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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무원파이어족 Jun 15. 2023

정년과 조기퇴직의 기로에서...

27살에 공직에 입문, 20년 근무후 47살에 조기퇴직을 결심하다.

"한번뿐인 인생인데, 다니기 싫은 직장 정년까지 꼭 다녀야할까?"


나의 조기퇴직은 이 물음에서 시작되었다.


 내 인생으로 말할것 같으면 슈퍼 흙수저 출신으로 철저히 가난으로 점철된 인생이다.

어렵고 못살던 시절, 못살던 동네에서도 가장 가난한 집안이 바로 우리 집이었다.


제대할 당시 부친은 평생 그랬듯 별다른 직업없이 집안에서 존재감이 없었다. 모친은 내가 어렸을때부터 공장이나 건물 청소일을 다니며 집안 가장역할을 하는 전형적인 가난한 집안의 풍경이었다.


  내가 공무원이 된것은 비로소 가난의 대물림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흔하디 흔한 공무원 한명 취직한 것에 불과하지만, 우리 집안을 평민 수준정도로 끌어 올릴수 있는 작은 반전이었다. 그래서 집안의 경사이자 축복이었다.


공무원이 되어서도 가난하기는 매 한가지였다. 그래도 부모님의 아들로써, 결혼후 한 집안의 가장으로써 보통사람들의 안정된 삶을 흉내낼수는 있었다. 이정도 사는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다.


어느 글에선가 봤는데 월 소득행복지수가 500만원이면 정점에 가깝다고 했다. 그 이상이면 더 많은 소득을 만들어 내기 위해 감수해야 할 희생도 늘어나서 오히려 행복도가 떨어진다고 한다.


 교대근무로 몸은 피곤해도 감사하게도 월소득은 행복지수에 가까워졌으니 우리가족 행복의 충분조건은 갖춘셈이다.


직장생활 역시 계급은 말단이었지만,  21년차로 짬밥대우 받을 정도가 되어 비교적 편했다.





 모든 것이 안정된 이 상황에서 불현듯 조기퇴직 꿈이 갑자기 스멀스멀 찾아왔다.


 매년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삶에 어느순간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직장이라는 굴레에서 의미없이 지나가는 시간들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공직에 대한 사명감도 사라졌고, 일에 대한 성취감도 잃었다.


 직장과 사회가 바라는대로 살아온 인생이 20년인데,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을 살 기회는 없을까?

나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어느덧 나이도 40중반인데 언제까지 이렇게 목적없는 삶을 살아야 할까? 


이건 하나뿐인 인생에서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인생을 정년까지 15년이나 더 해야한다고 생각하니 숨이 막혀올 지경있었다.


번 아웃이 찾아온 당시 정말 회사 다니는게 지겨워졌고, 정년을 채울 의미도 자신도 없었다.


그  즈음 파이어족이라는 조기 은퇴가 젊은이들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졌다.


무엇에 홀리듯 나도 도서관에서 파이어족에 관한 책을 모조리 탐독했다.

아! 이런 삶이 있구나. 멈춰있던 심장이 다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지금껏 단 한순간도 정년퇴직을 의심한적 없던 내가 과연 조기퇴직을 한다고? 이게 가당키나 한말이라고?


파이어족은 수십억원 고액자산가들이 선택하는 럭셔리 삶인데, 지방에 집한채 있고, 예금 2-3억이 전부인 내가 그들 삶을 흉내낼수 있을까?




 

"정년 14년을 남기고 조기퇴직하는게 과연 후회 없는 선택일까?"


공무원 17년차 내나이 44살에 조기퇴직을 꿈꾼 후 기나긴 고민의 시간에 들어갔다.


여러가지 고민들이 새벽부터 밤까지 하루종일 머리속을 맴돌았다.


집을 나서는 출근길에서 부터 시작되어, 회사에서 일하는 중에도 문득문득 든 생각이 퇴근길까지 이어졌다. 때로는 다른 장소에서 고민하면 생각이 달라질까 싶어, 산이나 바다로 가서 홀로 고민하기도 했다.


안정적인 직장을 얻어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내가 바라는 삶인가?

내 삶의 주인공인 나인데, 남은 인생 내 삶의 조건들을 스스로 결정하고 싶었다.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섰다.


정년이냐, 조기퇴직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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