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해유도 항암치료 4주 차에 생긴 일
입원한 지 4주 차. CT 촬영을 하기 위해 처음으로 무균실 밖으로 나갔다. 혈액 수치가 여전히 바닥이라 완전무장을 하고 휠체어를 타고 이동했다. 같은 병원 건물 안이었지만 무균실 밖으로 잠깐 나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무균실을 벗어나자마자 공기가 역하게 느껴졌다. 단지 CT 촬영 하나 하고 돌아왔는데 급격히 피로해졌다. 수치가 슬슬 올라가야 하는 때인데 올라가지 않아 불안해하면서 누군가의 지정 헌혈로 들어온 혈소판을 수혈받았다.
이때는 설사와 구토 증상이 어느 정도 괜찮아져서 흰 죽이 아닌 끓인 누룽지를 먹을 수 있었다. 매일 새벽 채혈을 하고 아침마다 간호사님께 “오늘은 결과가 어때요?”라고 물어봤다. 그러나 여전히 수치는 그대로였다.
설상가상으로 아침에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 갑자기 온몸에 한기가 느껴지면서 온몸이 떨렸다. 잠깐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지겠지 생각하고 핫팩을 데워달라고 요청하고 낮잠을 잤다. 한 시간 정도 자고 일어났는데 열이 떨어지기는커녕 더 올라간 것 같아 체온을 쟀더니 38.8-9 사이가 나왔다. 좀처럼 열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동안 종종 미열이 나기는 했지만 이렇게 고열이 오래 지속되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이렇게 열이 떨어지지 않을 경우 균 배양 검사를 해야 하는데 정확한 검사를 위해 중심정맥관을 포함해 양쪽 팔에서 직접 채혈을 했고, 추가로 소변검사까지 진행했다.
혹시나 요로 감염일 수도 있어 만일을 대비해 바로 항생제와 해열제를 바로 투여했다. 몇 시간 후에 검사 결과가 나왔다. 다행히 감염된 건 아니며 호중구(면역) 수치가 올라갈 때 몸살 기운처럼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조금 지켜보자고 하셨다.
덧붙여 호중구 수치가 계속 오르지 않을 경우 골수 검사를 하고 상황에 따라 촉진제를 맞아야 할 수도 있다는 등골이 오싹한 말씀을 하셨다.
백혈구 수치가 200-300 사이에서 멈춘 상태로 (정상 범위는 4,000-10,000) 한 4-5일이 지났을까.
어김없이 새벽에 채혈을 하고 눈이 반쯤 감긴 상태로 화장실을 가려고 병실 밖을 나갔는데 담당 간호사님이
“oo씨 !! 올랐어요!!”라고 말씀하셨다.
잠이 덜 깬 상태로 “네??”라고 대답하자
길고 긴 무균실에서의 생활이 끝이 보인다는 뜻이었다. 아침 회진 때 주치의 교수님 역시 축하한다는 말을 덧붙이며 주말 동안 얼마나 더 오르는지 지켜보고 수치가 잘 오르면 퇴원을 하자고 하셨다.
주말 동안 백혈구 수치는 600이 되었고 호중구 수치도 0에서 60까지 올라갔다. (병원마다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호중구 수치가 적어도 500이 되어야 무균실을 벗어나 일반 병실로 가고 1,000 이상이 되어야 퇴원을 한다. 아직 무균실을 벗어나기에도 턱없이 모자란 수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