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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이프라인 Jun 09. 2023

저 다 알아요.

1. 초등 교사는 왜 무너지는가? -1

 “선생님 저 다 알아요.”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직접적으로 간접적으로 이렇게 표현하는 학생들이 있다. 물론 교사도 학생들이 배울 내용을 이미 알고 있다는 불편한 사실을 알고 있다. 마음을 다잡고


 “그래, 하지만 모르는 친구들도 있으니 수업 재미있게 해 보자.”


 말을 건넸을 때


 “네, 선생님. 얘들아, 우리 열심히 해보자!”


 위와 같이 대답해 주면 좋으련만,


 “이걸 모르는 친구가 어딨어요? 야, 모르는 사람 있냐?”


 이렇게 대답하면 교사는 힘이 빠지고 만다. 정신을 가다듬고 수업을 진행해 보지만 대답한 학생의 수업 태도, 활동 모습이 계속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여러 과목은 학년에 맞는 교과 내용으로 처음 배우는 학생들을 위해 교과서가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상식적으로 혹은 선행으로 그날 배울 교과서의 내용을 알고 있는 경우가 더러 있다.


  대학에서 배울 때, 교생 실습을 할 때


 “학생들이 모른다는 생각을 갖고, 중간 정도 수준의 학생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게, 기초가 부족하지 않도록 수업을 준비해 주세요.”


 라는 이야기를 듣지만 이미 알고 있는 학생들이 있고, 다 안다고 흥미를 빠지게 하는 친구들이 있으며 기초가 부족한 학생들은 고학년으로 갈수록 이해를 못 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현실 속에서 하나라도 불만스러운 이야기를 듣지 않기 위해 교사는 노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오는 “재미없어.” 이 불평 한마디에 맥이 빠지고 가슴이 답답해지고 만다.     

 

 교사는 학생을 대하는 태도와 학급 운영 방식에 따라 학생과의 관계를 노력할 수는 있지만 아이가 부모를 선택할 수 없듯이 교사는 학생을 고를 수 없다. 한 프로그램에서 유시민, 김영하 작가가 문답하는 내용이 나온다.

      

 유 : “인간은 아무리 훌륭한 선생님이 와서 아무리 귀한 도를 이야기를 해도 그걸로 바꿀 수 없는 존재 아닌가?”


 김 : 배움은 선생의 질에 의해서 결정되는 게 아니고요, 대부분 학생의 질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스승들은 헛고생을 좀 하기도 해요.”


 유 : “헛고생을 하시고 내가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거야.”    

  

 배움이 교사보다 학생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교사는 학생을 가리지 않는다. 교사를 잘 따르는 학생들만 모아 그들에게 전력을 다해 가르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따르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따르지 않는 학생, 심지어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래도 진심은 언젠가는 전해질 것이라 믿는다. 그것이 지금 일지 나중일지는 알 수 없지만 반드시 전해지고 조금이라도 스며들어 도움이 되고 싶기에 알려주고 가르치는 것이다. 설사 헛고생으로 그치고 만다 해도, 쉬운 내용이라며 무시하는 학생들이 있더라도 오늘도 초등교사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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