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 하루 전 일어난 일

이대로 퇴원해도 되나요?

by 도로시의선물

입원한 지 35일이 되는 날 아침 회진시간. 주치의 교수님은 퇴원 전 중심정맥관을 제거하고, 왼쪽 골반 근처 종기 제거 수술을 했던 부위를 확인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육안으로 봤을 때 염증도 많이 가라앉고 살이 많이 차오르긴 했지만 정확한 소견을 들어봐야 한다고 하셨다. 퇴원 소식이 기쁘기도 했지만 여전히 호중구 수치가 낮아 이대로 퇴원해도 되는지 걱정이 되었다.


보통 호중구 수치가 500 이상이면 무균실에서 일반 병실로, 1500 정도가 되어야 퇴원인데 너무 빨리 나가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교수님께 말씀드리자 교수님은


“어차피 다른 수치들은 다 올라가서 호중구도 금방 올라요. 퇴원해도 괜찮아요”라고 하시며 수술했던 부위를 확인하기 위해 외과와 협진을 잡을 거라고 하셨다.


그날 오후 외과 선생님이 수술했던 부위를 확인하러 오셨다. 매일 새벽 소독하러 오시던 장발의 키가 큰 무뚝뚝한 선생님이었다. 선생님은 환부를 살피며 약간 남아 있는 고름을 다 짜야한다며 손으로 있는 힘껏 매우 세게 그 부위를 쥐어짰다.


예상치도 못한 갑작스러운 공격에 비명을 지르며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선생님의 손을 막았다.


“잠깐만요.”라는 나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그 선생님은 되려 인상을 찌푸리며


“그런다고 내가 안 할 것 같아? 얼른 손 치워요. 빨리 끝내게! 라는 말과 자신의 임무를 수행했다.

이후 “딱히 수술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라고 말하며 자리를 떠났다.


전공의 선생님이 떠난 후 넋이 나간 표정으로 멍하니 있자 옆에 계셨던 간호사님은 외과 선생님들 대부분이 바쁘고 더 심한 외상 환자들이 많다 보니 다소 무뚝뚝해 보일 수 있다고 다독여주셨다.


밤이 되었다. 입원한지 벌써 5주가 지났다. 단순히 검사만 하고 집으로 돌아갈 거라 생각하고 내원했다가 그대로 입원해 백혈병으로 진단을 받고 치료를 당했다. 치료를 당했다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다. 10월 중순 가을에 입원했는데 어느덧 계절이 바뀌어 초겨울이 되었다. 내 시간은 멈춘 것 같은데 시간은 잘도 흘러갔다. 다음날이면 이 무균실을 벗어나 집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신이 나면서도 혹시 집에서 무슨 일이 생길까봐 걱정이 되었다.


갑작스러운 백혈병. 그로 인해 가족조차 들어오지 못하는 무균실에서 시작한 병원생활은 모르는 것 투성이라 두렵고 무서워 질문도 많았다. 그때마다 담당 선생님들은 따뜻하고 친절하게 “걱정하지 말라."라고 “다 지나가는 과정이다.”라고 대답해 주셨다. 단순한 의무감, 사명감을 넘어 선생님들의 마음에 감사한 순간이 많았다. 자기 전 엄마가 전달해 준 편지지에 무균실 담당 선생님들께 편지를 썼다.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나중에 무균실 담당 선생님 한 분이 그 시기에 일이 너무 힘들어 그만둘 생각까지 할 정도로 힘들었는데 내 편지를 받고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했다)


퇴원하는 날 아침이 되었다. 주치의 교수님은 퇴원을 하지만 아직 호중구 수치가 낮기 때문에 가능한 음식을 익혀서 먹고 일주일 후에 있을 외래진료 전까지 외출을 삼가라고 하셨다. 이제 오른쪽 쇄골 밑에 있는 관만 제거하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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