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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이프라인 Jun 25. 2023

엄마는 1학년

1. 초등 교사는 왜 무너지는가? -3

 "1학년 학부모는 1학년 같고 2학년 학부모는 2학년 같다."


 처음 신규교사 시절 1학년을 안 주는 이유로 들은 말이다. 그때에도 1학년 학부모는 초등교사들에게 어려운 존재였다. 당시만 해도 학부모 상담주간이 없던 때라 하굣길에 신입생 학부모들이 자녀의 담임 선생님을 만나 자녀에 대해 이야기하느라 교문 앞이 북새통을 이루었다. 학교 보안관도 없던 시절이라 학생들 하교 시간 전에 운동장 경계까지 들어와 기다리다 하교 지도하는 1학년 담임선생님을 따라 교문까지 같이 가는 학부모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참을 학부모들과 이야기하고 들어오는 1학년 담임 선생님들은 항상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하셨다.


 "1학년 학부모는 1학년 같고 2학년 학부모는 2학년 같고. 언제쯤 크려나."


 "안 그러신 분들도 있으시잖아요."


 "더 큰 애가 있으니까 그렇지. 1학년 학부모가 1학년 안 같다면 걔(1학년 학생)가 둘째나 셋째라 그래."

 

 1학년을 대부분 경력과 나이가 있으신 선생님들께서 맡으시고 지금처럼 육아를 인터넷이나 책으로 접하지 않던 시절이다 보니 당시 학부모들 1학년 담임 선생님들께 많은 조언을 구하고 상담도 하며 배우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요새는 다르다.

 당당하게 자기 이야기를 한다.  1학년 학생들 이야기다. 들은 것도 아는 것도 많아서 1학년임에도 한 번 말이 터지면 그칠 줄 모르고 행동에도 거침이 없다. 1학년 학생들이 이야기를 하는 것, 행동하는 것을 보면 참 대견하다. 친숙한 어린이집에서, 혹은 유치원에서 몇 년을 지내다 초등학교라는 낯선 환경의 변화가 두렵고 무서울 수도 있는데 씩씩하게 참 잘 적응해 간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이 있다. 시간을 지켜야 하는 약속,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않고 앉아야 하는 부분, 선생님과 친구의 이야기를 잘 듣는 태도 등은 시간과 더불어 노력이 필요하다. 1학년 학생들은 초등학교에서는 가장 어리다. 처음이라 어렵고 모르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질문이 많다.


 "이거 해도 돼요?"


 "이거 하면 안 돼요?"


 1학년 담임선생님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 이상 이 질문을 받다. 아마 대부분의 담임 선생님들께서는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대부분의 학생들 수긍하고 들어가는데 가끔 이런 경우가 있다.


 "엄마가 해도 된다고 했는데."


 이 말은 초등 담임 선생님에게 가장 당황스러운 대답이다. 아니라고 하자니 아이에게 부모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것 같고 맞다고 하자니 학교, 학급 방침에 맞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학생이 1학년이라 1학년 눈으로 학교를 보는데 학부모 역시 애가 보고 말하는 높이에서 학교를 보는 경우 교사는 난감해진다. 




 요새 학부모들은 육아 공부를 많이 한다. 엄마뿐만 아니라 아빠도 육아에 열심히 참여하시는 분들이 많다. 학부모상담할 때 부부가 같이 오는 경우도 이제는 더 이상 드물지가 않다. 자녀의 학생 생활과 교사의 학급경영방침 등 꼼꼼하게 메모하시면서 귀 기울여 들으시면 가끔은 '이렇게 까지 메모하며 들을 내용은 아닌 것 같은데.' 싶을 정도로 열심이신 분들이 계신다.


 그런데 개중에 소통이 안 되는 학부모가 일부 있다. 내가 아는데, 내가 책에서 봤는데, 내가 얘기 들었는데 등의 말로 교사의 가치관을 소위말해 어지럽힌다. 동료 교사들을 통해 들어본 가장 압권인 단어는 '애를 안 키워봐서 모르시나 본데.'이다. 직접 들어본 적은 없지만(이제 애가 있으니 들을 수도 없다.) 언젠가 이럴 때 쓰려고 준비두었던 말이 있다.


 "의사는 병에 걸리고 직접 아파봐야 료하나요?"


 위 말은 정말 학부모를 무시할 때 쓰는 단어이기 때문에 아껴두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 어리고 경험이 없는 교사에게 애를 안 키워봤다 말을 하는데 사실 그들은 10여 년 전에 초등학생이었다! 어떻게 보면 지금 학부모나 선배 교사보다 어린 교사들이 현재 교육의 방향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아는 지식이라 쓰고 신념을 내세워서 교사의 학급 운영을 방해하는 행위는 이해할 수가 없다.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7236285

 

"안 하면 안 돼요?"


 이 말에 대한 일반적인 대답은 "해야 돼."이다. 간혹 아닌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이런 질문은 해야 함을 알면서 하기 싫을 때 나오게 된다. 글자 쓰 싫을 때, 정리하기 싫을 때 등 뭔가 귀찮고 하기 싫은데 다른 친구는 잘하거나 이미 다 했을 때 학생들은 이 말을 자주 쓴다. 그리고 교사는 해야 되는 이유를 설명을 하고 할 수 있게 알려주거나 도와준다.


 하지만 위 기사처럼 상대가 어른이라면? 안타깝게도 교사와 같은 성인인 학부모에게는 학생보다 설득이 어렵다. 설명을 해도 듣지 않는다. 이미 학부모 자신에게 어떠한 생각으로 가득 차있기 때문이다. 교육에 대한 본인의 가치관, 혹은 자기 아이의 교육에 대한 신념. 하지만 신념 화장과 같아서 짙으면 짙을수록 화장 아래 얼굴은 추악하.


 "지각? 해도 돼! 지각하는 게 뭐 어때서!"

 "청소? 안 중요해. 그런 거 하지 마!"


 하지만 이러한 잘못된 신념 결국 자기 아이뿐만 아니라 담임교사와 학급을 무너뜨리고 같이 공부하는 다른 친구들 1년마저도 혼돈의 시간으로 만들 마는 게 안타깝게도 매번 반복되는 지금 초등학교 교 현실.



다음 글 : https://brunch.co.kr/@ar808115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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