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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이프라인 Jul 01. 2023

돌팔이 (2)

2. 초등 학부모는 왜 무너지는가? -4-2

 "아이가 남자선생님 처음이라고 무척 좋아해요."

 "지금까지 계속 여자 선생님이라 처음에는 남자 선생님 무서울까봐 걱정했는데 지금은 학교 생활 재미있다고 말해요." 


 많은 학부모님들께서 처음 상담을 시작할 때 위와 같은 말로 많이 시작하신다. 그냥 편하게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받아들이면 되는 것인데 아직도 이런 말을 들으면 매번 부끄럽다. 딱히 다른 선생님들보다 잘하는 특기나 재능이 없고 섬세한 면도 부족하며 경력에 비해 아직도 꽤나 덤벙대는 나 자신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재미있어하는 것은 지금까지 완벽한 선생님만 만났다가 어리바리한 선생님의 실수하는 모습이나 부족한 부분을 보면서 오히려 인간적인(?) 면모에 재미를 느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시작한 상담은 자녀들의 학교에서의 생활 모습과 가정에서의 생활 모습을 서로 이야기하고 마지막에는 자녀들의 재능 및 장점, 앞으로 노력해야 할 부분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마무리를 짓는다. 많은 부모님들께서 자녀에 대해 잘 파악하고 계시기 때문에 자녀의 단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내실 때는 송구스러워하신다.


 "저희 애가 수업 시간에 많이 떠들죠?"

 "저희 애가 좀 산만하죠?"

 "저희 애가 정리 잘 못하죠?"


 "저희 반 애들이 다 그렇죠. 다 시끄럽고, 다 산만하고. 정리 잘하는 애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요, 집에서 선생님 말씀하신 건 잘 들어요. 학교에서 애한테 한 번 강하게 말해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말한다고 될까요?"


 "그래도 선생님 말씀은 잘 들어요. 한 번 얘기해 주세요."


 "네, 제가 틈틈이 이야기하려고 노력해 보겠습니다."


 말씀은 이렇게 드리지만 가신 후에 생각하면 민망하기 짝이 없다. 우리 집 아이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


 "공부가 제일 싫어!"


 하며 위에 말한 모습을 집에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야 하는 공부에 집중하기보다는 공부와 상관없는 이야기를 자꾸 꺼내고, 다른 물건에 관심을 보이거나 딴짓을 하고, 책상 위는 너저분하고. 명색이 아빠가 초등학교 선생님인데 학교에서 담임 선생님과 학급 친구들에게 잘하지는 않아도 못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달래도 보고 화도 내고 별의별 방법을 동원해 공부를 시키려고 노력해 보지만 아이는 정말로 눈곱만큼도 하고 싶지 않아 한다. 몇 번을 닦달하다 결국 진이 빠져 포기하고 소파에 앉아있는데 아이가 갑자기 학교 가방에서 학습지를 꺼내 풀기 시작한다.


 "그거 뭐야?"


 "이거 선생님이 내일까지 꼭 해오랬어."


 허탈해지는 대답. 아니, 아빠도 똑같이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인데 내 말은 안 듣고 자기 담임 선생님 말은 듣는담. 상담 때 자녀의 부족한 모습 때문에 미안해하시던 학부모님들의 표정이 어른거린다.


 학부모님. 아마 가정에서 하시는 부모님 말씀보다 학교 선생님 말을 더 잘 듣는 건 군중 효과일 거예요. 교사가 말하는 것을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다수 있고 많은 학생들이 그것을 지키려 하기 때문입니다. 저의 논리적인 설득 능력이나 감화시켜서 행동변화를 일으키는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요.


 그러니까 어머니, 괜찮아요. 저도 저희 애 못 고쳐요.



P.S. 모든 교사가 다 저 같진 않다는 거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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