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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중담 Mar 01. 2024

글쓰기의 본질은 무엇일까?

몽테뉴를 통해 본 글쓰기

세상에는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작년에 브런치 작가에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브런치에는 어떤 글들이 올라오는지 관찰해 보았습니다. 그때 보았던 중에 고시원의 암울한 생활을 담담하게 풀어낸 에세이가 있었는데, 글을 읽고는 마음을 접으려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작가는 마치 저와는 다른 뇌와 감각 기관을 가지고 있는 고등한 생명체처럼 느껴졌습니다.

'작가라는 사람들은 나와는 다른 종류의 인간이구나.'


그런데 문득 뇌리에 퍼뜩 스쳐가는 구절이 하나 있었습니다.

"나는 여기에서 ‘문자의 공은 각기 타고난 바가 있음’을 더욱 믿게 되었다. 왕안석의 집요함은 결국 소식의 호방함이 될 수 없는 법이다(주 1)."

사람마다 지닌 '문자의 공'이 다르니, 나만이 가진 '문자의 공'으로 글을 쓰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게 되었고, '여행 관련 크리에이터'라는 칭호를 받고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몽테뉴는 에피쿠로스와 세네카의 글을 두고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문장은 낱말을 교묘하게 꾸며 가며 일정한 자리에 운을 규칙적으로 맞추고 정리해서 겨우 지탱하는 속 비고 메마른 글이 아니고, 그것으로 우리가 웅변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더 현명해지고, 그것이 우리에게 말 잘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착한 행동을 하게 가르치는 예지의 아름다운 사상으로 채워져 있다. 사물을 말함이 아니고 웅변조만 추구하는 웅변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키케로의 경우와 같이, 극도의 완벽에 달해서 웅변 자체가 실체를 이루고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주 2).


몽테뉴가 살던 시대(16c)에 사람들이 어떤 유행을 따라 글을 썼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알맹이, 본질에 충실하기보다는, 장식과 치장에 보다 힘을 쏟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몽테뉴의 말을 빌리면,

나는 저 심정이 줄줄 흐르며 남의 일을 돌보아 준다는 식의 기다란 말투에는 소질도 취미도 없다. 나는 그런 말을 그대로 믿지 않는다...이것은 요즘 행위와는 너무 다르다. 왜냐하면 지금같이 예절이 더럽고 비굴하게 타락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생명, 영혼, 헌신, 찬미, 노예 따위의 말들이 너무나 속되게 유행되기 때문에, 그들이 더 명백하게 품는 존경심을 상대편에게 느끼게 하려고 할 때에는, 그것을 표현할 방법이 없다(주 3).


그의 말에 따르면, 당대의 사람들은 예절이 바르지 못하고 타락한 생활을 하면서도, 말로는 선하고 의로운 듯, 영혼이 깨끗하고 정결한 듯, 이타적이고 헌신적인 듯 위선을 떤다는 것입니다. 몽테뉴는 그런 풍조, 가식과 위선이 글 속에서도 보인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몽테뉴는 그런 글을 '속 비고 메마른 글'이라고 표현합니다.


그의 본을 따라 글쓰기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더 현명해지기 위해서',

'착한 행동을 하도록 가르치는 예지의 아름다운 사상을 담기 위해서',

'사물을 말하기 위해서'

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글쓰기의 요는,

사람으로 하여금 더 현명해지고, 착한 행동을 하게 하고, 사물의 본질을 깨닫게 하기 위함이라는 것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사람으로 하여금 본질과 알맹이, 곧 세상의 이치와 원리를 깨닫게 하고,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 도리와 철학을 알게 하는 것

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나 한편, 몽테뉴는 키케로의 말하기(웅변)만큼은 인정하고 있습니다. 극도의 완벽에 달해서 웅변 자체가 실체를 이루고 있다고 말할 정도였으니까 말이지요. 알맹이가 빠진 채 과도하고 화려하게 치장된 문장은 '속 비고 메마른 글'일 수 있지만, 알맹이를 담고 있으면서 문장의 화려함으로 알맹이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 수 있다면, 오히려 가장 좋은 글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러나 이것은 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글쓰기일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만이 가진 문자의 공으로 자기의 가치를 드러내고, 사람 사는 세상에 유익을 주는 일이 아닐까요?



주 1) 김창협 외, <한국 산문선 5>, 2017, 민음사

주 2, 3) 몽테뉴, <몽테뉴 나는 무엇을 아는가>, 2005, 동서문화사


연재하고 있는 브런치북입니다.

⁕ 월, 목 - <문장의 힘!>

⁕ 화, 금 - <거장에게 듣는 지혜>

⁕ 수, 일 - <사소한 일상은 인생의 최종손익결산>


금요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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