다.

나의 이혼에 대해서는 아빠에게 말 안 하는 것이 좋겠지만,

그래도 꼭 해야 한다면 가을쯤 말하라고 했다고 했다.

(신기하게도 내가 상담하던 무당쌤도 아빠에게는 올 여름 넘기고 말씀드리는 것이 좋겠다고 했었다.)


그리고 내 사주를 넣었는데,

나는 앞으로 잘 풀릴거라고, 아이도 건강하게 잘 클거라 했고,

묻지도 않았는데 잘 헤어졌다고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남편에게 이런 빌어먹을 새*라며 욕을 욕을 아주 시원하게 퍼부었다고 했다.

박수무당이랑 엄마가 함께 울다가 욕하다가, 아주 난리였겠구나 싶었다.


엄마 아빠의 맨발걷기 동료 중 한 분이 사주풀이를 조금 할 줄 아신다고 봐주신 풀이도 역시,

아빠는 여름까지 아빠 나무의 잎이 새까맣고 아픈데, 가을쯤 되면 잎이 푸릇푸릇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빠는 원숭이띠인데 쥐띠랑은 절대 같이 있으면 안된다, 둘이 상극이다 했단다.

전남편은 쥐띠였다.


신내림에 의한 점괘든,

생년월일을 넣는 사주풀이든.

앞서 밝혔듯,

점괘를 모두 믿는 것은 아니나,

내가 겪은 바 아주 무시할 수 만도 없는 것이 점의 세계 말이다.


참 신묘한 '점(占)'의 세계이다.


얼마전 오랜만에 무당쌤과 통화를 했다.

무당쌤은 내 목소리가 밝아져 좋다고 하셨고,

내년에 아주 잘생긴 남자가 나타날 것이라 하셨고,

요즘 글을 쓴다 했더니 글은 취미로만 쓰라고 하셨다.


무당쌤 말이 반은 맞고, 반은 틀렸으면 좋겠다.

내 생잘생긴 남자와 연애 한번쯤은 해보고 싶고,

취미로 쓴 글이 대박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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